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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21일 시민 문제성씨가 직접 촬영
계엄군 시선 아닌 시민 쪽 긴박한 상황 담겨
“물품 정리하다 찾아…진상규명 도움 됐으면”
1980년 5월21일 오전 시민이 직접 광주 금남로를 찍은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집단발포 전 계엄군들이 전열을 갖추고 있다. 동영상 캡처. 5·18기록관 제공.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가 있기 직전 금남로를 시민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발포 장면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무장한 장갑차를 앞세우고 시시각각 시민들을 향해 전열을 갖춰가는 계엄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7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1980년 5월21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를 촬영한 미공개 영상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모두 5분40초 분량의 이 영상은 당시 금남로 인근 동명동에 살았던 문제성씨(70)가 오전 9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8㎜ 필름으로 직접 찍었다.

금남로에서 계엄군과 맞서는 시민들의 모습은 오전 11시30분까지 담겼다. 지금까지 공개된 5·18당시 영상은 외신기자나 군 당국, 정보요원 등이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영상들은 계엄군 쪽에서만 찍었고 편집된 경우도 많아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1980년 5월21일 오전 시민이 직접 광주 금남로를 찍은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집단발포 전 시민들이 5월20일 밤 계엄군에 의해 숨진 시민 시닌 2구가 실린 리어커를 끌고 가고 있다. 동영상 캡처. 5·18기록관 제공.


하지만 이번 영상은 촬영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고 시간순으로 금남로의 상황을 담고 있다. 영상은 오전 9시30분부터 당시 카톨릭센타(지금의 5·18기록관) 앞에 설치돼 있던 전국체전 홍보 아치 조형물 위에서 촬영됐다.

영상을 보면 경찰이 금남로에 모여든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한다. 9시55분 자욱한 최루탄 연기속에서 시민들은 5월20일 밤 광주역 앞에서 계엄군의 발포로 숨진 시민 시신 2구가 실린 손수레를 끝까지 지킨다. 이 손수레는 오전 11시20분 금남로4가쪽으로 향한다.

금남로로 모여든 군중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도청 쪽으로 향한다. 트럭이나 버스에 탄 시민들은 무장하지 않고 각목 등을 들었다. 시민들의 수가 급격히 불어나자 도청 앞 계엄군은 오전10시23분 무장한 장갑차를 앞세우며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한다.

계엄군은 시내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며 3번이나 전열을 정비한다. 계엄군과 시민들의 거리는 영상이 끝나는 오전 11시30분쯤 50m 정도까지 좁혀진다. 하늘에서 군 헬리콥터가 날고 C-123수송기가 도심 상공을 낮게 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1980년 5월21일 오전 시민이 직접 광주 금남로를 찍은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집단발포 전 광주 도심 상공을 군용 수송기가 날고 있다. 동영상 캡처. 5·18기록관 제공.


영상이 끝나고 1시간30여분 뒤 대열을 갖췄던 계엄군은 광주시민들을 향해 발포를 시작했다. 집단 발포로 이날 하루에만 도청 일대에서 41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영상에는 계엄군의 발포 장면은 담기지 않았다.

김호균 5·18기록관 관장은 “이 영상은 5·18의 진실과 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살아있는 증언”이라면서 “당시 시민이 촬영한 현존 유일한 영상으로서 5·18진실규명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물”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기증한 문씨는 “당시에는 영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최근 물품 정리과정에서 찾았다”면서 “계엄군 발포 장면 등을 촬영하지 못해 아쉽지만 5·18진상규명에 도움이 된다니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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