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사무실에 왔는데,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를 제공할 직원도 없다. 컴퓨터, 프린터도 없다.”
4일 ‘이재명정부 1기 주요 인선’ 발표차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처음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총리·국정원장 후보자에 각각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을 지명하는 등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비서실장에는 강훈식 의원, 안보실장에 위성락 의원, 경호처장에 황인권 전 육군대장을 임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1호 지시’ 경제 부문 인선은 빠져
이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 등 ‘경제 정책’ 라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앞서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 비상경제대응TF를 꾸리고, 민생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정책실장을 발표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인선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 관련 장관이나 그런 자리가 급하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그건 중장기적 경제정책과 관련이 깊다”면서 “지금은 ‘당장, 바로 시행할 수 있는’ 회생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핵심으로 꼽은 뒤 “이르면 오늘 저녁에라도 모든 관련 부처 책임자, 실무자를 다 모아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원칙과 규모, 방식 등을 최대한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 문제는 소수의 몇 사람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당의 의견, 시민들의 의견, 야당과 언론 의견도 미리 들어보는게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그런 기회를 좀 가진 다음에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한일관계, 현안 뒤섞지 말고 실용적 관점 필요”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협력할 건 협력하고, 정리할 건 정리하되 가능하면 현안을 뒤섞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일 관계와 과거사 문제 해결 방안’을 묻는 일본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실용적인 관점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건 추진하고, 피해가 되는 건 피하되 이해관계를 조정해 가며 적정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을 그대로 진행할 것인가’라는 외신 질문에 “강제징용 문제에는 위안부 문제까지 포함될 수 있겠는데,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국가 간 신뢰의 문제가 있다. 국가 정책을 개인적 신념 같은 것으로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그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98년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거론한 뒤 “한일 관계에 관해 아주 바람직한 합의가 있었다. 가급적이면 그런 국가 간 합의도 지켜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상인의 현실감각, 서생의 문제의식’ 두 가지를 다 갖춰야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셨는데, 한일 관계도 그러한 실용적인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진지하게 본심으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경쟁할 건 경쟁하는 합리적인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으나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경제, 안보, 기술 문제, 문화 교류 등 쌍방에 도움 되는 것들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서로 도움이 되는 선린 우호 관계, 공동 번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이슬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