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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의 US스틸 완전 자회사화에는 선 그어

미국 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사실상 승인했다. 하지만 완전 인수인지, 부분 소유인지를 놓고 미국과 일본의 입장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일부 소유권만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쪽이 기대했던 ‘완전 자회사화'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에서 US스틸의 매각과 관련해 “미국이 통제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12월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US스틸 인수에 나선 일본제철은 지난 1월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매각 불허’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국가안보상 위협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송까지 불사한 일본제철은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 정부를 설득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을 승인할 시, 미국에 인수 대금 외에 140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US스틸, JP 모간과 카네기가 손잡으며 탄생
US스틸 노동자들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회사 본사 앞에서 일본 제철의 인수를 지지하는 집회를 벌였다./연합뉴스

US스틸의 성장과 위기는 미국 제조업의 흥망성쇠를 담고 있다. 탄생부터 남달랐다. ‘금융 황제’ 존 피어몬트 모간(JP 모간)과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만남에서 US스틸이 시작됐다. 모간은 전국의 철강회사를 사들이며 1898년 ‘페더럴스틸’(연방 제강)이라는 철강 회사를 세웠다. 이후 카네기를 찾아가 페더럴스틸과 카네기스틸의 합병을 제안했고 두 회사가 합쳐지며 US스틸이 탄생했다.

기업가치는 1901년 출범 직후 14억 달러를 찍으며 세계 최초로 기업가치 10억 달러의 벽을 돌파했다. 그해 미국 정부 예산의 두 배였다. US스틸 출범 당시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66%였다. 전성기였던 1943년에는 직원 수가 34만여 명에 달했고 1953년에는 조강 생산량이 3500만 톤을 기록했다. US스틸은 미국이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으로 올라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 약화와 일본, 독일, 중국의 성장으로 점차 힘을 잃었다. 가격경쟁뿐만 아니라 기술혁신도 뒤처졌다. 일본과 독일 철강회사가 공장과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때 US스틸은 거대한 고로에서 철광석 등의 원자재를 녹여 강철을 만드는 오래된 방식을 고수했다. 찰스 브래드퍼드 애널리스트는 CNN에 “US스틸이 갖고 있던 기술은 1940년대의 기술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미니밀’ 제강 설비로의 전환에 실패하며 미국 내에서도 조강 생산량 3위로 밀려났다.

한때 시가총액 1위였던 US스틸은 2014년 미국 주요 500개 대기업으로 구성된 S&P500 지수에서 퇴출당했다. 2023년 US스틸의 조강 생산량은 약 1500만 톤으로 일본제철의 3분의 1이었다. 2023년 세계 순위는 24위로 10년 전 13위에서 크게 하락했다. 오랜 경영난에 시달리던 US스틸은 2023년 매물로 나왔고 그해 12월 세계 4위의 철강회사 일본제철이 경쟁 입찰 끝에 인수자로 선정됐다.
일본제철은 왜 US스틸을 사려고 할까 일본제철은 주당 55달러에 US스틸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기존 주가보다 40%나 높은 가격이었다. US스틸 회장과 주주들도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조합원만 85만 명에 달하는 전미철강노조가 들고 일어났다. ‘해고나 공장 폐쇄를 하지 않고 노조가 있는 공장에 투자한다’는 일본제철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US스틸의 역사가 곧 미국 제조업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은 자동차, 인프라, 국방을 뒷받침하는 공급망의 근본이다. US스틸의 본사는 제조업의 상징인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블루칼라 노동자가 모여 있는 러스트벨트이자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최대 경합주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요소가 기업 간 인수를 가로막은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일본제철의 유에스스틸 인수 불허 방침에서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US스틸과 일본제철 사이에 계획된 파트너십을 통해 적어도 일자리 7만개가 생기고, 미국 경제에 140억달러(19조1520억원) 규모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일본제철이 리스크를 안고도 US스틸 인수전에 뛰어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일본 철강산업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4~9월 일본의 철강 수입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제철도 세계 1·3위 철강업체를 가진 중국의 덤핑에 시달리며 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와 2020년도 등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일본제철은 2022년도에 5036억 엔(약 4조6300억원)까지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2023년도는 3242억 엔(약 2조9800억원)으로 미끄러졌고 2024년도 실적도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철강 수요가 늘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제철은 직접투자 대신 현지 기업 인수라는 전략을 택했다. 동맹국인 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는 US스틸을 인수해 노후화된 설비를 현대화하고 이를 활용해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할 경우 2023년 조강 생산능력 5941만 톤으로 중국 안스틸(5589만 톤)을 제치고 세계 3위가 된다. 일본제철이 목표로 하는 2030년 1억 톤 생산도 겨눠볼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1억 톤 이상 철강을 생산하는 곳은 중국 바오산철강(1억3077만 톤)이 유일하다.

자원 확보도 가능하다. 자원이 없는 일본은 US스틸이 보유한 철광석 광산에 주목했다. US스틸은 일찍이 원자재 공급 리스크를 관리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직접 광산을 소유하며 운영해왔다. 미국 5대 광산 중 미네소타에 있는 광산 2곳이 US스틸 소유다.

또 미국은 친환경 채굴·제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US스틸은 2021년 전기로 업체인 빅리버스틸을 인수했는데 이곳에서는 75%의 전력을 태양광과 원자력발전으로부터 공급받아 고장력강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제철이 원자재와 에너지,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US스틸을 인수하면 자원 확보와 신재생에너지 전환, 미국 시장 진출까지 최소 3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결정한 이후 로비금액을 대폭 늘리고 공화당, 민주당 출신 인사를 영입해 로비에 공을 들였다.

미국 정부가 내세운 인수 불허의 이유는 국가안보와 공급망 위험이다.

사실상의 인수 승인 메시지가 나오면서 시장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 자회사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었다. 닛케이는 “막판 작업에서 미 정권이 과반인 51%나 소액출자 등에 그치라고 주장한다면 종착점을 재차 전망하기 어렵게 된다”고 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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