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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대선, 내 삶을 바꿀까]



서울의 한 고시원. 방음도 안 되는 문 너머로 또 옆집 통화 소리가 들린다. 박모(27) 씨는 4평도 안 되는 방에서 졸업을 유예한 채 취업준비 중이다. 잠시 거쳐가는 공간이라 생각하고 버텼던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이대로 평생을 살아야 할까 두렵다.

어학 점수는 기준선에 겨우 닿았고 자격증 학원은 선뜻 등록하기 어렵다. 수강료는 기본이 40만원이 넘고 교재비는 별도다. 돈 벌기 위해 돈이 필요한지 몰랐다. 이미 등록금 대출이 3000만원인 데다 생활비 대출까지 떠올리면 시작도 전에 족쇄부터 생긴 기분이다.

“취업만 하면 갚을 수 있다”는 말을 되새기지만 그 ‘취업’이 쉽지 않다. 지금은 ‘금(金)턴’ 시대, 인턴 기회가 금보다 귀하다. 취업을 포기한 적은 없는데 통계청 분류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이다. 본인은 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회는 그를 ‘의욕 없는 청년’으로 바라본다. 나름 이것저것 해오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해 인생이 부정당하는 기분이 든다.

습관처럼 취업 커뮤니티를 훑는다. ‘나만 이러진 않겠지’ 위안 삼으러 들어갔지만 박 씨 마음엔 “능력에 비해 눈만 높은 젊은이들 복에 겨웠네”라는 댓글만 남았다.

경력직만 뽑고 비정규직은 늘고 수도권과 지역 간 일자리 격차는 커졌다. 박 씨는 중고 신입이 되기 위해 학교를 떠날 수 없었고 본가 근처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이런 삶 속에서 대선 공약을 바라보는 박 씨의 마음은 복잡하다. ‘청년 맞춤형 공공분양’, ‘청년주택 매년 10만 호’ 등 공급 확대를 내세운 공약은 많아 보이지만 박 씨에게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다. 그가 사는 방은 창문이 복도로 나 있어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고 침대를 놓으면 몸을 제대로 펼 수조차 없다. 그가 바라는 건 지금보다 조금 더 인간다운 공간이다. ‘고품질’, ‘맞춤형’ 같은 표현은 와닿지 않았다.

‘월세 부담 완화’, ‘반값월세존’도 마찬가지다. 당장 기숙사를 더 짓는 데도 지역주민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월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는 없다. 국가 지원이 있더라도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학자금대출의 상환 요건 완화’, ‘이자 면제 확대’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박 씨는 ‘된다 한들 내가 그 안에 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청년미래적금’, ‘도약계좌’는 전에 들었던 정책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당장 쓸 돈도 마련하기 벅찬 박 씨는 알아보기를 관뒀다.

박 씨는 ‘구직활동지원금’과 ‘공정채용법’이 반가웠다. 하지만 단번에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요즘 ‘생애 한 번’ 주는 지원금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탈락 사유 통지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안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창업 지원 같은 공약을 보고 박 씨는 창업할 돈이면 이 방부터 나왔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시원에서 마주한 현실은 정책보다 빠르고 무겁게 다가온다.

불확실한 미래. 빚은 커지고 나이는 먹는데 확실한 건 박 씨가 불합격했다는 사실뿐이었다.

청년 주거 공약 ‘공급 확대’ 한목소리
두 후보 모두 청년정책 중 주거 공약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년 공공분양 및 월세지원 확대 등 주거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직주 근접 주거복합플랫폼주택 조성으로 설계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 및 대상 주택의 확대를 약속했으며 통신비 세액공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상생형 공공기숙사를 대폭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반값월세존 조성을 약속했다. 대학가 인근 원룸촌에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여 학생들에게 반값으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1인용 아파트 및 오피스텔 공급을 확대해 청년들이 선호하지만 공급이 줄어드는 오피스텔을 세제상 주거 대상 주택 수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주택의 10% 이상을 1인형 오피스텔로 특별공급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각 후보의 주거·부동산 공약이 전반적으로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재명 후보 공약에 대해 공공임대주택의 품질 개선, 공공임대주택의 비율 확대를 제시한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지하실, 옥상,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높은 청년에게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은 청년의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김문수 후보의 경우 민간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개발·세제·대출 규제완화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전 정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정책으로는 주거 불평등, 자산 불평등만 확대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공약, 李 ‘덜 빌리게’ vs 金 ‘더 빌릴 수 있게’이재명 후보는 학자금대출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취업 후 상환 가능한 학자금대출의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이자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청년의 학자금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등록금 부담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김문수 후보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위한 생활비 대출 확대를 언급했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졸업 유예에 따른 졸업유예금 제도를 개선하고 주거 안정 장학금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해법, 李 ‘구직활동지원금’ vs 金 ‘대기업 신입공채 확대’
청년 취업 공약에서 이 후보는 복지, 김 후보는 일자리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구직활동지원금을 확대해 기회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자발적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생애 1회 한도로 구직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기업이 운영하는 ‘채용연계형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확산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대기업 신입공채 도입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년 창업 지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AI에 초점을 맞춰 AI 청년 스타트업 빌리지를 전국에 조성하고 100조원 민관합동펀드로 창업을 돕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채용법을 제정해 채용 절차 및 기준을 단계별로 공개하도록 하고 탈락 사유 통지 요청권을 도입해 구직자의 알권리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재원은 어디서
청년정책 공약의 지향점은 확연히 달랐다. 이 후보는 “생활 안정 및 생활비 절감”, 김 후보는 “청년의 미래를 키우는 나라”를 내걸었다. 이 후보는 복지와 주거 중심에 가까웠고 현금 등 직접 지원의 방식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후보는 경제성장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 제도 개편 같은 간접 지원 방식에 가까웠다.

청년 공약에 대한 재원 마련의 구체성이나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이 후보는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과 2025∼2030 연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 후보는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국비 및 지방비를 활용하고 기존 예산 재조정과 주택도시기금 등 공공기금 등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 모두 공약의 구체성을 두고 ‘누구에게 어느 정도로’ 지원 및 확대할 것인지 언급한 바는 없다.


조수아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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