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고당시 CCTV 영상 공개…"엔진 계통서 기계적 문제 발생했을 수도"
'비정상 비행' 주민 증언 잇따라…조류충돌 등 가능성도 배제안해
해군, 음성녹음저장장치 확보…"조종사 간 대화내용, 항적자료 등 분석"
'비정상 비행' 주민 증언 잇따라…조류충돌 등 가능성도 배제안해
해군, 음성녹음저장장치 확보…"조종사 간 대화내용, 항적자료 등 분석"
해군, 초계기 추락 현장 감식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30일 경북 포항시 동해면 해군 초계기 추락 현장에서 해군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25.5.30 [email protected]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30일 경북 포항시 동해면 해군 초계기 추락 현장에서 해군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25.5.30 [email protected]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최수호 기자 = 지난 29일 경북 포항에서 사고가 난 해군 P-3CK 해상초계기가 양호한 기상 여건에서 비행하던 중 별안간 앞머리가 지상으로 향하는 수직에 가까운 상태로 추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참사가 기체 결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0일 해군 등에 따르면 사고 초계기는 전날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해 수시로 진행하는 이착륙 훈련 중 갑자기 추락했다.
해당 훈련은 초계기가 이륙 후 선회해 활주로를 접촉한 뒤 재상승하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고기는 훈련 당일 오후 1시 43분에 포항기지에서 이륙해 1차 훈련을 마친 뒤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던 중 오후 1시 49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지 인근 야산에 떨어졌다.
이 사고로 초계기 조종 임무 등을 수행했던 장교 2명과 부사관 2명 등 모두 4명이 사망했다.
당시 훈련에 영향을 미치는 풍속과 시정거리 등 기상 여건은 모두 양호했으며, 사고기는 추락 1분 전까지도 관제탑과 정상적으로 교신하며 비상 상황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사고기를 몬 정조종사의 비행경력은 1천700여 시간으로 포항에서도 5년가량 근무하며 임무를 수행했던 까닭에 훈련 지역 비행 환경 등에 익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훈련에 투입된 P-3CK 초계기가 비행에 악조건이 없었던 상황에서 이륙 후 6분, 관제탑과의 정상 교신 후 1분 만에 갑자기 추락하자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포항서 초계기 추락…치솟는 연기
(포항=연합뉴스) 29일 오후 1시 52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 해군 초계기가 추락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5.29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포항=연합뉴스) 29일 오후 1시 52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 해군 초계기가 추락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5.29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우선 일각에서는 기체 노후화 및 혹사 등에 따른 기체 피로 균열이나 기타 결함, 부품 단종에 따른 정비 지연 등 문제로 사고 초계기가 추락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포항에서 추락한 P-3는 해군이 1995년부터 도입해 운용해온 미국산 대잠초계기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해 1960년대 초부터 초기형인 P-3A가 생산됐고, 국내에는 성능 개량형인 P-3C 계열이 도입됐다.
1995년 당시 P-3C형 8기가 먼저 들어왔고, 이후 미군이 예비용으로 보유했던 P-3B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완전히 새로 만들다시피 개조한 P-3CK 8대까지 총 16대가 도입됐다.
P-3 초계기 16대는 오랜 기간 동·서·남해를 지키며 '잠수함 킬러'로 명성을 떨쳤지만, 16대라는 수량만으로 삼면 바다를 초계해 온 탓에 기체 혹사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추락 사고가 난 P-3CK 초계기 역시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1966년 제작해 미 해군에 납품한 노후 기종이다.
미군에서 퇴역한 뒤 개조돼 2010년 한국 해군에 도입됐으며, 2030년 도태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해군 측은 "(사고기는)기본골격을 제외한 나머지를 사실상 새 기체 수준으로 개조·개량했고 우리 군이 인수할 때 강도 높은 안전 점검도 거쳤다"며 "사고기는 2021년 2∼8월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기체 창정비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이틀째인 이날 해군이 공개한 1분 20초 분량의 CCTV 영상을 보면 사고 초계기가 우선회를 위해 기체를 오른쪽으로 숙이다가 어느 순간 우측 날개가 지면을 향할 만큼 완전히 몸통이 꺾기더니, 조종석이 바닥을 향한 채로 자유낙하를 하듯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지는 모습이 확인된다.
해당 영상을 본 군 관계자는 "사고기가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중 기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을 잃은 것 같다"며 "항공기 엔진 계통에서 기계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군 당국이 공개한 CCTV 영상 외에도 "자동차가 오작동할 때처럼 이상한 굉음이 나면서 갑자기 추락했다", "비행기가 한두바퀴 돌다가 순식간에 고도를 낮추면서 휘청휘청하면서 추락했다"는 등 P-3CK 초계기가 비정상적으로 추락하는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 증언도 잇따르고 있어 이번 사고가 기체 결함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사고기의 훈련 비행경로가 평소와 같았고 당시 기상 여건도 좋았던 점 등을 들어 조류 충돌이나 난기류 등 외력에 의해 P-3CK 초계기가 추락했을 가능성 등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날 해군은 남구 동해면 사고 현장에 전문 인력을 투입해 사고 원인 규명 등을 위한 감식 작업을 벌였다.
당국은 또 사고 현장에서 음성녹음 저장장치를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기에는 항공기 자세와 방향, 속도 등 비행 기록을 저장하는 일종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는 없고, 조종사들 대화 내용 등이 저장되는 음성녹음 저장장치만 설치돼 있었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조종사 간 대화 내용과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 자료 등을 분석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행하는 해상초계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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