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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출산이 경기 살린다
철도 지하화보단, 출산 장려가 경기부양 해법
출산율 반등, 신생아 대출과 주거비 완화 덕
신생아 1명당 1억 지원, 생산 유발 가능성 커
상장기업 실적 최대치…재원 마련 가능성
교육 교부금 줄이고 저출생 대책 전환 필요

편집자주

국내 대표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세계 경제의 흐름과 현안을 진단하는 ‘홍춘욱의 경제 지평선’을 3주에 1회 연재합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5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3월 출생아 수는 6만5,0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568명)보다 4,451명(7.4%) 늘었다. 이날 경기도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있다. 뉴시스


6·3 조기 대선을 맞아 다양한 정책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제 분석가의 마음에 쏙 드는 정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면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지만, 혜택은 주변 지역에 국한된다. 최근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 등에서 보듯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던 시절과 달리 사회 인프라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만들 방법은 뾰족하게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신속한 경기부양과 경제 전반의 파급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그래픽=강준구 기자


출산 장려금 지급만큼, 확실한 경기 부양정책이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출산 인센티브 제공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
한다. 일각에서는 출산 장려금 지급이 저출산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2015년 이후 거의 10년 만에 나타난 출산율 반등이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신생아 특례대출에 있다고 판단한다. 2016년부터 시작된 한국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 원인으로 주택가격의 상승을 지목하는 연구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앞서 보고서에서 “주택 매수에 많은 비용이 들 경우,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심화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한국은행의 설문 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 준다. 전국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주거 여건의 관계를 조사했더니, 주택마련 비용이 높아진다는 정보를 접한 그룹일수록 희망 자녀 수를 적게 답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주택 구입 비용을 덜어주는 정책이 출산율의 반등을 이끈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아울러 신생아 한 명당 1억 원을 지원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면, 신속하게 가계에 자금을 살포하기 용이할 것이다. 통계청의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다자녀 가구일수록 높은 소비성향을 보였다. 1인 및 2인 가구의 소비성향이 각각 67.6%와 64.5%인 데 비해, 4인 가구는 73.4%를 기록했다. 소비성향이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비중을 뜻한다. 자녀를 둔 가구일수록 소득에 비해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것이다. 필자만 하더라도, 아이가 태어난 다음 기저귀부터 유모차 그리고 자동차까지 연쇄적인 '소비 퍼레이드'를 경험했다.
소비 한 단위의 증가가 약 1.72배의 생산을 유발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출산이 경제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2005년 이후 '연 45조 원의 저출산 고령화 예산을 집행해도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아동, 청소년, 교육 등 관련 간접 예산이 중복 집계됐다. 저출생만을 위해 지출하는 '저출생 대응 및 인구 정책지원' 프로그램에 속한 사업의 합계는 2020년 2조4,000억 원에 불과하다. 필자가 늦둥이를 가진 후 양육수당과 다둥이카드 등의 혜택을 받으며, 아이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은 게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던 셈이다.

실증적 증거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의 연구에 의하면, 강원도가 첫째 자녀에 대해 1,440만 원의 육아기본수당을 지급한 이후 유배우 여성의 출산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강원도보다 5배 이상 많은 금액을 지원할 경우, 그 효과는 훨씬 크지 않을까. 강원도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독일, 그리고 스페인 등 선진국에서 시행된 현금 지원 정책의 상당수는 강력한 출산 붐을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신생아 1인당 1억, 그럴 돈이 있나?



'대체 돈이 어디에서 나와, 막대한 저출산 예산을 충당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최근 세수 부진으로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두 가지 면에서 국가부채 문제에 대해 지나친 우려가 존재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상장기업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법인세수의 급격한 증가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250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약 72조 원에 이르렀다. 물론 1분기의 이익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원유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 제품 가격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까지 인하함으로써, 자금난을 완화시켜 준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가부채 문제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덜어도 되는 두 번째 요인은
외환시장 안정용 채권이 큰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
이다. 올해 기준 국가 부채는 1,273조3,0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금융성 채무가 393조9,000억 원으로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성 채무라는 말에서 보듯, 다른 금융자산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이며 대부분 달러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소폭 내리기는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의 평균 레벨(1,150원)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니 평가액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적어도 올해는 저출산 예산을 집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장기적인 국가부채 문제는 어떻게?



물론 한국의 장기적인 재정전망이 밝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당장 국민연금 개혁에도 고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최근 건강보험 재정마저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러나
미래 재정전망의 악화 원인의 대부분이 저출산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저출산 위험만 억제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연금 고갈의 위험을 회피하고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음에도 올해 교육 예산이 105조 원에 육박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2023년 감사원의 교육재정에 대한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학생 1인당 교육 교부금은 891만 원에서 2040년에는 3,620만 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
됐다. 현재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2070년에는 학생 1인당 교육 교부금은 1억 원에 육박한다는 추산에 입을 벌리게 된다.

출산율이 2015년부터 급격히 악화된 점을 고려할 때, 수년 내 전국의 초등학교는 한 해에 20만 명 남짓의 신입생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와 같은 교육 재정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효율성도 낮다. 따라서 교육 재정의 일부라도 저출산 예산에 배정해, 아이를 둔 가정이 돈 걱정 없이 양육하고 또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를 비롯한 선배 세대 때는 나라가 그렇게 부유하지 못했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는 충분히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가.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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