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에서 소지품을 챙겨 대피하는 사람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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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의료 장비 대부분이 고갈됐으며 진통제를 포함한 기본 의약품의 42%가 재고가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하난 발크히 WHO 동지중해 국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의료 장비의 약 64%가 재고 '제로'(0) 상태"라며 "필수 의약품의 43%, 백신의 42%도 재고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마취제 없이 골절 수술하는 외과의를 상상해 보라"며 "수액, 주삿바늘, 붕대 같은 기본 의료 물자도 필요한 만큼 확보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항생제, 진통제, 만성질환 치료제 등 주요 의약품도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발크히 국장은 WHO가 현재 가자지구 경계에 인도적 지원 트럭 51대를 대기 중이지만 아직 이스라엘에 통과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2일부터 11주간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이어오다 지난 21일 밀가루, 이유식, 의료 장비 등을 실은 구호 트럭 100대의 진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중 WHO가 보낸 트럭은 단 한 대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WHO는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 설립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제안한 새로운 구호 방식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유엔과 인도주의 단체들이 배포한 가자지구 구호품 상당량이 하마스 무장대원에게 흘려들어 갔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동조해 민간 기업들이 더 제한적이고 통제된 방식으로 구호품을 배분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WHO는 GHF의 중립성이 결여됐고 주민들이 구호품 수령을 위해 특정 장소로 이동해야 하므로 추가적인 이주를 유발하는 데다 폭력이나 공습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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