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제2차 냉전 시대’로 돌아온 미래전략가 제이슨 솅커 인터뷰
냉전은 이념 간 대립 아닌 중국과 반(反) 중국 간 갈등…미국이 총대 멨다
“트럼프, 과정보다 결과 중시…악역 자처해 ‘3차 세계대전’ 막으려는 것″
“중국의 목표는 대만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다. 사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그 틈을 타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관세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을 뿐이다.”
21일 화상으로 만난 제이슨 솅커는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세계 1위 미래 전략가. 경제연구소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Prestige Economics)와 미래 전략 예측기관인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The Futurist Institute)의 수장이자 경제, 금융, 기술 분야에 걸쳐 36권에 달하는 저서를 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신간 ‘제2차 냉전 시대(Cold War 2)’의 반응도 뜨겁다. 출간 직후 미국 아마존 거시경제 분야 1위에 올랐으며 국내에서도 23일 기준 네이버도서 종합 부문 9위, 교보문고 경영·경제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거머쥐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책은 ‘제2차 냉전’의 개막을 선언, 3부에 걸쳐 신(新)냉전의 원인과 양상, 향후 영향을 톺아본다. 솅커에 따르면 냉전은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혹은 미국 대 소련의 대립도 아닌 중국과 반(反)중국 간 갈등. 아시아의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을 제압하기 위한 범세계적 항전이다.
다만 이번 냉전의 싸움터는 더 이상 군사 개입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자원 통제권, 정보 지배력, 무역 안보력 등 다양한 국가적 역량이 승패를 좌우하며 그 형태도 대리전, 사이버전 등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띌 전망이다.
제이슨 솅커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재구성하고 대체 공급망을 빠르게 확보한 국가와 기업만이 재편된 질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제이슨 솅커와의 일문일답.
─저서에서 미국이 전략적 우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자립을 강화하고 기술적으로 더욱 우위를 점하면서 정보전쟁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평가한다면.
“아직 임기 초반이라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며 미국의 기술력과 산업 주권을 회복하려는 데 주력하고 있다. 1기 행정부 때 시작된 관세, 공급망 재편 전략은 바이든 정권에서도 유지됐고, 현재 2기에서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적 억지력뿐 아니라 경제적 수단을 적극 활용해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고 있다. 트럼프는 절차보다 결과를 중시하는(outcome-focused) 인물이다. 동맹의 불만을 감수하고서라도 실질적인 억지 효과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악역’을 자처하면서라도 중국이 불러올 수 있는 ‘3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는 것이 이번 행정부의 궁극적 목표다.”
─미국이 범세계적인 동맹을 더욱 튼튼히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방국에도 예외 없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등 자국 우선 정책을 펼치는 데 집중하는 듯 보인다. 결국 트럼프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표면적으로는 동맹을 흔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동맹국들이 중국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동맹국들과 실질적인 공조를 이끌어내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캐나다나 멕시코에 관세 위협을 가하는 것은 이들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동맹국들이 중국산 제품을 더는 우회 수입하지 못하게끔 강력히 조치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미국은 그간 신사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해왔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래서 강수를 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에 방위비 분담 확대나 무기 구매를 요구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이들의 자주국방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즉 불편한 절차를 감수하면서도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동맹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중(對中) 관세 조치는 실효적인가.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한발 후퇴한 것처럼 보였다. 관세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최근 이뤄진 관세 유예는 후퇴가 아닌 ‘전략적 숨고르기’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90일간 관세 유예를 조치한 것은 실질적인 대화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봐야 한다. 미국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중국에 ‘미국은 언제든 관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고, 결국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경제적 압박은 단순히 무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대만 점령을 막기 위한 억지 수단이다. 실제로 미국은 관세를 ‘경제적 실사격 훈련(economic live fire drill)’이라고 보고 있다. 군사훈련과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얼마나 강하게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 중국의 침공 의사를 꺾어놓으려는 것이다. 트럼프는 “전쟁은 피해야 하나, (전쟁을) 피하는 데 필요한 압박은 얼마든지 감수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입을 국가는 어디일까.
“우선 인도가 최대 수혜국이 될 확률이 높다. 인도는 인구가 많고 인건비는 낮아 중국을 대체할 저비용 제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해외 직접투자 흐름도 중국에서 인도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다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관련해선 한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삼성, 하이닉스, LG 등 대기업들이 미국 텍사스 등지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은 미국의 ‘첨단 기술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일부 산업에서 수혜를 보겠지만, 한국은 특히 수출 중심 구조 덕분에 훨씬 유연하게 시장 대응을 하고 있다. UAE도 언급할 만하다. 지정학적 중립성과 물류 거점 기능을 바탕으로 ‘중간자’ 역할을 자처하며 글로벌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강조한 ‘동맹 블록’의 중심은 확실히 한·미·일 3국이다."
─저서에서 또 한가지 강조한 것이 대만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다.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큰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까.
“두 지역 모두 충돌 가능성이 실재한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동반 상승한다.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북한이 틈새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7년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은 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은 군 현대화를 2027년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 역시 이를 기준으로 대비 시나리오를 가동 중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주한미군과 자체 방위력 덕분에 상대적으로 강한 억지력을 확보한 상태라 전쟁 가능성은 더 낮다. 한국의 ICT 산업 위상도 일종의 전략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이미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활동을 강화하는 등 압박을 높이고 있어 한국도 안보 긴장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미국 금융 시스템은 글로벌 투자처로 선호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제2차 냉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미국 안전자산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 시장의 매력이 유효하다고 보나.
“무디스의 등급 강등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피치와 S&P가 선제적으로 강등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이는 이미 시장에선 반영된 상태다. 미국 시장의 매력은 유효하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 경제국으로 강한 소비시장, 뿌리깊은 자본시장, 높은 규제 신뢰도,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무엇에 투자하느냐’다. 미국 기업에 투자할지, 미국 달러에 투자할지에 따라 환율 리스크가 달라진다. 한국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 실질 수익률은 줄어들지 않나. 이 경우에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되 원화 기반 ETF를 매수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즉, 환헤지 여부도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가장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 곧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미 후보들은 저출산 해소, AI 육성 등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한국 차기 정부가 가장 집중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
“일단 가장 시급한 건 안보 아닐까. 출산율 저하나 AI 전략도 물론 중요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이 모든 계획은 무력화될 것이다. 한국은 ICT 분야에서 이미 ‘체급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나라다. 경쟁력을 유지 및 강화하면서 안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
첨단 기술과 수출 주도형 산업 구조는 자본 유입과 국가 브랜드를 유지할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언제든 그 기반을 흔들 수 있다. 트럼프는 한국이 ‘경제 안보’ 측면에서 이미 핵심 동맹국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이런 위상을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선 기술력 강화와 함께 외교·군사적 대응 능력 고도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냉전은 이념 간 대립 아닌 중국과 반(反) 중국 간 갈등…미국이 총대 멨다
“트럼프, 과정보다 결과 중시…악역 자처해 ‘3차 세계대전’ 막으려는 것″
“중국의 목표는 대만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다. 사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그 틈을 타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관세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을 뿐이다.”
21일 화상으로 만난 제이슨 솅커는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세계 1위 미래 전략가. 경제연구소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Prestige Economics)와 미래 전략 예측기관인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The Futurist Institute)의 수장이자 경제, 금융, 기술 분야에 걸쳐 36권에 달하는 저서를 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제이슨 솅커 제공
신간 ‘제2차 냉전 시대(Cold War 2)’의 반응도 뜨겁다. 출간 직후 미국 아마존 거시경제 분야 1위에 올랐으며 국내에서도 23일 기준 네이버도서 종합 부문 9위, 교보문고 경영·경제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거머쥐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책은 ‘제2차 냉전’의 개막을 선언, 3부에 걸쳐 신(新)냉전의 원인과 양상, 향후 영향을 톺아본다. 솅커에 따르면 냉전은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혹은 미국 대 소련의 대립도 아닌 중국과 반(反)중국 간 갈등. 아시아의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을 제압하기 위한 범세계적 항전이다.
다만 이번 냉전의 싸움터는 더 이상 군사 개입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자원 통제권, 정보 지배력, 무역 안보력 등 다양한 국가적 역량이 승패를 좌우하며 그 형태도 대리전, 사이버전 등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띌 전망이다.
제이슨 솅커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재구성하고 대체 공급망을 빠르게 확보한 국가와 기업만이 재편된 질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제이슨 솅커와의 일문일답.
─저서에서 미국이 전략적 우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자립을 강화하고 기술적으로 더욱 우위를 점하면서 정보전쟁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평가한다면.
“아직 임기 초반이라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며 미국의 기술력과 산업 주권을 회복하려는 데 주력하고 있다. 1기 행정부 때 시작된 관세, 공급망 재편 전략은 바이든 정권에서도 유지됐고, 현재 2기에서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적 억지력뿐 아니라 경제적 수단을 적극 활용해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고 있다. 트럼프는 절차보다 결과를 중시하는(outcome-focused) 인물이다. 동맹의 불만을 감수하고서라도 실질적인 억지 효과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악역’을 자처하면서라도 중국이 불러올 수 있는 ‘3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는 것이 이번 행정부의 궁극적 목표다.”
─미국이 범세계적인 동맹을 더욱 튼튼히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방국에도 예외 없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등 자국 우선 정책을 펼치는 데 집중하는 듯 보인다. 결국 트럼프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표면적으로는 동맹을 흔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동맹국들이 중국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동맹국들과 실질적인 공조를 이끌어내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캐나다나 멕시코에 관세 위협을 가하는 것은 이들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동맹국들이 중국산 제품을 더는 우회 수입하지 못하게끔 강력히 조치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미국은 그간 신사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해왔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래서 강수를 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에 방위비 분담 확대나 무기 구매를 요구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이들의 자주국방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즉 불편한 절차를 감수하면서도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동맹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중(對中) 관세 조치는 실효적인가.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한발 후퇴한 것처럼 보였다. 관세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최근 이뤄진 관세 유예는 후퇴가 아닌 ‘전략적 숨고르기’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90일간 관세 유예를 조치한 것은 실질적인 대화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봐야 한다. 미국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중국에 ‘미국은 언제든 관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고, 결국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경제적 압박은 단순히 무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대만 점령을 막기 위한 억지 수단이다. 실제로 미국은 관세를 ‘경제적 실사격 훈련(economic live fire drill)’이라고 보고 있다. 군사훈련과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얼마나 강하게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 중국의 침공 의사를 꺾어놓으려는 것이다. 트럼프는 “전쟁은 피해야 하나, (전쟁을) 피하는 데 필요한 압박은 얼마든지 감수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입을 국가는 어디일까.
“우선 인도가 최대 수혜국이 될 확률이 높다. 인도는 인구가 많고 인건비는 낮아 중국을 대체할 저비용 제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해외 직접투자 흐름도 중국에서 인도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다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관련해선 한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삼성, 하이닉스, LG 등 대기업들이 미국 텍사스 등지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은 미국의 ‘첨단 기술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일부 산업에서 수혜를 보겠지만, 한국은 특히 수출 중심 구조 덕분에 훨씬 유연하게 시장 대응을 하고 있다. UAE도 언급할 만하다. 지정학적 중립성과 물류 거점 기능을 바탕으로 ‘중간자’ 역할을 자처하며 글로벌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강조한 ‘동맹 블록’의 중심은 확실히 한·미·일 3국이다."
지난 21일 구글 미트를 통해 만난 제이슨 솅커 '제2차 냉전' 저자. /화면 캡처
─저서에서 또 한가지 강조한 것이 대만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다.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큰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까.
“두 지역 모두 충돌 가능성이 실재한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동반 상승한다.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북한이 틈새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7년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높은 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은 군 현대화를 2027년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 역시 이를 기준으로 대비 시나리오를 가동 중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주한미군과 자체 방위력 덕분에 상대적으로 강한 억지력을 확보한 상태라 전쟁 가능성은 더 낮다. 한국의 ICT 산업 위상도 일종의 전략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이미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활동을 강화하는 등 압박을 높이고 있어 한국도 안보 긴장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미국 금융 시스템은 글로벌 투자처로 선호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제2차 냉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미국 안전자산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 시장의 매력이 유효하다고 보나.
“무디스의 등급 강등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피치와 S&P가 선제적으로 강등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이는 이미 시장에선 반영된 상태다. 미국 시장의 매력은 유효하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 경제국으로 강한 소비시장, 뿌리깊은 자본시장, 높은 규제 신뢰도,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무엇에 투자하느냐’다. 미국 기업에 투자할지, 미국 달러에 투자할지에 따라 환율 리스크가 달라진다. 한국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 실질 수익률은 줄어들지 않나. 이 경우에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되 원화 기반 ETF를 매수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즉, 환헤지 여부도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가장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 곧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미 후보들은 저출산 해소, AI 육성 등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한국 차기 정부가 가장 집중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
“일단 가장 시급한 건 안보 아닐까. 출산율 저하나 AI 전략도 물론 중요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이 모든 계획은 무력화될 것이다. 한국은 ICT 분야에서 이미 ‘체급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나라다. 경쟁력을 유지 및 강화하면서 안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
첨단 기술과 수출 주도형 산업 구조는 자본 유입과 국가 브랜드를 유지할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언제든 그 기반을 흔들 수 있다. 트럼프는 한국이 ‘경제 안보’ 측면에서 이미 핵심 동맹국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이런 위상을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선 기술력 강화와 함께 외교·군사적 대응 능력 고도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