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구글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스마트 안경을 공개하며 다시 한번 웨어러블 기술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10여 년 전 구글은 ‘구글 글라스’라는 이름으로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안경형 기기를 선보였는데, 프라이버시 논란과 높은 가격, 기술적 미완성 등의 이유로 대중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릅니다. 구글이 내세운 핵심은 강력한 생성형 AI인 ‘제미나이(Gemin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인터페이스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기술 생태계 속에서 다시 떠오른 구글의 스마트 안경, 이번에는 과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스마트 글래스. 구글


사용자 행동·맥락 해석…능동적 안경의 탄생
스마트 안경 기술은 초기에는 정보를 단순히 시각적으로 덧입히는 AR 기능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는 XR(확장현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I가 결합하면서 기술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존 AR 기술은 기기 내 센서와 카메라를 활용해 사용자의 위치·시야·환경을 인식한 뒤, 그 위에 가상의 그래픽이나 데이터를 입히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정해진 알고리즘 안에서만 작동했습니다.

생성형 AI가 접목되면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행동과 맥락을 해석해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기기가 카메라와 마이크,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사용자가 필요할 법한 정보나 조언을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기존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수동적 입력에 의존했던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메타와 레이밴가 협업해서 만든 스마트 안경. 메타
구글 외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독자적인 스마트 안경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메타는 레이밴과 협력해 패션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스마트 안경을 출시하며 시장의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특히 메타는 자사의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안경 안에서 빠른 반응 속도와 고도화된 맥락 인식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조금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안경형이 아닌 헤드셋 형태로 출시되었지만, 몰입감 있는 XR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더 작고 가벼운 버전의 비전 프로 2를 준비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안경형 XR 기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구글·메타·애플 모두 형태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은 AR·VR·AI를 융합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의 선점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과 손 대신해준다…배터리·프라이버시·착용감 등은 과제
스마트 안경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핸즈프리 인터페이스’입니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정보를 확인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어 운전 중이거나 조깅·요리처럼 두 손이 바쁜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각 중심의 정보 제공 방식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워치보다 몰입도가 높고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실시간 번역·내비게이션·알림 확인 등도 더욱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AI의 도입으로 가능해진 ‘제3의 눈’ 기능입니다.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가 탑재된 스마트 안경은 착용자의 시선을 함께 인식해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어로 된 간판이나 포스터를 바라보면 자동으로 한국어로 번역해주고, 주위를 스캔해 인기 있는 식당을 추천하거나 현재 날씨, 주변 위험 요인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응시하기만 해도 해당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바로 제공될 수도 있죠. 또 하나의 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착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완해주는 지능형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정보 제공이 가능한 XR 안경. 챗GPT로 제작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첫째, 배터리 수명은 여전히 숙제입니다. 카메라·센서·디스플레이·AI 연산이 지속해서 작동하는 기기의 특성상 전력 소모가 많고, 온종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지속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프라이버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항상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의 없이 주변인들에 대한 정보 수집이 가능해 법적·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사무실·회의실 등에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일종의 감시 장치로 인식될 여지도 있죠. 셋째, 가격도 문제입니다. 고성능 AI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다양한 센서가 들어간 만큼 소비자 가격은 일반 웨어러블 기기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장시간 착용 시 무게와 얼굴 균형에 따른 피로 등 착용감의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 도와주고, 산업 현장 안전 문제 해결도
기술이 진화할수록 스마트 안경은 개인 비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 안경처럼 착용하면 AI는 사용자의 일정·건강 상태·주변 환경·과거 행동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다음 행동을 예측하거나 제안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들에게 실시간 안내 정보를 제공하거나 공공장소에서 비상 상황 시 대피 경로를 시각적으로 표시해주는 기능도 가능합니다.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물류창고에서는 직원이 손을 쓰지 않고도 재고 정보를 확인하거나 작업 지시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고, 건설 현장에서는 도면을 3D로 띄워 시공 계획을 검토하거나 위험 요소를 즉시 경고할 수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수술 중 실시간 환자 상태 정보나 수술 매뉴얼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며, 원격 협진과 교육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이미 활용 중인 스마트 안경. 챗GPT도 제작


인간 중심 기술…스마트 안경은 새로운 일상의 촉진자
스마트 안경은 단순히 새로운 하드웨어가 아닌, 인간 중심의 인터페이스 변화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심지어 말하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를 받고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는 정보의 소비 방식, 일의 처리 방식, 심지어 인간 간 소통 방식까지 변화시킬 것입니다.

앞으로의 스마트 안경은 AI와 융합된 지능형 조력자로 진화할 것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눈앞에 정보를 띄워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삶을 이해하고 문제를 예측한 뒤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제조업·물류·의료·교육·일반 소비자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는 이 기술은 과거의 실패를 넘어 이제 본격적인 대중화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스마트 안경은 이제 ‘새로운 생활 속 기기’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593 ‘대선 D-1’ 김문수, 불법계엄 사과하고 이재명 때렸다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92 대선 투표율 80% 넘을까…‘국민 통합’에 필요한 투표의 힘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91 김문수 "깊이 반성하며 당 혁신…이준석 찍으면 이재명만 도와줘"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90 불황에 다시 뜨는 2만원대 뷔페… 몸집 키우는 ‘애슐리퀸즈’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9 "우크라 드론작전, 진주만급 공습"…러 전략폭격기 40여대 타격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8 김성훈 “삭제 지시란 단어 안 써”…윤석열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의혹 부인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7 윤석열이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김성훈 “접속 제한 정도로 이해”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6 이재명 사전투표서 '60만 표' 우위?… 본투표 '보수 결집' 여부가 관건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5 ① 보수 결집 여부가 투표율 좌우…"75% 밑돌면 李 유리할 수도"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4 [속보] 이승엽 프로야구 두산 감독, 성적 부진에 자진 사퇴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3 뚜껑 열리더니 갑자기 드론이…1년 6개월 걸린 ‘거미줄 작전’ [이런뉴스]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2 알몸 활보하고 여직원 추행한 행정실장…징역 10월 법정구속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1 [단독] 팍팍해지는 살림…담배마저 줄인다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80 김포 어린이집서 백설기 먹던 2세 남아 사망...보육교사 입건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79 [단독] 초6이 교사에게 ‘신체 노출’…잇따른 ‘교권침해’에 고통 호소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78 사전투표 잡음에...대선 불복 우려하는 민주당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77 ‘햄버거 회동’ 군 간부 “노상원, 계엄 며칠 전 윤석열 만났다고 자랑”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76 러 핵폭격기 초토화한 우크라… 전쟁 핵심무기 된 드론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75 서울도 캐나다처럼 중국인 주택소유 금지?…오세훈 “외국인 부동산 매입 대책 마련” 지시 new 랭크뉴스 2025.06.02
51574 면접 날 배가 아픈 '과민성장증후군'… 자일리톨 껌 씹지 마세요 new 랭크뉴스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