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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 리뷰, 새 정부에 바란다 - 전문가 4인 좌담
동서 분열, 세대 대립, 젠더 갈등…. 6·3 대선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축적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기존 단층선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고 새로이 추가된 단층선은 더 확연해졌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중앙SUNDAY는 이번 대선의 의미와 남긴 과제, 그리고 향후 이재명 정부가 직면할 도전 및 해결 방안 등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 신정섭 숭실대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가 5일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연구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이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이번 대선을 어떻게 봤는지부터 물었다.

6·3 대선 하루 전인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 유세에 모인 지지자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10~2018년 성남시장을 지냈다. 이 대통령은 3일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며, 1728만7513표는 역대 최다 득표다. 김성룡 기자
▶손열=“12·3 비상계엄부터 6·3 조기 대선까지 딱 6개월이다. 정부 기능이 멈춘 ‘잃어버린 6개월’을 보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을 치르면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반복했다. 정치적으로 ‘잃어버린 8년’이 아니었나 싶다.”

▶신정섭=“6·3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첫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반을 가져갈 것인가, 둘째 양당에 대한 비호감이 높은 상황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약진해 10%를 넘을 것인가였다. 둘 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50%를 넘기지 못했다. 역대 최다 득표라고 하지만 득표율만 보면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지역구 득표율(50.56%)보다 낮았다. 제3세력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이준석 후보는 10%를 넘기지 못했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1%가 채 안 되는 역대 최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른 19대 대선에선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6.17%까지 얻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하나를 들자면 사표 방지 심리다. 승자 독식 구조인 한국 대선 특성상 ‘상대방이 집권하면 안 된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 제3정당으로 향했던 표심을 억제했을 것으로 보인다.”

▶임성학=“윤석열 전 대통령과 분명히 절연하지 않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40% 이상 득표했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심화된 한국 사회의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단계라는 것을 보여줬다. 선거로 정권이 바뀌면 안정적 분위기가 곧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분열상을 보니 매우 험난한 길이 될 것 같다.”

▶이재묵=“이 대통령으로서는 고무적인 면과 실망스러운 면이 교차한 선거였다. 역대 최다 득표였지만 과반에 실패했고,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득표 합계는 이재명 후보보다 높았다. 특히 서울에선 관악·동대문·마포 등 대학가에서 이준석 후보의 표가 많이 나왔다. 앞으로 주요 유권자층이 될 후속 세대의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반면 부산·울산·경남(PK)에서 40%가량 득표한 건 고무적일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PK도 해 볼만한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또 한강벨트를 탈환했는데, 종합부동산세를 낮추고 상속세를 완화한 전략적 포석이 주효했다고 본다.”

이준석, 관악·동대문 등 대학가 표 많이 나와
▶신=“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회·정부를 확보한) 단점 정부가 됐지만 예상보다 낮은 득표는 향후 정국을 주도하는 데 있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0%대 초반이었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은 20%대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80%대의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도 컸다. 이재명 정부는 이렇게 높은 지지를 얻으며 출발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정책 경쟁이 없었다. 양당의 대선공약집이 사전투표일에 임박해서야 나온 게 그 상징이었다.

5일 서울 사직동 동아시아연구원에서 대담 중인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 신정섭 숭실대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왼쪽부터). 최영재 기자
▶손=“정책과 관련해선 거의 깜깜이 선거에 가까웠다. 특히 외교정책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인데 이슈를 만들지 못했다. 정서적으로 서로를 혐오하고 퇴출되어야 하는 세력으로 보니까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이 토론의 전부였다. 이런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정책의 자리가 더 좁아질 텐데 향후 한국 정치의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존 정책의 재탕이 많았다. 시간이 부족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기본소득 같은 기존의 핵심 어젠다가 많이 빠졌다. 강한 공약을 꺼냈다가 표를 잃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가고 싶다는 바람이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양당이 공약에서는 차별화가 안 됐다.”

이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대통령직을 시작했다. 정치·경제·외교 등 다중 위기 속 몸풀기도 전에 전력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최다 득표, PK 선전, 4050 세대의 열렬한 지지 등에 고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전임자들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다수당이 입법 독주를 할 때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모르고 힘으로 제압하려다가 실패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도전은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대야소였던 문재인 정부도 승리에 도취되어 ‘적폐 청산’에 몰두하다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이 대통령도 ‘내란을 종식시켰다’ ‘강력한 개혁을 해야한다’고 도취될 수 있는데, 오히려 ‘왜 내가 과반을 얻지 못했나’를 고민하면서 남은 절반을 어떻게 나의 편으로 끌어들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전임자와 다른 종착지에 도달할 수 있다.”

▶임=“다들 탄핵 후 대선을 치르며 한국의 민주적 회복성을 이야기하지만 현재 내재된 문제들은 언제든 다시 발현될 수 있다. 굉장히 걱정이 된다. 후안 린츠와 알프레드 스테판은 민주국가의 붕괴 과정을 ①민주주의 체제 정당성의 위기 ②정치적 양극화 ③헌법적 위기로 분석했다. 우리의 현실이 매우 흡사하다. 지금처럼 정치가 양극화하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헌법적 문제로 만들게 된다. 헌법 기관 간의 갈등으로 확산하면서 결국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 윤 전 대통령 때의 행정부와 입법부의 위기는 이제 해결되겠지만, 입법부와 사법부의 갈등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양측의 갈등이 큰 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중재하고 노력해야 한다.”

▶신=“지역주의는 여전히 살아있고 세대 갈등이 더해진데다 젊은 세대 내에선 젠더 갈등까지 깊어졌다는 게 확인됐다. ‘통합’이 더 힘들어진 것이다. 특히 세대 갈등은 꽤 오래갈 거란 생각이 든다. 4050 세대는 ‘보수정당=기득권’이라 생각한다. 이들에게 민주당은 항상 핍박받는 정치세력이다. 반면 2030 세대는 ‘민주당=기득권’이다. 이들이 정치에 눈을 뜬 건 10여 년 전부터인데 민주당이 2016년 총선에서 1당이 됐고, 이후 줄곧 의회를 장악했고 대체로 정부도 갖고 있었다. 민주당은 늘 자신의 지지층이 억압받는 계층이라지만 2030은 이를 모순이라고 여긴다. 이런 괴리가 쌓이면서 젊은 세대의 민주당에 대한 반감은 계속 커질 수 있다.”

야당도 역할 할 수 있게 정치 공간 제공해야
▶이=“지금 상황은 도리어 보수 세력이 위축돼 있다. 전광훈 목사로 상징되는 극우 시위나 유튜브 정도로 위세를 과시한다. 세련미를 잃어버려 사회적으로 사실상 고립됐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이후로는 호남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안정적 지지가 나오고, 주요 유권자 층에서도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일 때만 잘 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사회 주류로서의 정체성 정립이 필요하다.”

결국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어졌다.

▶임=“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2년 10개월 뒤 총선이다. 문재인 정부 때와 비슷한 정치일정인데, 문재인 정부는 두 선거를 모두 이겼지만 정치를 안정시키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야당에게도 정치적 공간을 열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화근이 됐다. 정치적 타협을 포기하면서 사법에 기대는 정쟁의 사법화가 이때부터 심화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자주 만나 밥도 먹고, 야당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신=“앞선 정부의 실패는 결국 친문계, 친윤계가 모든 걸 쥐면서 소통이 안 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당권을 장악하고 대통령의 귀를 막고 내부 비판을 어렵게 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통합을 얘기하는데, 민주당 내 주요 포스트는 친명계로 꽉 차 있다. 여당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내각도 민주당 외의 인사들로 구성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임=“윤석열 정부가 초기 6개월 만에 부정적 평가로 기울어진 요인이 인사 문제다. 국무총리 지명은 조금 더 통합적인 인물로 했으면 했다. 다만, 인수위가 없는 상황인 만큼 손발이 잘 맞는 인사를 기용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이=“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첫 총리 인사가 실망스럽다’고 하더라. 국민의힘 정부에선 호남 인사를, 민주당 정부에선 영남 인사를 쓰는 것이 기존 인사의 ‘문법’이었다. 그런데 서울 출신에 친명계로 분류된 인사를 세우니까 뒷말이 나온다. 다만 총리에게 권한을 많이 나누고 분권을 실현한다면 이런 잡음도 희석되지 않을까.”

▶임=“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여야가 합의해서 빨리 할 수 있는 것들을 처리해야 한다. 사실 기후 문제나 AI 등은 양측 공약이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연금개혁도 여야 합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반응이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두 정상 간 통화가 지연되고 미국이 당선 반응에 대중 경고를 덧붙인 것 때문이다.

▶손=“워싱턴의 강경파 쪽에서 나오는 우려들이 있다. 주로 중국과 관련되어 한국이 한·미·일 협력 대오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용과 국익에 기반한 외교를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취임 메시지가 아직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그간의 이미지를 놓고 나오는 이야기라고 본다. 다만 실리를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긴 하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6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때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가 시금석이 될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어제(4일) 한·미·일 협력도 중요하고 한국과 일본의 파트너십이 계속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는데, 그간 민주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의혹 제기나 강제동원 관련 제3자 변제안 비난 등에서 보인 태도와는 달랐다. 이재명 정부가 전향적으로 확실한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

▶이=“이런 때 중국이나 북한보다 일본 정상과 먼저 만난다든지 해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면 이 대통령의 정치적·외교적 공간을 넓힐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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