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짙은 야구모자를 쓴 남성이 필로티 구조 오피스텔 1층 주차장에서 오토바이를 끌고 나온다. 폐쇄회로(CC)TV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이점은 새하얀 운동화를 신었다는 것뿐 이름은 물론 나이도 알 수 없다. 지난달 11일 오후 11시57분쯤 경기 안산 단원구 선부동의 한 오피스텔 CCTV에 포착된 2인조 절도범들의 모습이다.

오토바이 트렁크를 뒤로 밀어 둘이 탈 수 있도록 조정하더니 이내 시동을 걸고 CCTV 사각지대로 사라진다. 이들을 안산단원경찰서 선부3파출소 경찰관들이 13일간의 추적 끝에 검거했다. 절도 사건 발생 이튿날 오전 112 신고를 접수한 허재호(54) 순찰2팀장(경감)은 팀원들과 함께 신고 대응이 뜸한 근무시간과 퇴근 이후 틈나는 대로 범행 발생지 주변부터 CCTV로 용의자들의 동선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용의자 둘은 범행 당일 인근 자동차 공업사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간 뒤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조사 결과 차량 번호판을 훔치는 중이었다. 허 팀장과 노해룡(44) 경위, 이규한(37) 경장은 인근 철물점, 주유소, 부동산 중개업소, 안경원, 호프집, 식당 등 상가 점포 50여 곳의 CCTV와 방범 CCTV를 뒤져 꼬박 2주 만에 흰 운동화 용의자의 자택을 찾아냈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선부3파출소 순찰2팀 허재호(왼쪽부터) 경감과 노해룡 경위, 이규한 경장이 관내 방범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고 있다. 손성배 기자

용의자 자택엔 CCTV에 남은 인상착의와 사뭇 다른 중년의 남성 혼자 있었다. 이 남성은 용의자 A군(15)의 아버지였다. 3시간여 기다린 끝에 A군이 귀가했고, 아들과 함께 파출소로 온 아버지는 “제 아들이 맞다. 탈선하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며 “잡으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허 경감은 “잡고 보니 미자(미성년자)였다”며 “파출소 경찰관은 통신·영장 수사 권한이 없지만, 관내에서 강력 범죄로 분류되는 절도 사건이 발생한 만큼 추가 범행을 막자는 마음으로 팀원들을 다독였다. 시민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검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군과 친구 B군은 오토바이만 훔친 게 아니었다. 선부동에서 25㎞ 떨어진 송도 중고차 수출 매매단지에서 외제차 아우디 세단을 훔치고, 연료가 떨어진 오토바이는 오는 길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튿날인 지난달 12일 재차 매매단지에 가서 포르쉐 스포츠카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형들한테 송도 수출단지에 가면 차를 끌어올 수 있다고 들어서 한 번 해본 것”이라며 “타고 다니다 다시 갖다 놓으려고 했다. 이제 더 큰 잘못을 하면 안 된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허 경감은 “고작 15년 산 어린 학생들이라 검거하고도 마음이 안 좋았다. ‘앞으로 70년은 더 살아야 할텐데 계속 사고 치고 불법을 저지를 것이냐’는 식으로 어르고 달랬다”며 “다신 사고 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마음과 같이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했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선부3파출소 순찰2팀 허재호(오른쪽부터) 경감과 노해룡 경위, 이규한 경장이 관내 방범 폐쇄회로(CC)TV를 뒤로 한 채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선부3파출소 순찰2팀의 절도범 검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26일엔 이른바 ‘차털이’ 특수절도 혐의 미성년자 4명을 CCTV 추적으로 검거했고, 지난달 1일엔 킥보드를 훔쳐 달아난 미성년 피의자도 CCTV 동선 파악으로 찾아냈다.

미성년 절도 사건이 잇따르자 범죄 예방 교육도 추진 중이다. 이규한 경장은 “용의자들을 반드시, 신속하게 검거한다는 자세로 가가호호 방문해 신원을 특정했더니 미성년자였다”며 “제복 입은 경찰관으로서 보다 나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발 더 뛰겠다”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869 장난 중이었다지만…동료보는데 남성동료 속옷 내려 추행한 여성 랭크뉴스 2025.06.07
48868 현충일에 버려진 태극기 더미 논란에 서경덕 "국기법 지켜야" 랭크뉴스 2025.06.07
48867 제주삼다수 놓치면 4천억 원 날린다?…광동제약에 무슨 일이? [잇슈#태그] 랭크뉴스 2025.06.07
48866 이준석에 쏟아지는 분노?...'제명 청원' 20만명 넘었다 랭크뉴스 2025.06.07
48865 뉴욕증시, 美 고용지표 호조에 1%대 강세 마감 랭크뉴스 2025.06.07
48864 이 대통령 “자주 만나길”-트럼프 “방미 초청”…첫 정상 통화 랭크뉴스 2025.06.07
48863 “이 손 잡아주세요” 4년 철창 갇힌 백구의 간절한 행동 [개st하우스] 랭크뉴스 2025.06.07
48862 국장에선 힘 못쓰는 AI… 중소형주 주가만 들썩 랭크뉴스 2025.06.07
48861 헌법재판관이 고백한 불행한 가정사, '남자다움의 비극' 보이시나요 랭크뉴스 2025.06.07
48860 ‘대통합’ 내세운 이 대통령, 관용과 절제할 수 있을까 랭크뉴스 2025.06.07
48859 해리스 前대사 “北, 존재론적 위협…李대통령, 명확히 인식해야 할 과제" 랭크뉴스 2025.06.07
48858 "미친 공무원들이 동네 살렸다" 90만송이 수국맛집 된 장생포 랭크뉴스 2025.06.07
48857 주말 초여름 더위 계속…다음 주 1호 태풍 가능성 랭크뉴스 2025.06.07
48856 올해 민간 아파트 40%가 청약 미달… 인천·경기도 미분양 랭크뉴스 2025.06.07
48855 "쿠팡이 쿠팡했다"...흔들리는 배민 '천하' 랭크뉴스 2025.06.07
48854 울산 시내버스 노조 6년 만에 파업 돌입 랭크뉴스 2025.06.07
48853 "이럴수가…" 은행원들 '충격' 소식에 밤잠 설쳤다 랭크뉴스 2025.06.07
48852 골프 라운딩 약속한 이 대통령-트럼프…피습 경험 이야기에 ‘공감대’ 랭크뉴스 2025.06.07
48851 [제보는 MBC] 에어비앤비 동의 안 했더니‥이웃집을 '빈집'이라고? 랭크뉴스 2025.06.07
48850 "닫히기 전에 빨리 봐야"‥청와대 관람객 급증 랭크뉴스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