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을 만든 사람들
정진상·김용·김남준·김현지 핵심…이한주는 ‘정책 멘토’
정성호 등 ‘원조’ 7인회, ‘신명’ 지도부와 범친명 중진 뭉쳐
친노·친문 잇는 선대위원장단…보수·비명 인사 다수 합류
세 번의 도전 끝에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의 곁에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한 참모·원조 지지 그룹과 경기지사·20대 대선 후보·국회의원·연임 당대표를 거치며 형성된 다층적 친이재명(친명)계 인사들이 넓게 포진했다.
‘변방의 장수’로 불렸던 19대·20대 대선 출마 시기를 거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체제를 완성한 뒤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는 계파를 불문하고 당의 모든 인력이 한몸처럼 움직였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진영과 이념을 초월한 매머드급으로 꾸렸다. 이 당선인 측근 그룹들과 대선 과정에서 선대위에 합류한 인사들 중 일부는 이번 정부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남·경기라인 최측근 그룹
이 당선인의 최측근 그룹에는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한 성남·경기라인이 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남준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부실장, 김현지 보좌관 등 ‘성남 라인 4인방’은 대체 불가한 핵심 그룹이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사건 재판으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김 전 부실장과 김 보좌관이 핵심 실무를 맡았다.
지역 언론인 출신인 김 전 부실장은 성남시청 대변인으로 발탁된 후 꾸준히 이 당선인의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 대선에선 경선 캠프 대변인, 이번 대선에선 당 중앙선대위 후보실 일정팀의 선임팀장을 맡았다. 김 보좌관은 성남 지역 시민단체에서 이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뒤 30년 가까이 그를 수행하고 있다. ‘복심’으로 불리는 정 전 실장 역시 원거리에서 이 당선인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정책 멘토인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 이 당선인을 만나 40년 가까이 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 당선인이 성남시장이 된 후 ‘3대 무상 복지’(무상 교복·청년배당·산후조리원)를 설계하는 등 정책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경기지사 시절 함께한 참모들도 중앙선대위에 다수 합류하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김락중 전 경기도 정책보좌관과 김상호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본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고문도 경기지사 시절부터 함께한 원외 인사로, 호남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해왔다.
■‘원조’ 7인회와 ‘신명’ 지도부
원내 친명 그룹은 원조 친명계와 신명계, 범친명계로 나뉜다. 2017년 대선 때부터 그를 지원한 ‘7인회’가 원조 친명계다. 정성호·김영진·문진석 의원과 김병욱·김남국·이규민·임종성 전 의원 등이 해당한다. 좌장인 정 의원은 이 당선인과 1987년 사법연수원에서 만나 38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영진·문진석 의원과 김남국 전 의원은 이 당선인과 ‘중앙대 라인’으로 묶인다. 김영진 의원은 이 당선인의 경선 캠프 전략본부장에 이어 선대위 정무1실장·골목골목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고, 문 의원은 선대위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다. 2023년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탈당했던 김남국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에 복당한 뒤 이번 대선 선대위에서 후보실 정무부실장에 임명됐다.
신명계는 이 당선인의 당대표 연임 시기와 맞물려 당 요직에 발탁된 인사를 뜻한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최고위원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지난해 총선과 탄핵 정국에서 이 당선인과 동고동락하며 입지를 굳혔다. 이재명 1·2기 지도부를 함께한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 김윤덕 사무총장, 이 당선인이 당대표를 연임한 이후 당직을 맡은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중앙대 동문이자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이연희 의원 등도 신명계로 분류된다.
이 당선인 경선 캠프와 중앙선대위에서 중책을 맡으며 통합 행보의 고리로 작용한 중진 의원들은 범친명계로 불린다. 이해찬계인 윤호중 의원(5선), 계파색이 옅은 강훈식 의원(3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수까지 아우른 용광로 선대위
이 당선인의 ‘진짜 대한민국 선대위’는 1차 인선만 257명에 이르는 역대급 규모로 꾸려졌다. 7명의 총괄선대위원장단에서부터 범진영·범계파적 특징을 보였다. 김영삼 정부 때 환경부 장관을 지낸 윤여준 전 장관이 박 원내대표와 함께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 전 장관,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이끈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친노무현(친노)·친문재인(친문)계이자 이 당선인의 경선 경쟁자였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15명의 공동선대위원장단에는 보수 진영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이인기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후보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이끌기도 했다.
비명계 인사들도 대거 합류했다. 지난 총선 ‘비명횡사’ 상징으로 꼽히는 친문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평화번영위원장을, 박용진 전 의원이 사람사는세상 국민화합위원장을 맡았다. 대선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김동연 경기지사의 슬로건에서 명칭을 따온 ‘모두의 나라 위원회’는 김 지사의 측근이자 비명계인 고영인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중도·실용 지향 정책 그룹
이 당선인은 핵심 정책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한 축에 놓고 중도층에 소구하는 우클릭 정책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3월 출범한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은 이 당선인, 수석부위원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이 맡았다.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홍성국 최고위원은 금융경제 분야를 조언한다. 이 당선인은 중도확장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다.
대선 공약 최종 컨트롤타워인 선대위 정책본부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진성준 당 정책위의장, 김성환 의원 3인이 공동으로 이끌었다. 특히 진 의장은 이재명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을 연임하며 이른바 ‘정책 레드팀’ 역할을 해왔다.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문제 등에서 당 지도부와 공개적으로 이견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정책통인 김성환 의원은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에서는 지역 공약을 총괄했다.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인 외교·통상 분야 책사로는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출신인 위성락 의원이 꼽힌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지낸 김 전 차장은 당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세정책 대응 기구인 통상안보TF 단장을 맡았다. 위 의원은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으로 이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 브리핑에 직접 참여하며 외교 정책 ‘키맨’의 입지를 보였다.
외곽 브레인 그룹에 속한 대표적 인물은 유종일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이다. 유 전 원장은 이 당선인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정책자문단에 참가했고 이 당선인과 함께 주빌리은행의 은행장을 공동으로 맡은 이력이 있다. 출범 8일 만에 활동을 중단한 외곽 싱크탱크 ‘성장과통합’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외에도 경제 분야에서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를 비롯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 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 교수, 강남훈 한신대 명예교수 등이 자문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AI) 정책 분야에선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등이 자문에 참여했다.
■중앙 정치 자리 잡게 한 원로·고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이 당선인의 ‘정치 멘토’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이 당선인이 중앙 정치에서 자리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21년 5월 출범한 이 당선인 지지모임 ‘민주평화광장’은 이 전 대표의 연구재단인 ‘광장’의 전국 조직 기반이 모태가 됐다. 친노·친문계 좌장격이던 이 전 대표는 굵직한 선거 때마다 이 당선인을 지원하며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했다. 5선의 정동영 의원도 이 당선인의 정치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당선인은 2007년 정 의원의 비서실 부실장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한때 정치권을 떠났던 정 의원은 2022년 민주당에 복당한 뒤 줄곧 이 당선인을 지원했고, 22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원내에서 이 당선인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