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호소한 대선 선거운동 22일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경기 의왕시 한 건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일 자정 마무리된다.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더불어민주당)·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권영국(민주노동당) 후보는 지난달 12일부터 22일 동안 전국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각 후보의 비전이나 유세 전략은 달랐지만, “투표가 미래를 바꾼다”는 메시지는 동일했다.
21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부터)가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교차로 인근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경기 남양주시 다산역 2번출구 앞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민주노동당 제공
이재명 ‘내란 척결’ 앞세워 수도권 앞으로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내란을 이겨낸 국민’과 ‘내란 기득권 카르텔’의 대결로 규정하고 이 구도를 바탕으로 선거운동을 펼쳐나갔다. 이재명 후보는 광화문 첫 유세에서 “이번 대선은 내란으로 나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헌정 질서와 민생을 파괴한 거대 기득권과의 일전”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이 후보는 중도층 지지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탈이념과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선거 초반 보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고 인공지능(AI)과 미래성장 비전을 강조하는 등 중도 확장에 집중하던 이 후보는 선거 막바지로 접어들며 다시 ‘내란 극복’ 메시지를 강화했다. 12·3 내란사태 당시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지지층의 폭을 넓히는 것보다 지지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했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전체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포진한 수도권을 가장 자주 방문했다. 서울과 경기를 각각 6번씩, 인천은 1번이다. 서울에서는 광화문과 여의도공원 등 상징적 장소를 찾아 이번 대선이 ‘내란 극복’ 선거임을 강조했다. 경기지사를 지낸 이 후보는 경기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의 성과를 언급하며 ‘일 잘하는 대통령’ 이미지를 앞세웠다.
열세 지역인 영남도 자주 방문했다.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을 모두 2번씩 방문한 이 후보는 “대구·경북 출신 민주당 대통령 한번 나오면 좋지 않겠나” “재매이가(재명이가) 남이가” 등 자신의 고향이 안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유세에 힘썼다. ‘박빙 열세’ 지역으로 본 영남 지역에는 선거운동 이틀 전에도 찾아가 해양수산부·에이치엠엠(HMM) 부산 이전 등 지역 맞춤 공약을 약속했다.
김문수 ‘깨끗한 대통령’ 구호로 경기 훑기
김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 의혹에 맞서 “깨끗한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거론하며 “제가 (이 후보) 그 사람보다 수십배 개발(사업을) 하고도 측근 중에 단 한사람도 수사받은 적이 없다” “제 아내가 법인카드를 썼단 얘길 들어봤나”며 이 후보의 도덕성을 맹공했다.
이 후보가 지난달 20일부터 ‘이동식 방탄유리’에 들어가 유세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유세의 주요 열쇳말을 ‘방탄’으로 삼았다. 김 후보는 “어떤 사람은 옷 안에 방탄조끼를 입었는데, 저는 방탄조끼도, 방탄유리도 없다”며, 민주당이 이 후보에게 적용된 혐의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금지 조항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방탄조끼에 방탄유리도 모자라 방탄법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선거운동 막바지 이 후보 장남이 불법도박·성폭력 댓글을 단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유시민씨가 김 후보 배우자 설난영씨의 학력·노동자 이력을 비하한 발언을 한 뒤엔 “많이 배운 사람이나 적게 배운 사람이나 인간으로서 고귀하고 존엄하다” “제 딸은 도박도 안 하고 착실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핵심 승부처인 서울·경기에 도합 20번을 찾으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선거운동 첫날 ‘민생 대통령’을 강조하며 서울 송파 가락시장에서 유세 포문을 연 김 후보는 2일 마지막 총유세 장소로 서울시청 광장을 선택하며 총 50회의 광역 단위 지방 방문 일정 중 12차례를 서울에 썼다. 그는 도지사를 2번 지낸 ‘정치적 고향’ 경기도를 8번 방문해 총 24개 시·군을 훑었다. 특히 도지사 시절 최대 성과로 강조하는 광교 신도시, 판교 테크노밸리, 다산 신도시가 있는 수원·성남·남양주는 2번씩 찾기도 했다. 충청·대전 등 역대 대선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 보터’ 중원 지역도 10번이나 찾았는데, 국민의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7번), 부산·울산·경남(6번)보다 자주 찾은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 동선
이준석 ‘젊은 정치’ 강조하며 대학가로
이준석 후보는 대학가, 엠제트(MZ) 세대가 즐겨 찾는 상권 등을 찾아가 20·30세대를 겨냥한 유세에 집중했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에게 각을 세우며 “젊은 정치”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선 “삼권분립을 훼손하려고 하는 독재자의 행보”, 김 후보에겐 “윤석열·전광훈·황교안과 연합”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그들이 많은 득표를 해선 안 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국민연금 문제와 65살 이상 어르신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를 파고들기도 했다. 그는 현재의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 방식이 “곗돈 돌리다 돈 떨어지면 돈 들고 튀는 것”이라고 비꼬았고, 지하철 무임승차는 “이러다 지하철 기본요금 2천원 된다”며 ‘세대 갈라치기’ 전략을 쓰기도 했다. 이 후보는 31차례 광역단위 지방 순회 중 서울·경기만 21차례 찾으며 상당 시간을 할애했는데, 마지막 유세는 ‘보수 민심’에 호소할 수 있는 대구에서 진행했다.
권영국 소외된 목소리 대변하며 약자 속으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주로 당사가 있는 서울에 있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만큼 3차 티브이(TV) 토론까지는 토론 준비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대신 수도권의 고공 농성장이나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자들, 자영업자 등을 찾았다. 토론이 끝난 뒤엔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충남 태안과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있는 전남 여수 등을 찾아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 전환 필요성과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이야기했다.
선거운동 기간 권 후보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던 핵심 메시지는 ‘진보정치’와 ‘광장의 목소리’였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지난 탄핵 국면에서 광장에서 언급된 목소리를 본인의 핵심 메시지로 삼았다. 여성과 노동자, 농민,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광장엔 있었지만 대선 국면에서 사라진 약자들을 계속해 만났고, 이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강남규 민주노동당 공보차장은 “이들이 얘기하는 다양한 의제들과 연대하고 연합하는 것이 권 후보가 얘기한 진보정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