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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혈통도 공개되는데 우린 부모가 누군지 몰라"
해외 입양인들 눈물…몽테뉴해외입양연대 배진시 대표 등 3인 인터뷰


[※ 편집자 주=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와 같은 단체 이승훈 사무국장,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장의 공동 인터뷰 기사는 이번이 다섯번째로 마지막입니다. 앞서 송고한 4건의 기사 목록과 요약은 이번 기사 아랫부분에 수록했습니다.

"입양과정 인권침해 조사하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해외 입양인과 국내외 단체 대표들이 2025년 4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황광모 기자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외국으로 입양 간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 눈물을 흘립니다. 입양기관에 찾아가서 본인의 입양 정보를 물어보는 과정에서 홀대받고, 아동권리보장원에 가서 친부모의 인적 정보를 요청해도 거절당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입양인은 한국에서는 진돗개의 혈통도 다 아는데, 왜 우리한테는 부모의 인적 정보를 알려주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MOAA) 대표, 같은 단체 이승훈 사무국장,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 소장은 3월 12일부터 5차례에 걸쳐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입양특례법을 개정해서 입양인이 원하면 친부모의 인적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는 세계적 추세이고, 유엔 아동권리헌장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진실화해위의 권고에 따라 정부는 입양과 관련해 공식 사과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 구제 조치, 가족 상봉에 대한 실질적 지원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권희정 소장(왼쪽)과 배진시 대표(오른쪽)
[윤근영 기자 촬영]


<다음 아래 내용은 3인 공동 인터뷰 5차 기사 질문-답변>

※ 인터뷰이=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 같은 단체 이승훈 사무국장,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장)

-- 지난 3월에 진실화해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입양과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발표했는데,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 (권 소장)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 여부 실태 조사, 후속대책 마련, 신원정보 등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 입양정보 제공시스템 개선, 가족 상봉에 대한 실질적 지원 등을 권고했다. 정부는 이를 이행해야 하는데,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듯하다.

-- 입양인 가족 상봉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무엇을 의미하나.

▲ (권 소장) 1980년대 아들을 미국에 입양 보낸 한 미혼모가 있었다. 유전자 등록을 통해 30세 넘은 아들을 찾았다. 엄마는 아들에게 한국에 오라고 여러 차례 권했다. 그런데 아들은 오지 않았다. 알아봤더니 아들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서 비행기표를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비행기표 값을 보내줬고, 이들 모자는 서울에서 상봉했다. 이렇게 돈이 없어서 한국에 오지 못하는 입양인들이 있다. 이런 분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 최근 스웨덴 정부가 '해외입양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여러 제안 중 입양인의 출신국 방문을 위한 재정 지원도 포함돼 있었다.

▲ (배 대표) 입양인이 부모를 만날 때 언어적 지원, 서류 찾는 과정의 지원, 고아원 등을 방문하고 싶을 때의 지원 등도 실질적 지원에 해당한다.

▲ (이 국장) 나는 금전적 지원 등에 앞서 무엇보다도 그분들의 피해와 고통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피해는 국가의 폭력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1955년 아이를 돌보고 있는 홀트
[국가기록원 제공]


-- 과거에는 태어난 지 몇개월 만에 해외로 입양 가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하던데.

▲ (권 소장) 빠르면 탄생 한 달 만에 입양 가기도 했다. 서구의 입양 부모들은 가능하면 신생아를 원한다. 어릴수록 현지 문화에 잘 적응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에서 신생아가 동날 정도였다.

-- 신생아가 동났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 (권 소장) 프랑스의 경우, 한국 아이를 기다리는 대기가 몇백명에 달했다.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였다. 한국은 900명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신생아 300명을 모아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나는 어떤 교수님이 과거 기자 시절에 찍은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테이블 위에 갓난아기 10여 명이 올려져 있었고, 외국인들이 둘러서서 고르는 장면이었다. 1960년대 상황이었다.

-- 한국의 입양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하는데, 그건 무슨 이야기인가.

▲ (권 소장) 예를 들어 한국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대리 입양제'라고 하는데, 입양아동을 그 나라 공항까지 직접 데려다주는 것을 말한다. 외국의 양부모가 한국에 와서 아이를 데려갈 필요가 없다.

-- 한국은 왜 그렇게 했나.

▲ (권 소장) 그 배경에는 해리 홀트가 있다. 그는 가능한 많은 한국 아동을 입양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미국에서 로비까지 벌여 난민구제법을 개정했다. 이로써 미국에서는 한 가정당 입양아동을 2명으로 제한한 규정이 없어졌다. 이후 홀트아동복지회(당시 홀트씨양자회)를 설립하고 전세기까지 동원해 대규모로 아동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러니 한국정부 역시 절차를 간단하게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1956년 국무회의에서 '대리 입양제'를 채택하고, 1961년 '고아입양특례법'에 이를 명시함으로써 그 근거법을 마련했다.

-- 한국 입양인은 친생부모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서양인들이 한국 아이를 선호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하는데.

▲ (배 대표) 그렇다. 대부분의 서양 양부모는 "한국에서 너는 버려졌다"고 가르친다. 이러니 입양 아동이 친부모를 찾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 않게 된다. 입양아동이 성인이 된 후에도 한국의 친부모가 만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을 때만 만남이 가능하다. 한국의 입양특례법이 그렇게 돼 있다.

잠 못 자는 병을 앓고 있는 프랑스 입양인 장성탄 씨
장성탄 씨는 심각하게 잠을 못 자는 질병을 앓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 등을 위해서는 친생부모 유전자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친생부모가 이를 거부해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부인 로리안 씨 사진 제공]


-- 실제로 입양인들이 성인이 돼서 한국의 부모를 찾으려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 (이 국장) 프랑스 입양인 장성탄 씨 사례에서 확인됐듯이 아동권리보장원 등은 친부모의 인적정보, 즉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친부모의 동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에 있는 친부모를 찾는 것은 아주 힘든 과정이다.

▲ (권 소장) 어떤 입양인은 "한국에서는 진돗개의 혈통도 다 아는데, 왜 우리한테는 부모의 인적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가?. 우리는 개만도 못하다는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 입양인들은 입양기관을 방문해도 설움을 많이 느낀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 (배 대표) 입양인들은 한국어를 모르니 내가 그들과 함께 입양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어떤 입양기관에 가보면 큰 건물에 직원은 별로 없다. 직원들은 계속 바뀌니 업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한번은 내가 더 많이 업무를 아시는 분과 대화를 나눌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무례하시네요, 나가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한번은 입양기관에 미리 서류를 요청해놓고 약속한 날에 방문했는데, 이 기관은 서류를 확보해놓지 않고 있었다. 입양인은 이틀 후에는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밖으로 나와서는 펑펑 울었다.

-- 개정 입양특례법에 따라 오는 7월 19일부터는 입양인들의 모든 정보공개 청구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집중되는 것인가.

▲ (이 국장) 그렇다. 입양인들은 아동권리보장원에 부모 정보 공개를 청구하게 된다. 그동안 입양기관에도 했고, 아동권리보장원에도 했다. 그런데 입양인들은 자기들과 관련한 정보가 입양기관에서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누락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입양기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별관)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


-- 그동안 입양기관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제대로 안 됐다고 보나.

▲ (이 국장) 보건복지부가 관리와 감독을 해야 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 과거에 한국 정부는 해외 입양을 장려했나.

▲ (권 소장) 과거 자료를 보면 확실히 그런 측면이 있다. 해외 입양을 혼외 임신 문제나 돌봄 사각지대의 아동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방편으로 본 것 같다. 게다가 입양아동 1명당 수수료 명목으로 국민소득의 2~3배까지 받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시대라면 1명당 200∼300달러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해서 입양기관은 점점 몸집을 키워 나갔고, 한국 정부는 아동 복지 비용을 절감하고 외화까지 벌게 되었으니 일거양득의 사업이었던 셈이다.

-- 보육원이 나서서 입양 보내자고 하는 경우도 있었나.

▲ (배 대표) 프랑스로 입양 가서 성폭행당했던 자매들에 대해 이미 언급했는데, 이들이 그런 사례다. 그 친아빠 말에 따르면 부인이 집에서 나갔고,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일하다 말고 돌아와서 아기 기저귀를 갈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기기로 했는데, 보육원은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면 아이는 입양을 가야 한다. 보육원에 맡긴 이상 아이를 입양 보내는 것을 막을 권리가 아빠에게 없다"고 했다고 한다.

-- 고아원에 맡기면 아이는 입양 가야 한다는 법률조항이 있나.

▲ (배 대표) 그런 조항을 보지 못했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와 그의 딸 희영
서기원 대표의 딸은 10세였던 1994년 남원의 집근처에서 실종됐다. 서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납치돼서 해외로 입양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기원 대표 사진제공]


-- 현재 해외 입양은 많이 줄었나.

▲ (권 소장) 1980년대에는 연간 8천명이 입양 간 적도 있지만 이제는 몇십명 수준으로 줄었다.

-- 감소한 이유는.

▲ (배 대표) 아이 수도 줄었지만, 외국이 한국 아이를 안 받으려 한다. 특히 유럽의 상당수 국가는 한국 아동 입양과정에서 불법이 많았다는 이유로 입양을 금지했다.

-- 무슨 불법이 있었다는 것인가.

▲ (권 소장) 서류 조작도 여기에 포함된다. 고아가 아닌데 고아로 조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는 고아라고 기록해야 입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확인되지 않은 미아 상태인데도 미혼모가 버린 것으로 조작되기도 했다. 전형적 스토리는 '젊은 여자가 공장에서 남자를 사귀어 아기를 만들었고, 키울 수 없으니 아기를 포기하고 입양에 동의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스토리를 만들면 입양이 훨씬 수월했다.

-- 납치 성격의 입양도 있었나.

▲ (권 소장) 1986년 6월에 경기도 오산에서 한 아기가 사라졌다. 그 아기는 서울 용산구 파출소에 미아로 접수됐고, 입양기관의 일시보호소로 넘겨졌다. 실종된 지 3∼4일 만에 이뤄진 일이다. 이 아기는 2∼3개월 후에 미국으로 입양 갔다. 이 아기의 할머니는 3년 동안 손주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 (권 소장)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한 여자아이는 7살 때인 1975년 5월 집 근처에서 친구하고 소꿉놀이하고 있었다. 엄마가 시장에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고, 딸은 친구와 계속 놀겠다고 했다. 엄마는 혼자 시장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딸이 보이지 않았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외할머니 집에 갔다고 했다. 외할머니집은 몇미터 안 되는 곳에 있었다. 엄마는 친정집에 갔지만 아이는 없었다. 그 이후 엄마는 30년간 아이를 보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딸을 만났다. 이제 30대 후반이 된 딸은 엄마에게 7살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어떤 여자가 어디에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고, 기차에서 내린 뒤 경찰서를 거쳐 입양 보내졌다고 했다. 딸은 자기 집과 외할머니집을 잊지 않기 위해 30년간 고향 동네의 지도를 계속 그렸다고 했다.

▲ (배 대표) 최근 실종가족 모임에 나갔는데, 아이가 납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가정이 많았다. 나는 일부 실종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종 아이들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프랑스 입양인 이은주 씨가 그린 광주 집 근처 거리 약도
이은주 씨는 6살 때 서울 영화관에서 버려져 프랑스로 입양 갔다. 위의 사진은 50대의 이은주 씨가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 배진시 대표한테 보여준 고향집 약도다.
[배진시 대표 제공]


-- 해외 입양은 금지해야 하나.

▲ (배 대표) 지금 한국 수준의 경제력이면 해외 입양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탈출구를 막아야 내부 시스템이 개선될 것이다.

-- 입양특례법이 바뀌어야 하나.

▲ (권 소장) 친생부모의 개인정보 보호 보다는 입양인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서양의 경우, 일부 나라는 한국처럼 친생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친생부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도록 했지만, 단서 조항을 달았다. 입양인과 친생부모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조항마저도 없다.

▲ (이 국장) 입양인 친부모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할 때 입양인의 손주들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입양인의 자녀가 한국에 와서 입양인의 부모(조부모)를 찾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입양인의 딸은 자신의 엄마가 숨지자 한국과의 인연이 끊어지고 말았다. 이 입양인이 한국에 와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행 입양특례법은 위헌 소지가 있나.

▲ (권 소장) 그렇다고 본다. 인간은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으며,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헌법 정신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권희정 소장과 이승환 사무국장(오른쪽)
[윤근영 기자 촬영]


-- 당국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권 소장) 현행법은 원가족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그게 안 될 경우 국내 입양을 하고, 5개월간 노력해도 국내 입양이 안 되면 국제 입양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와 국회는 보호출산제까지 도입했다. 위기 임산부와 빈곤 가정에 대한 돌봄과 지원을 강화하지 않고 도입한 것인데, 아동의 원가정 이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현재의 시설과 입양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고 강화하겠다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

▲ (이 국장) 아동권리보장원에 부모 정보 공개 요청 사이트가 있다. 여기에 여권번호와 이름 등을 입력하면 부모 정보를 이메일로 제공받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잘 작동되지 않는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문서를 등록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50대, 60대 등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입양인은 처리가 상당히 어렵다. 이런 것은 개선돼야 한다.

-- 입양인이 친부모를 찾을 때 친부모에게 등기를 보내는 방식도 문제라고 했는데.

▲ (이 국장)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은 친부모에게 등기를 보내서 인적정보를 알려줘도 되는지 묻는 방식으로 친부모 찾기를 진행한다. 그런데 등기방식으로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친부모가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부모의 배우자나 자녀 등이 그 서류를 알아볼 가능성도 있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 국가는 입양인이 받았던 고통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 (권 소장) 1956∼1984년 네덜란드는 여성이 미혼 상태에서 임신하면 시설에 들어가서 아기를 낳게 했고, 그 아기는 입양을 보냈다. 그 피해자가 1만5천여명에 달했다. 그 엄마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1차에서 기각됐고 최근의 헤이그 항소법원에서도 기각됐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판결문이 주목된다.

판결문은 "이것이 우리의 흑역사였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과거 혼외 임신은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임산부는 부모, 교회, 의료진 등으로부터 아기를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공소시효가 소멸했다고 해서 친생모의 고통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판결문은 그 엄마들의 고통에 공감한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이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대화하면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입양 문제도 피해자의 고통에 좀 더 공감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좋은 방안들이 모색되리라 본다.

(인터뷰 5차 기사 끝)

건강한 시절의 장성탄씨(오른쪽)와 부인 로리안씨
[부인 로리안 씨 제공]


<인터뷰 1차 기사 요약>

[삶] "국가가 보낸 입양아 죽어가는데…국가 수수방관, 말이 되나요"(2025년 3월17일 송고)

마티유 성탄 푸코(38·한국이름 장성탄)씨는 1986년 12월 한국 익산시(당시 이리시)에서 태어났고. 4개월 만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로 입양됐다. 장씨는 잠 못 자는 질병을 앓고 있다.

부인 로리안 시몬 씨는 이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효율적 치료를 위해서는 남편 친부모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특례법상 친부모의 동의 없이는 인적 정보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인적정보는 전화번호, 주소지 등을 말한다.

국가가 입양 보냈는데, 그 아이가 성장해서 죽어가고 있다. 국가가 이걸 방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입양인의 입장에서 법률을 해석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부모의 비밀보다는 입양인의 인권을 중시하는 쪽으로 법률이 바뀌고 있다. 1975년 영국은 입양인이 18세가 되면 자기 출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아동법에 명시했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주마다 다른데, 입양아가 원하면 친생부모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더 많아졌다. 유엔(UN)도 친생부모의 삶보다는 아동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천명하고 있다. 한국도 입양특례 법령을 비롯한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인터뷰 2차 기사 요약>

[삶] "서양 양아빠, 한국자매 6년간 성폭행…일부러 뚱뚱해진 소녀"(2025년 3월31일 송고)

해외로 입양 간 아동은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를 겪는 경우가 있다. 양부모에 의해 성폭력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인 3자매가 있었다. 중산층의 유럽 가정으로 입양을 갔다. 첫째 아이가 13살이 되자 양아빠는 성폭행을 시작했다. 둘째 아이가 성장해서 그 나이가 되자 양아빠는 둘째도 성폭행했다. 둘째 아이는 "내가 못생겨지면 아빠가 덜 건드릴 것"이라면서 매일 초콜릿 크림 1∼2통씩 먹었다.

양아빠는 그 지역에서 신망 있는 전문직 종사자였고, 동양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입양해 잘 키운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는 집안 행사 때 자기가 딸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여러 사람 앞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어떤 아이는 미국에 입양 가자마자 오줌을 쌌다고 한다. 적응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목사였던 양아빠는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은 훈육이 덜 됐기 때문이라면서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고 한다.

<인터뷰 3차 기사 요약>

[삶] "큰길 양편에 서서 얼굴만 보자 하네요, 친엄마가"…입양인 눈물(2025년 5월12일 송고)

프랑스로 입양 가서 그곳에서 성장한 40대 딸은 친엄마가 보고 싶었다. 딸은 입양기관을 통해 간신히 엄마를 찾아냈다. 딸은 2005년 입양기관 사무실에서 15분 정도 친엄마를 만났다. 너무 아쉬웠기에 다시 보고 싶었던 딸은 2010년 친엄마한테 연락했다.

그런데 친엄마는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딸이 서울 동대문의 큰 도로 건너편에 서 있으면 자기는 도로의 반대편에서 얼굴을 보고 가겠다고 했다.

이런 입양인의 비극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입양기관에 허가를 내준 주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양기관에 대한 관리와 감독 책임도 갖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의 아기와 아동을 해외로 보내는 것에 대한 허가도 내줬다.

장관급 위원장을 두고 있는 독립조사기구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최근에 해외 입양과 관련해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홀트아동복지회를 비롯한 4대 입양기관의 불법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인터뷰 4차 기사 요약>

[삶] "난 6살때 가족에 의해 영화관에 버려졌다"(2025년 5월25일)

프랑스 입양인 이은주는 어린시절 삼촌 등과 광주 또는 그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 6살 때인 1974년 12월, 서울의 할머니 집에 며칠 놀러 갔다. 그런데 삼촌(불명확)이 올라와서는 밥을 사주고, 종로의 영화관에 데려갔다. 영화관의 상점에서 사탕도 사줬다. 그러고는 화장실에 다녀올 테니 기다리라고 하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은주는 화장실 문을 하나하나 모두 열어봤지만, 삼촌은 없었다.

이은주는 파출소, 아동보호소, 입양기관을 거쳐 프랑스로 입양됐다. 갑자기 외모, 언어, 냄새 등 모든 것이 다른 곳에 왔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착하게 살아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다시 버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도 6개월 만에 배웠는데,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은주는 성인이 돼서 한국을 방문했는데, 여러 기록을 찾아봤더니 원래 이름은 김은주가 아닌 이은주였다. 입양기관 등을 거치면서 김은주로 바뀐 것이다.

이은주는 "한국은 나에게 묻지도 않고 나의 이름과 국적을 바꿨다. 나는 6살 당시 살던 곳, 가족들의 이름을 말할 수 있었는데 그런 내용은 기록에 전혀 없다. 한국이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승환 국장(왼쪽), 배진시 대표(가운데), 권희정 소장(오른쪽)
[진성철 기자 촬영]


<인터뷰이 소개>

인터뷰에 참여한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MOAA) 대표는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철학 박사학위를 위해 2005년 프랑스에 유학하러 갔는데, 그곳의 대학교 등에서 한글을 가르치다 많은 한국 출신 입양인을 만나게 됐다. 귀국 후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양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부모를 찾는 해외 입양인들을 위해 지방 곳곳을 함께 다니며 통역을 해주기도 했다. 작년 1월에는 몽테뉴해와입양연대(MOAA)를 창립해 입양인에 대한 도움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몽테뉴인문학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집필과 강연도 하고 있다.

이승훈 MOAA 사무국장은 약대를 졸업한 후에 한약국을 운영하는 시민이다. 입양인들이 한국에 오면 직접 승합차를 운전해 이동시켜주고, 특정 지역 방문과 행정기관 서류 처리 등을 돕고 있다.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 소장은 2008년부터 5년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다. 그는 미혼모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작년에 현재의 연구소를 창립했다. 미혼모 문제에 대해 18년간 연구하고 글을 쓰다 보니 입양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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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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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00 울산 시내버스 80% 멈췄다…노사 교섭 결렬로 무기한 파업 랭크뉴스 2025.06.07
48899 “北 인터넷망 대규모 접속 장애… 내부 문제 가능성” 랭크뉴스 2025.06.07
48898 산책 중 종아리 통증 있다면…‘이 병’ 의심하세요 랭크뉴스 2025.06.07
48897 "당론 뒤에 숨었다" 국힘 릴레이 반성···최형두 대국민 사과 랭크뉴스 2025.06.07
48896 설교하던 목사, 그 자리서 숨졌다…생중계된 교회 충격 순간 랭크뉴스 2025.06.07
48895 "북한 인터넷망 광범위 먹통 사태…내부 문제 원인 가능성" 랭크뉴스 2025.06.07
48894 "받을 돈 있어서"…수시로 연락하고 찾아간 20대 전과자 전락 랭크뉴스 2025.06.07
48893 [속보] 로이터 “북한 인터넷망 대규모 먹통 사태” 랭크뉴스 2025.06.07
48892 웃는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전임 정부 인사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겠습니다[신문 1면 사진들] 랭크뉴스 2025.06.07
48891 [샷!] '슬기로운 득템'…3만원어치 빵을 반값에 랭크뉴스 2025.06.07
48890 [속보] "북한 인터넷망 광범위 먹통 사태…내부 문제 원인 가능성" 랭크뉴스 2025.06.07
48889 “후임이 병장이고 선임이 일병인 게 말이 되나요?”…병사 진급 제도 논란 [잇슈#태그] 랭크뉴스 2025.06.07
48888 "북한 인터넷 대규모 접속 장애 사태…내부 문제 원인 가능성" 랭크뉴스 2025.06.07
48887 李대통령·김문수 선거비 전액보전…이준석은 못 받아 랭크뉴스 2025.06.07
48886 [주간코인시황] 한국도 비트코인 ETF 출시되나… 제도화 기대감 상승 랭크뉴스 2025.06.07
48885 ‘헬리콥터 부모’가 자녀 정신건강까지 해친다고? [건강하십니까] 랭크뉴스 2025.06.07
48884 경찰, '댓글 조작 의혹' 리박스쿨 건물 CCTV 영상 확보 랭크뉴스 2025.06.07
48883 [단독]법원, 동대문 신평화패션타운 관리단 회장 직무정지…무슨 일 있었길래? 랭크뉴스 2025.06.07
48882 "중대재해법 사건 유죄율 '중소기업 건설사' 가장 높아" 랭크뉴스 2025.06.07
48881 與, '오천피' 걸고 주주권익 드라이브…매운맛 상법·자본시장법 온다 [법안 돋보기] 랭크뉴스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