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현충일 추념사의 핵심 키워드는 ‘북한’(윤석열 전 대통령)도, ‘통합’(문재인 전 대통령)도 아닌 '보훈'이었다. 이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며 보훈의료체계 구축 등 구체적인 정책을 언급했다.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주년 현충일 추념식에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참석한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해마다 현충일을 기리는 이유는 기억하고, 기록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 대상으로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전장으로 나선 군 장병과 젊은이”, “독재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수많은 분”을 차례로 말했다. 독립·호국·민주라는 이른바 ‘보훈의 삼각뿔’을 고루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추념사의 앞쪽 절반은 ‘독립·호국·민주’를 위한 희생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면, 뒤쪽 절반은 이들을 위한 보훈을 약속하는 데 썼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보훈은 희생과 헌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과 의무”라며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은 이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게 “예우는 더 높게, 지원은 더 두텁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참전유공자 배우자의 생활고 사각지대 해소, 국가유공자를 위한 빈틈없는 보훈의료체계 구축, 군 경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 현실화 등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또 군 장병, 소방관, 경찰관의 복무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들을 “제복 입은 민주시민”이라고 칭했는데, 제복을 입어도 결국엔 민주 시민의 일원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2000여자 추념사에서 ‘희생’과 ‘헌신’은 합쳐서 20번 나왔고, 보훈을 약속하는 단어인 ‘책임’ ‘보상’ ‘예우’ ‘기억’은 합쳐 15번 등장했다. 즉, 추념사는 전체적으로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의 뜻을 풀이하고 약속하는 구조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참석자를 위로하며 포옹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의 추념사가 “희생에 합당한 보상”에 초점이 맞춰있는 만큼 이념 색은 옅었다. 특히, 전 정부 첫 현충일 추념사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 “공산 세력의 침략” 등의 발언을 했다.
과거 정부는 추념사를 통해 새 정부의 핵심 가치를 설명했는데, 이 대통령의 추념사에선 그런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통합’의 메시지를 냈다.
추념식에는 지난달 해군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故) 박진우 중령, 고 이태훈 소령, 고 윤동규 상사, 고 강신원 상사의 유족과 2023년 12월 서귀포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의 유족이 초청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당초 보훈부 초청 명단에는 없었으나 이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추념식에 입장하며 특히 고 박진우 중령의 어린 자녀와 배우자 앞에 오래 머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한편,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추념식을 마치고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했다. “살구, 열무김치, 돼지고기, 찹쌀도넛 등을 온누리상품권과 현금 등으로 구매해 직접 가져온 장바구니에 담았다”(강 대변인)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