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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이 당선 이후 암호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최고가를 갱신하는 등 암호화폐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ETF만 허용할 경우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을 찾은 손님들이 차트 스크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는 10대 공약 중 하나로 중산층 자산 증식을 제시하면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포함했다. 이재명 후보도 자신의 SNS에 “청년 자산 형성을 돕겠다”며 암호화폐 현물 ETF를 도입하고, 통합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누가 당선되든 추진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내부적으로 암호화폐 ETF를 검토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증권사 법인 거래·커스터디 과제
비트코인 ETF가 실제 거래되기 위해선 증권사의 암호화폐 거래가 허용돼야 한다. 증권사가 ETF를 발행하면 그만큼 현물을 보유해야 하는데 현재는 금융회사의 암호화폐 거래는 금지돼 있다. 금융위는 법인계좌 개설과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금융회사는 허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금융회사까지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게 되면 자금 세탁과 시장 과열 우려로 비영리법인부터 단계적으로 풀어주기로 한 로드맵이 꼬이게 된다.

암호화폐를 보관·관리할 법인도 필요하다. ETF와 연동된 비트코인 현물을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주식 ETF는 은행이 수탁 업무를 하고 있지만, 암호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에 대해선 큰 규모로 보관 경험이 있는 커스터디(수탁) 업체가 없다. 미국은 코인베이스 커스터디가 미국에서 출시한 11개 ETF 중 8개를 수탁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커스터디 업체들이 있다지만, USB 하나로 자산을 모두 옮길 수 있는 암호화폐 특성상 커스터디 업체의 신뢰성이 더 담보돼야 한다”며 “은행은 커스터디 업무가 금지돼 있어 이를 허용할지 등 따져봐야 하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현물 도입 때 국내 헤지 수단 없어
암호화폐 파생상품 도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물 ETF만 출시할 경우 운용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 증권사는 ETF의 가격 변동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선물로 매도(숏) 포지션을 잡아 위험을 회피한다. 그러다 보니 현물 ETF만 국내에 상장할 경우 미국에 상장된 파생상품 거래만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헤지는 미국에서 발행한 비트코인 선물 등 파생상품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ETF 도입을 위해서는 기관의 유동성과 위험관리 능력이 중요한데 한국 시장은 증권사의 암호화폐 거래가 제한되고, 헤지 수단도 전무한 실정”이라며 “특히 한국은 폐쇄적 시장이기 때문에 현물 ETF와 그 기초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의 괴리가 커져 소비자 피해로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 거래를 활성화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ETF 발행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정교화 지수 필요…“연구·TF부터 필요”
코스피나 코스닥처럼 지수가 이미 명확한 증권상품처럼 암호화폐 가격을 지수화해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ETF가 추종하는 지수인 만큼 정교하게 가격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업비트‧빗썸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 가격만으로 지수를 산정할 경우 ‘김치 프리미엄’으로 인한 가격 왜곡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구용역을 발주하거나 실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선물 ETF를 도입할지, 커스터디는 어느 기관이 담당하도록 할지 구체적인 논의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덜컥 현물 ETF 도입만 해버리면 외국 사업자에게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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