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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민경욱 ‘부정선거 주장’ 인천 연수구 개표소 참관기
3일 인천 연수구 선학체육관에서 연수구 지역 21대 대통령 선거의 개표가 진행 중이다. 정봉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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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어떻게 유효표냐고.”

지난 3일 밤 9시께, 대선 개표 작업이 한창인 인천 연수구 선학체육관에서 국민의힘 추천 ‘개표 참관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는 표기가 해당 칸 일부에 걸쳐 있는데도 이를 부당하게 유효표로 처리했다는 항의였다. 호기로운 문제 제기는 판례를 통해 확립한 유효표 기준을 설명하는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직원 앞에서 힘을 잃었다. 선관위 기준으로는 기표도장의 일부가 기호·정당명·이름 등에 조금 걸쳐 있어도 유효표로 본다. 국민의힘 참관인은 “말이 안 되잖아, 말이”라며 한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겨레는 이날 인천 연수구에서 진행된 21대 대통령 선거 개표에 선거 사무원(질서유지 업무) 자격으로 참여해 개표 과정을 지켜봤다. 저녁 8시20분께 26만8737표가 담긴 연수구 133개 투표함이 선학체육관 개표소로 들어왔다. 투표 사무원, 대통령 후보가 있는 각 정당 추천 참관인과, 일반 시민 중에서 선정된 이들까지 모두 600여명이 한데 모여 개표를 진행하고 감시했다. 인천 연수구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된 곳이다.

부정선거론자들은 대표적으로 △투표지 분류기를 조작해 실제 득표에 차이가 생기고 △재검표 과정에서 접힌 자국이 거의 없는 빳빳한 투표지(형상기억종이)가 발견됐다며 조작된 가짜 투표지가 사전투표에 대량 투입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표 현장에서 이런 의혹은 상식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워 보였다.

개표소는 크게 △봉인지를 뜯고 투표함을 여는 ‘개함부’ △기계로 투표지를 구분하는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 △사무원이 수작업으로 재확인하는 ‘심사집계부’로 나뉜다. 집계 뒤에는 연수구 선관위원들의 확인·보고를 거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개표 결과가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참관인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거나 선관위에 그때그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투표함이 도착하자 참관인들은 투표함에 붙은 ‘특수봉인지’ 훼손 여부부터 확인했다. ‘특수봉인지를 뜯고 조작된 표를 집어넣는다’는 건 부정선거론자들의 대표적 주장이다. 하지만 특수봉인지는 한번 뜯으면 그 흔적이 봉인지에 남도록 제작돼, 바로 훼손 여부를 알 수 있다. 이날 한 참관인은 사전투표 당일 찍은 투표함 사진을 이날 개표소에 온 투표함과 일일이 비교했지만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투표지 분류기도 참관인의 관심 대상이었다. 부정선거론자들은 ‘외부에서 분류기를 해킹해 득표수를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날 현장에서 살펴본 분류기 11대는 모두 외부와의 온라인 접속이 ‘차단’돼 있었다. 외부 해킹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분류기는 분류 과정에서 표 이미지를 저장해 ‘증거’도 남긴다. 이날 선거사무원으로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에서 일한 최아무개(42)씨는 “모든 투표지의 사진이 스캔 되어 저장된다. 증거가 남아 부정선거 하려면 현장에서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입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분류기에 오작동이 있더라도 심사집계부에서 선거 사무원들이 손수 진행하는 수검표로 바로잡힌다. 이날 수검표 과정에서도 이재명 후보 표 뭉치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표 2장이 섞여든 것이 바로잡혔다. ‘접힌 흔적 없는 투표지’가 부정선거 증거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었다. 회송용 봉투에 담겨 오는 관외 사전투표 투표용지는 애초 ‘접혀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한번 접혔던 투표지도 육안으로는 접힌 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날 개표소에는 개표 현장 곳곳을 밀접하게 볼 수 있는 참관인은 물론 ‘개표 관람’ 자격으로 개표장 2층에서 전체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까지 시민 수백명이 모였다. 심사집계 업무에 참여한 김선호(32)씨는 “수 많은 참관인과 관람인이 지켜봐 ‘책잡힐 일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참관인이 이의제기를 할 때마다 선관위의 확인과 설명이 이어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표소는 사무원, 기자, 참관인들에게 열려있고 이들은 카메라 채증까지 한다”며 “(부정선거가 일어나려면) 많은 돈과 기술, 인력이 동원돼야 함은 물론 이들 모두가 공모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대한 사건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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