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제주 모 중학교 교사의 제자들이 떠난 교사를 그리는 편지를 썼다.
26일 제주교사노조가 공개한 편지에는 “진실은 우리의 가슴에 남았다” “존엄과 따뜻함을 지닌 참된 교육자였다”며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내용이 담겼다.
편지를 보낸 이들은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제자들이다. 50명의 학생들은 고인을 그리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다.
평소 고인의 별명을 부른 것이 미안하다는 고모군은 “복도 끝에서 웃으며 인사를 건네 주시던 모습이 선명하다”며 “이렇게 글로 선생님을 불러야 하는 현실이 슬프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고군은 “언제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을 돌봐주셨고, 언제나 우리 곁에 계셨다. 그런 선생님께서 그토록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는 걸 우리는 빨리 알아채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숨진 교사를 보며 자신도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김모군은 “수업하실 때도 일상에서도 선생님은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이끌어주셨다”며 “짓꿎은 장난을 잘 받아주시고, 어떤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학생들의 편지에는 그리움이 가득 담겼다. 학생들은 숨진 교사를 ‘늘 학생들을 걱정했던 분’ ‘열정적으로 수업해주셨던 분’ ‘친구처럼 학생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살펴주던 선생님’으로 기억했다.
편지 글에는 이번 사망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고 제도적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학교 내내 숨진 교사의 과학 수업을 들었다는 김모군은 “처음 수업을 들었을 때 너무 재미있고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런 선생님이 지속적인 갈등으로 괴로워하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 부디 잘 조사해서 억울함이 밝혀지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을 지난해 졸업생이라고 밝힌 또 다른 김모군은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행위로 민원을 받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 일부는 이날 오후 5시 제주교사노조 사무실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육당국에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제주시 내 한 중학교 창고 건물에서 이 학교 40대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고, 학생 가족으로부터 수차례 항의성 민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무실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