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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박지현 씨의 책상 /사진=본인 제공


“요즘 취업 얼마나 어려운가요?”

숫자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현실이 있다. 청년 취업난이 그렇다. 취업 대신 수능을 택하는 청년, 이력서조차 쓰지 않고 ‘그냥 쉰다’는 청년,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준비하는 ‘퇴준생’까지. 고용률이나 실업률 같은 숫자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절망이 존재한다.

취업난에 수능장으로 향하는 청년들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박지현(25·가명) 씨는 3월부터 고향 대전에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방송국과 IT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세 차례나 했지만 정규직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박 씨는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나니 전문직 외엔 갈 수 있는 길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저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다시 수능을 보는 거였어요”라고 말했다.

박 씨는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인재전형은 졸업 연도 제한이 없어 재도전자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교육부는 비수도권 의대에 전체 모집 인원의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의대 모집 인원은 증원 전 수준인 2024학년도(3058명)와 동일하지만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은 기존 대비 약 10%포인트 높아졌다. 대전 출신인 박 씨는 의대 입시에 유리한 수험생인 셈이다.

실제로 6월 4일 치러지는 2026학년도 수능 모의평가에 졸업생 및 검정고시생 8만9887명이 접수했다. 의대 정원 회귀로 ‘N수생’ 응시자 감소가 예상됐지만 오히려 전년보다 1189명이 늘었다. 입시업계는 반수생까지 포함한 수능에서는 N수생 비율이 22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줄었는데도 수험생 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2005학년도 이후 22년 만에 N수생 최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난, 통합수능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도, 지속도 어려운 청춘의 일자리노동시장 안팎에서 길을 잃은 청년 중 일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쉬었음’ 상태로 남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기준 청년층(15~29세) ‘쉬었음’ 인구는 41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5000명 증가했다. 구직도 학업도 하지 않는 청년들이 12개월 연속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4년 기준 ‘쉬었음 청년’(15~34세)을 약 59만 명으로 추산한다. 2015년과 비교해 20만 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중 38.1%는 ‘구직 의욕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27세 한주형(가명)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7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 가까이 쉬고 있다. “처음엔 퇴사 후 잠깐만 쉴 생각이었는데 벌써 1년이 다 돼 가요.” 퇴사 이후 자격증 공부를 해보기도 했지만 실제 입사 지원을 해본 적은 없다. 그는 “건설업 쪽으로 가고 싶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탈건설하라’는 말이 넘쳐나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마음도 움직이지 않아요”라고 털어놨다.

어렵게 취직을 해도 마음이 ‘다음’을 향해 있는 경우도 있다. 28세 정민규(가명) 씨는 대기업에 입사한 지 4개월 만에 이직을 결심했다. 그는 퇴근 후 이력서를 쓰고 연차를 내고 면접을 본다. 정 씨는 “(저처럼) 졸업 후 유일하게 합격한 곳이라 일단 들어갔다가 이직을 결심하는 친구들이 많아요”라고 했다.

숫자 아래에 가려진 절망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고용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4월 경제상황평가’ 보고서에서 “제조업은 비IT 업종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건설업 역시 경기침체로 부진이 심화될 것”이라며 “노동공급 둔화와 경기 부진의 영향을 받아 전체 취업자 수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실업률 7.3%, 숫자 아래 감춰진 청년 취업난의 실체7.3%.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4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다. 전년 동기보다 0.5%포인트 상승했고 실업자 수는 28만3000명에 달한다. 숫자만 보면 위기감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한 경제활동인구만 대상으로 삼는다. 장기 취업준비생, 공무원 수험생, 구직을 포기한 이들은 아예 실업 통계에서 제외된다.

실제 체감 실업률을 보여준다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6.8%까지 치솟았다. 이 지표는 구직단념자, 시간제 근로자, 잠재 취업자 등을 포괄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은 포함되지 않는다. 고용 통계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 청년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고용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신규 일자리는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쉬었음’ 청년,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 구인 배수 하락 등 실업률 이면의 청년 취업난을 보여주는 다섯 가지 지표를 짚어봤다.



1. 고용률 45.3%

일하는 청년(15~29세)이 줄고 있다. 4월 청년층 고용률은 45.3%로 전년 동월보다 0.9%포인트 하락하며 202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년 취업자 수는 347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9000명 감소했다. 전체 고용률은 63.2%로 같은 기간 0.2%포인트 상승했다. 20대는 유일하게 전 연령대 중 전년 대비 고용률이 하락했다.

2.
‘쉬었음’ 청년 41만 명

반면 통계청이 4월 ‘그냥 쉼’으로 분류한 청년(15~29세)은 41만5000명에 이른다. 전년보다 1만5000명 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학업도, 취업 준비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다. 실업자 수와 합쳐 생각해보면 사실상 노동시장 밖에 있는 청년 수는 70만 명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으로는 ‘쉬었음’ 청년(15~34세)은 지난해 59만 명을 넘어섰다. 2015년(39만3000명)보다 약 20만 명 증가했다. 특히 쉬기 전 구직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2015년 41.8%에서 2024년 29.1%로 떨어졌다.

3.
고용보험 가입자 34개월 연속 감소

2025년 4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1553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9세 이하 가입자는 9만3000명 줄며 34개월 연속 감소했다. 20대 인구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4. 신규 일자리 11분기 연속 감소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임금 근로 일자리 중 신규 일자리는 244만4000개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10만8000개 줄었으며 감소세는 11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20대 이하의 임금 일자리는 14만8000개가 줄었다. 2022년 -3만6000개, 2023년 -9만7000개로 감소폭이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에는 14만6000개가 줄어 역대 최대 감소를 기록했는데 한 분기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5. 구인 배수 0.43

고용노동부 고용24 기준 4월 구인 배수는 0.43으로 나타났다. 구인 배수는 구직자 한 명에게 제공되는 일자리 수를 뜻한다. 구직자 1명에게 주어지는 일자리가 0.43개로 구직자 100명이 있어도 일자리는 43개뿐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마저도 3월 0.32에 비하면 소폭 회복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1~3월) 구인 배수는 0.28까지 하락하며 IMF 외환위기 시기였던 1999년 이후 2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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