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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인터배터리 2025'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등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서 4680원통형 배터리가 적용된 차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요는 정체됐고 경쟁은 격화했으며 글로벌 환경은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배터리 시장은 고공성장을 이어가며 2025년엔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수요 회복은 예상보다 더디다.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던 배터리 산업이 전환점에 섰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수요 둔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 불확실성 등 삼중고에 빠졌다. 한국의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이 같은 위기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42.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K배터리 3사(40.3%)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불과 2년 전 한국이 26.9%포인트 앞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비(非)중국 시장에서도 중국 CATL이 점유율 1위(29.5%)를 기록했다.

中 CATL, 저가 공세로 공격 확장…점유율 밀려


중국의 추월은 철저한 정부 주도 전략의 결과다. 2014년부터 전기차와 배터리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중국 정부는 보조금, 충전 인프라, 기술개발 등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CATL은 지난해에만 1조5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수령했고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6조4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하며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K배터리는 캐즘 구간에 갇혀 있다. 폭발적인 초기 수요 이후 성장이 둔화됐으며, 중국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중심으로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춰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선택지를 바꿔놨다.

테슬라는 물론 주요 OEM들이 LFP 도입을 확대했고 최근 CATL은 리튬 대신 나트륨을 활용한 소듐이온배터리의 양산 계획까지 발표하며 더 낮은 원가 경쟁력을 예고했다.

5월 20일 중국 CATL의 홍콩거래소 상장 기념식. 사진=AP·연합뉴스


소듐이온배터리는 비싼 리튬 대신에 나트륨을 넣어 만든다는 점에서 ‘소금 배터리’로 불린다. 기존 LFP 배터리와 에너지 밀도가 비슷하고 가격은 LFP 배터리보다 10~20%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쩡위친 CATL 회장은 테크데이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실험실에서 나와 대규모 상업 생산 준비를 마쳤다”며 앞으로 LFP 배터리 시장의 절반을 대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뒤늦게 LFP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시장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업체들은 그동안 고에너지 밀도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 LFP 기술개발에 상대적으로 늦었고 소듐이온 등 차세대 저가 배터리 기술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차세대 기술의 상업화가 더딘 상황에서 소듐이온배터리처럼 가격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저가 배터리가 등장할 경우 한국의 경쟁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

AMPC 없인 적자…‘한국판 IRA’ 제자리


가격뿐 아니라 정책 환경도 변수다. 미국은 IRA와 AMPC(배터리 생산세액공제)를 통해 친환경 산업을 지원해왔으나 최근 공화당 중심으로 세액공제 조기 종료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K배터리의 수익성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37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AMPC 4577억원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적자다. 최근 미국 하원이 AMPC 종료 시점을 기존 2032년 말에서 2031년 말로 당기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세액공제 규모가 유지되면서 전면 폐지 가능성은 피하게 됐다.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아직 상원에서 관련 법안의 심의와 의결 절차가 남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더디다. 이른바 ‘한국판 IRA’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미국·프랑스처럼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환급하거나 양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세액공제를 법인세 감면 방식으로만 제공하고 있어 적자를 내는 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캐즘으로 삼성SDI, SK온은 올해 1분기 적자를 냈고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34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포스코퓨처엠은 연간 이익이 7억원에 불과했다.

이대로 가다간 배터리 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1위 시장을 내준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1위 자리를 내준 것처럼 배터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등 주요국은 투자금에 대해 현금 환급이나 제3자 양도 등의 방식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프랑스는 1985년부터 R&D 지출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환급형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혜택 등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는 정책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2차전지 배터리 직접환급제 도입 토론회’에서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실장은 “현재 도입 단계에 있는 2차전지 시장 내 기업들은 아직 현금 흐름과 이익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재의 세액지원 방식은 실효성이 낮다”며 “수출, 생산, 고용 등 파급 효과가 큰 주력 산업인 만큼 실효적 지원이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세액공제 혜택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받거나 다른 기업에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직접 환급제 및 양도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정치권 등에 한국판 IRA 도입, 2차전지 벨트 조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건의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지금이 골든타임”…직접 환급·양도 제도 절실


업계는 활로를 찾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외 ESS(에너지저장장치), 항공 모빌리티, 건설장비, 우주산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건설하기로 한 애리조나 ESS 공장 대신 기존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ESS 라인을 구축해 예정보다 1년 빠르게 북미 현지 생산을 앞당기기로 했다.

삼성SDI도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온도 미국 조지아주에서 운영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중 일부를 ESS용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전기차 사업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를 벗어나 휴머노이드 로봇, 우주선, 도심항공교통(UAM), 선박용 배터리, 건설장비 등 비전기차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전력 공급용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한데 이어 두산밥캣의 소형 건설장비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로봇용 배터리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CATL, BYD 등이 자국 내 생산 기반과 정부 보조금, 원자재 조달 네트워크를 무기로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기울어진 게임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고에너지 밀도 삼원계 배터리에서 기술 우위를 가지고 있고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선행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K배터리가 고에너지 밀도 삼원계 배터리, 전고체·리튬황 같은 차세대 기술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책 지원 없이 민간 기업 혼자 버티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은 캐즘 단계지만 탄소중립과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흐름 속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정부가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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