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학생 SNS 검증 강화로
신규 비자 인터뷰 일시 중단
학생들 일정 차질 ‘조마조마’
유학원들 “SNS 계정 검토를”
미국 정부가 유학 비자 발급 과정에서 SNS 계정 심사를 강화할 목적으로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유학 준비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일부는 SNS 심사가 “정치적 검열” “비상식적”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학원들도 상황을 주시하며 SNS 검토를 안내하고 있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우려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가입자 7만명 규모의 한 유학 정보 커뮤니티에는 “7월 출국 예정인데 걱정된다” “언제 (인터뷰 예약이) 다시 열릴지 몰라 심란하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유학생들의) SNS 심사·검증 확대를 준비하기 위해 추가 지침이 발표될 때까지 학생 및 교환 방문자 비자 인터뷰 일정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주한 미국대사관은 기존에 잡힌 인터뷰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신규 신청자들의 인터뷰 날짜는 지정하지 않고 있다.
유학생들은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오는 8월 미국 UC버클리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기로 예정된 최모씨(24)는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체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보통 미국 대학은 8월 중순부터 학기가 시작인데, 심사가 재개돼도 사람이 몰려 지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최대한 빨리 재개되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하려고 준비하는 대학생 윤모씨(24)도 “8월 초 비자 인터뷰 예정인데, 지금은 아예 신청 사이트가 막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씨는 “어제(28일) 소식을 듣고 유학 준비생들이 모인 단톡방에 난리가 났다”며 “SNS와 같은 사생활을 판단 자료로 보겠다는 게 비상식적이고 불쾌하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정치적 견해를 검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 중인 곽모씨(26)는 “팔레스타인 지지 글이나 팔레스타인 깃발 이모티콘을 쓰는 등 사소한 것까지 검열하겠다는 걸로 느껴진다”며 “내쫓겠다고 마음먹으면 뭐라도 걸어서 내보내려는 분위기이니 주변 유학생들도 SNS 계정을 아예 폐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요 유학원들은 상황에 따라 진학 계획을 재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며 “SNS 계정부터 검토하라”고 안내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A유학원 관계자는 “유학생 대부분이 지금쯤 비자를 준비해 8월에 출국한다”며 “현 상황이 계속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청소년 교환학생 부모님들에게 ‘학생들 SNS에 문제가 될 내용은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B유학원 관계자도 “비공개 SNS 계정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니 공개로 풀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아는 게 없으니 답답하다”며 “우리는 슈퍼 을이고 대사관이 슈퍼 갑이니 기다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