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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정당


“정권은 바뀌어도 금융권의 숙제는 끝나지 않아요.”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는 새로운 경제 철학에 따라 금융권에 달라진 역할을 요구해 왔다. 윤석열 정부의 ‘상생금융’은 국가 정책이 금융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강도 높게 개입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최근 사례다. 앞선 정권들 또한 구조조정, 건전성 강화, 성장 자금 동원, 포용금융 등 저마다의 색깔로 금융권을 움직여왔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대선 이후 금융권의 새 과제는?

6·3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들의 금융 공약은 금융권의 방향을 가를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금융 공약은 민생금융(소상공인·청년·서민 지원), 가상자산 제도화 등이 핵심이다. 누가 당선이 되든 새 정부는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취약계층 금융지원과 디지털금융 제도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공약 이행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은행의 공공적 역할 확대가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과 탕감 등을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핵심이다. 김 후보도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 발족,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등 소상공인 응급 지원 패키지 시행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공약의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계획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결국 은행 지갑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의구심이 나온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정부 재정이나 정책금융으로 보완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 같은 의구심이 나오는 배경엔 역대 정권의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각각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금융 지원 부담을 민간 은행에 떠넘겨 왔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정권별로 달라진 금융권 숙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금융 구조조정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금융정책보다는 생존과 정비에 집중됐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는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은행을 정리하고 외국계 자본 유입을 허용하며 금융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외환은행, 조흥은행, 한빛은행 등이 흡수합병되거나 매각되면서 금융산업 지형이 크게 변화했다. 은행들은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거나 외국계 지분 유치에 나서며 생존을 도모했다.

1997년 말 2101개에 달했던 금융회사는 1년 만에 1442개로 줄었다. 세 곳 중 한 곳꼴로 사라진 셈이다. 은행 수는 급감한 가운데 정부가 진입규제를 엄격하게 유지하다 보니 은행권은 과점 체제가 형성됐다.

노무현 정부는 구조조정의 후속 작업으로 금융시장의 건전성 회복과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2002년 카드 부실 사태로 무너졌던 신용시장을 일으키기 위해 카드사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은행권에는 대출 심사 강화와 리스크 관리를 요구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성장’과 ‘자산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금융 규제완화, 선진금융산업 육성, 신성장동력 산업 지원 등 정책을 펼치며 민간 주도, 금융사 자율경영을 강조했다. 건설·토목 중심의 경기 부양책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급증했고 은행들은 사회간접자본(SOC) 금융과 대기업 자금 공급에 적극 나섰다. 예컨대 정부 정책에 발맞춰 하나은행은 PF를 확대했고 국민은행은 기업대출을 강화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산업 구조조정 자금을 공급하며 정부 정책을 뒷받침했다.

그런데 2011년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와 함께 PF 부실로 금융권이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저축은행권에선 심각한 연체와 손실이 발생해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이어졌다.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도 일부 손실을 입었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일부 구조조정 자금 지원과 관련해 손실을 경험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구호 아래 기술금융 활성화에 집중했다. 전국에 대기업과 연계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구축해 창업기업·벤처기업 지원을 강화했다. 은행들은 기술력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하고 창업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전용 금융상품을 출시했고 신한은행은 기술신용평가(TCB) 시스템을 구축해 기술 기반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는 ‘소비자 보호’와 ‘사회 환원’이 키워드였다. 문재인 정부는 ‘포용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저신용·저소득층 대상 금융상품 공급을 늘리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제정해 금융사의 판매 책임을 강화했다. 디지털금융 확산에 따른 불완전 판매 문제와 고령층·청년층 금융소외 문제도 함께 다뤘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대출 취급을 확대했고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청년층 대상 간편대출로 시장을 빠르게 확대했다.

윤석열 정부는 ‘상생금융’을 내세우며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화했다. 고금리 시대에 초과이익을 거둔 은행들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상생금융, 사회적 환원, 민생금융 확대를 강하게 요구했다.

2023년 신한은행은 3조2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출이자 환급,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금융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하나은행은 1조원 출연을 약속했다. 사회주택금융, 청년대출 우대, 소상공인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도 각각 1조원 안팎의 상생금융 계획을 내놓았다. 은행권은 지난해 대출이자 환급 등 2조1000억원에 이어 올해 7000억원(3년간 총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중도상환수수료 인하·폐지, 대출금리 인하, 이자 장사 자제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3년 5월 ‘원스톱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도입 이후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촉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정부 요구사항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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