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이준석의 노무현정신 계승
"구역질 난다"강한 반발에도 "노무현 닮고싶다"
득표 도움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노무현 강조
본질은 ‘혜경궁 김씨’소환···TV토론서 제기 전망
친노·친문 자극하며 '이재명의 민주당' 갈라치기
"구역질 난다"강한 반발에도 "노무현 닮고싶다"
득표 도움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노무현 강조
본질은 ‘혜경궁 김씨’소환···TV토론서 제기 전망
친노·친문 자극하며 '이재명의 민주당' 갈라치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연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치철학과 노선, 삶이 전혀 다른 이 후보가 ‘감히’노무현을 언급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구역질이 난다”(천호선 전 노무현재단 이사)며 쏘아붙이는 형편인데
이 후보의 “노 전 대통령을 닮고싶다”는 발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득표에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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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연일 강조하는 이준석…득표에 도움되나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 지지층의 민주당 정당 일체감은 강하고 견고해졌다는 게 정설입니다. 문재인 정부 이후 4050세대의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이들 세대가 2030시절 노 전 대통령을 선출하고 3040시기에 그의 큰 일을 경험하면서 만들어졌다는 해석이 있을 만큼 지지기반을 흔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수후보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이 후보가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들고 민주당을 기습
했습니다.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
기습 장면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대구 유세 도중 “당당하게 바른 소리하고, 탄압받으면 탄압받는 대로 와신상담하고, 어려운 곳에 꾸준히 도전해 언젠가 뚫어내는 그런 정치,
노무현의 정신을 구현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습니다.지난 23일엔 노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3당 합당을 하자는 주변의 이야기가 있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치던 그 모습, 어려운 지역구에 도전하는 것을 본인의 긴 여정 속에서 마다하지 않았던 그런 모습과
닮은 정치를 하고 싶다
”고 외쳤습니다.━
이재명 겨냥 “노무현은 국민에게 바보라하지 않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저녁 진행된 2차 TV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겨냥해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6주기”라며 “그 분은 ‘바보 노무현’으로 자신을 낮췄지,
국민을 바보라고 경멸하지 않았다
”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이비 호텔경제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을 바보라 조롱하는 후보가 감히 노무현을 입에 올리는 세상에서 진정 노무현 정신은 어디에 있는지 돌아본다”고 이재명 후보를 정조준했습니다.‘노무현 장학금’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노무현재단 장학금이 아닌 노무현 정부 국비 장학금을 받았다는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일부의 반발이 계속되자 이 후보는 26일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장학 증서를 받는 사진을 캡처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사후 설립된 노무현 재단의 장학금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시기 국비 장학금 받았다니까 이제는 ‘왜 대통령에게 직접 받은 것처럼 장난치냐’면서 프레임 전환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려나 본데, 직접 장학 증서를 주셨다”며 "
지하에 계신 노 전 대통령이 편협한 그대들을 보면서 얼마나 개탄하겠냐
"고 맞받았습니다.━
“
노무현재단 아닌 노무현 정부 장학금
”…장학증서 받은 사진 게재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6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이 후보의 말이 맞습니다.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개혁을 외쳤던 노무현 정신은 한 정파에 갇혀 있을 수 없습니다. 보편적으로 통용돼야 할 가치가 맞습니다. 그런데 선거 캠페인에선 득표에 도움이 돼야 합니다.
보수후보인 이준석 후보에게 노 전 대통령 소환은 보수층에게도 반감을 살 수 밖에 없고 진보유권자 등에게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는 데도 꾸준히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는 모습
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준석의 전략…‘혜경궁 김씨’수면위로 끌어올리기
이 후보의 노림수, 전략은 무엇일까요. ‘노무현 방패’를 들고 민주당 깊숙하게 기습해서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재명의 민주당’에 불편함을 가진 ‘N개의 노무현’입니다. ‘급한’ 대선 탓에 표출하지 못하지만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민주당 지지층.
이재명 후보에게 마음을 다 열지 못한 친노
·친문을 흔들기 위한 카드
로 보입니다. 견고한 정당일체감을 갈라치기 하려는 전략은 이 후보가 ‘혜경궁 김씨’를 꺼내들며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26일 밤 페이스북에 “제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했더니, 민주당 관계자들이 단체로 발작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라며 본래 말하려던 바를 전달합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외롭고 힘들었던 대통령 말기 시절, 국민들 사이에서 비판받던 시기에 정동영 전 후보를 중심으로 한 '정통들' 계파의 일원이었고,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해왔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절 이재명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거리두기’ 했던 인물”이라고 쏘아붙입니다. 이어 ‘혜경궁 김씨’를 언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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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대선에 묻어둔 불편함…민주당 갈라치기 기습
혜경궁 김씨는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이재명 후보를 적극 옹호하는 반면 노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린 트위터 계정입니다. 해당 계정이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바 있습니다. 한동안 이 후보가 친노·친문의 마음을 얻기 어려웠던 배경
이기도 합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및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후보는 ‘뜻밖에 급해진 대선’ 앞에 친노·친문이 묻어뒀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불편함을 자극하기 위해 노무현 정신을 계속 빌드업 했던 셈입니다.
이 전략이 통한다면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 내릴 것
입니다. 자신의 득표와는 관계 없는 것입니다.하지만.노무현 계승이라는 캠페인은 이재명 후보와의 일시적인 국지전으로 보입니다. 이준석 후보가 노무현 계승을 정치의 방향성으로 삼고 앞으로도 계속 정치를 하며 민주당과 전면전을 하기엔 뿌리내린 토양이 다르고 지향이 너무나 다릅니다.
서거라는 표현보다 사후라는 표현을 쓴다거나 혜경궁 김씨 사건을 꺼낸 것 자체가 노 전 대통령 정신 계승과는 거리가 멀기도 합니다.
이재명 후보에 불편함을 가진 친노·친문을 흔들겠다는 기습작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주당 지지층 일부만 투표장에 나서지 않아도 목표는 성취하는 셈입니다.━
김문수 후보와 넓어진 단일화 전선이 변수
치고 빠지는 기습작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전선이 넓어진 까닭입니다. 대선 막바지로 갈 수록
단일화 전선에 공격을 막고 수비 보강을 위해 이재명 후보와의 국지전은 27일 3차 TV토론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
이 높습니다.마지막 공격인 만큼 수위는 더 강해질 게 분명합니다. 이준석 후보는 상대가 누구든 불쾌하고 불편하고 괴롭히는 영리한 공격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역질이라는 표현 조차 이준석 후보는 달가워 할 것입니다. 국지전을 폈을 뿐인데 전면전처럼 대응하니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어떤 반격 카드를 가지고 있을까요.
*여쏙야쏙은 여당과 야당의 ‘속’사정을 ‘쏙쏙’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