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을 포함해 선사시대 한반도인의 삶을 드러내는 울주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26일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등재 권고’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변이 없는 한 해당 유산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된다.
울주 반구천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 및 암각화’를 아우르는 단일 유산이다. 암각화란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 즉 바위그림을 뜻한다.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자리해 있다. 높이 약 4.5m, 너비 8m(주 암면 기준) 면적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약 300여점이 빼곡하다. 특히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포함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학계에서 주목해왔다. 1970년에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는 높이 약 2.7m, 너비 9.8m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이들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 과정에서 대곡천 침수에 따른 훼손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암각화 발견 6년 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이 홍수 조절 등을 위해 수위를 높일 경우 그림이 물에 잠기는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이 문제는 반구천세계유산등재추진단이 2021년 7월 출범하면서 공론화됐다. 식수원 관리와 문화유산 보존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 논란은 정부 차원에서 ‘사연댐 수문 추가 설치’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환경부는 사업비 647억원을 책정해 오는 2029년 말까지 사연댐 하단에 수문 3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추진단 학술연구 담당인 최현숙 울산암각화박물관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10여년 간 암각화에 대해 수차례 3D 스캔을 한 결과 최초 발견부터 크게 변화한 게 없다고 조사됐다”면서 “유네스코 실사 때도 이 부분을 신중히 따졌다”고 말했다.
이코모스 측은 탁월한 관찰력에 바탕해 한반도에 살았던 이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창의적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7월 6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