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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등재 핵심은 보존 대책…댐 수위 조절로 침수 예방 목표
'문화유산 보존'·'식수원 관리' 대립하기도…학계 "댐 철거 검토해야"


2023년 태풍이 지나간 뒤 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오랜 기간 비운의 문화유산으로 여겨졌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들어선 사연댐의 영향이다.

댐이 들어선 뒤, 반구대 암각화는 매년 장마철을 비롯해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불어난 하천물에 잠겼다가 다시 물 밖으로 노출되기를 반복했다.

사연댐은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형 댐이어서 많은 비가 내려 댐 저수지가 가득 차면 상류의 암각화까지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물 속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가 침수되기 시작해 57m가 넘게 되면 완전히 잠긴다.

길게는 5∼6개월 가까이 물에 잠기는 데다, 빗물에 떠내려온 각종 오물에 뒤덮이는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암각화 훼손 문제는 오랜 기간 지적돼 왔다.

2014년부터는 사연댐의 물을 추가로 방류하는 방식으로 댐 수위를 낮게 유지하는 '응급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암각화는 연평균 42일, 거의 한 달 이상은 물에 잠겨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의 생활과 풍습을 알 수 있는 최고 '걸작'이란 평가에도 쉽사리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못했다.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세부 모습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0년 잠정목록에 올랐으나, 보존 대책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인 2023년의 경우, 문화유산위원회가 3차례 소위원회를 열어 보존 관리와 보호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침수 문제를 풀기 위해 생태 제방 축조, 유로 변경, 차수벽 설치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됐으나 모두 문화유산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거대한 구조물인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건설을 추진했지만, 초기 단계부터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실현되지 않았다.

반구대 암각화의 여러 도상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과정에서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식수원 관리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가유산청과 문화 관련 단체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게 우선'이란 입장이었으나, 울산시는 시민 식수 확보 부분을 지적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상당 기간 이어지기도 했다.

해결의 물꼬가 트인 건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 지 딱 50년 되는 2021년이다.

정부는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사연댐에 15m 폭의 수문 3개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존 방안을 내놓았다.

수문을 설치해 사연댐 수위를 반구대 암각화 아래인 해발 52m에 맞춰 운영하면 연평균 침수일이 1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었다.

2009년 열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 마련 공청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환경부는 지난해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과 댐 안전성을 강화할 대책 등이 담긴 '사연댐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으며 설계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공사가 시작돼 2030년께 준공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운영하려면 '대체 수자원'이 필요한데,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선 지자체와 정부 간 긴밀한 협력과 협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학계에서는 추후 사연댐 철거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4년 설계했던 투명 물막이 시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구대 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2023년 펴낸 저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수위를 낮춘 뒤 여건이 해결되면 사연댐은 아예 철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하루빨리 정상화가 되는 게 시급하다"며 "울산 지역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적극적인 보존 방안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유산위원장인 강봉원 경주대 명예교수는 "다른 무엇보다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며 "한국 고고학 맥락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고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려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구천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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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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