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관세 협상을 조속히 마칠 수 있게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선거운동·피습 경험 등을 주제로 공감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골프 라운딩도 함께 하기로 했다. 한미 정상 외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물꼬가 트인 만큼 관세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 당면 현안에도 진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약 2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하며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강 대변인은 "두 대통령은 서로의 리더십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관세 합의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해 가기로

관세 협의와 관련해서는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실무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 국가를 상대로 설정한 관세 유예 만료일은 내달 8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했고, 이 대통령은 한미가 특별한 동맹으로서 자주 만나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강 대변인은 "두 대통령은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한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 방문 계기 등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현안인 주한미군 재배치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대화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보에 "추후 설명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위원회 행사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대선서 피습 당했던 경험 공유하며 골프 라운딩 약속도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도 주고 받았다. 두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피습을 당해 아찔했던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며 "어려움을 이겨내며 강력한 리더십이 나온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두 대통령은 각자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름난 골프광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모자를 지지자들로부터 선물 받은 일화를 소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명성을 가진 이 대통령을 곧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강 대변인은 "오늘 통화는 한미 관계 당면 현안 논의는 물론 정상 차원의 신뢰와 우의를 쌓은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강 대변인, 외교부 북미국장이 배석했다.

'한미 동맹 이상기류' 우려 일부 덜었지만 과제 많아

두 정상의 통화는 이 대통령 취임(4일) 사흘 만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미국 대통령과 취임 첫날 또는 이튿날 처음 통화한 것에 비춰 다소 늦어져, 한미 동맹에 이상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모두 취임 당일 밤 한미 정상 첫 통화를 했다.

통화 지연은 미 백악관이 이 대통령 취임 직후 공식 입장을 통해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미국은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한다"고 언급한 것과 맞물려 우려를 키웠다.

이날 통화로 이런 우려는 일부 덜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 없이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거친 상대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일보

이성택 기자 ([email protected]) 우태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