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기 만료 기관장은 5명뿐
블랙리스트 논란 사퇴 압박 못해
후보들은 집권 후 새판짜기 구상
블랙리스트 논란 사퇴 압박 못해
후보들은 집권 후 새판짜기 구상
6·3 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해도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신임 대통령의 ‘불편한 동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 성향과 관계없는 관료·학계 출신 기관장은 새 정부 정책 방향에 큰 이견이 없을 수 있지만 구(舊) 여권 출신 정치인 기관장은 정책 입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일보가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330개 공공기관 중 23개 기관은 전임 정부가 임명한 국민의힘 등 구여권 국회의원 출신 인사가 기관장으로 재임 중이다.
상당수는 이른바 ‘알짜배기’로 분류되는 주요 공공기관이다. 에너지 공기업 중에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출신이자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비롯해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전 새누리당 의원),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전 국민의힘 의원),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전 국민의힘 의원)이 구 여권 의원 출신이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윤두현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도 과거 새누리당부터 현 국민의힘까지 의원직을 거친 인사들이다.
구 여권 국회의원 출신 기관장 중 올해 임기가 끝나는 이는 5명이다. 오는 6일 임기 만료인 강석훈 산업은행장을 비롯해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7월 14일),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9월 6일),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11월 28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12월 8일) 등이다. 이들 5명을 제외하면 차기 정부는 출범 이듬해에도 전 정부가 임명한 정치인 출신 기관장과 공공기관 운영을 함께 해야 한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새 정부의 공공기관장 임명을 둘러싼 ‘블랙리스트’ 논란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문재인정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2022년 대법원이 유죄(징역 2년)를 확정하면서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 정부 산업통상자원부·통일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혐의로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 임기 마지막 해(2022년)에 임명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윤석열정부 시기인 올해 초 임기가 만료됐지만 여전히 재직 중이다.
그럼에도 주요 대선 후보들은 집권 이후 새 정부와 철학을 함께하는 인사로 공공기관의 새 판을 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이후 임명됐거나 임명을 기다렸던 공공기관장 54명을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고 퇴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전 자유선진당 비례대표)과 유종필 창업진흥원장(윤석열 선거대책본부 특별고문) 등을 알박기 인사로 지목한 상태다. 박 위원장은 계엄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6일 윤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이 재가됐다. 유 원장도 지난 2월 취임했다.
다만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집권 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에 대해 ‘임기 제한’ 법안을 소급 적용하는 것보다 공공기관 평가 및 임원 보수 결정 기준 등을 강화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