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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주영 현대트랜시스 시트설계1팀장
21일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에서 만난 유주영 시트설계1팀장. 현대트랜시스 제공

대부분의 사람에게 ‘좋은 차’는 탔을 때 편안한 차다. 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가고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차 말이다. 이런 편안한 승차감은 서스펜션부터 타이어, 차체의 강성까지 다양한 요인이 결정하는데, 빠질 수 없는 게 시트다.

고급차로 갈수록 시트의 중요성은 커진다. 안락한 승차감은 고급차가 무릇 갖춰야 할 ‘덕목’인 만큼, 완성차 업체들은 시트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특히, 운전자가 아니라 뒷자리 ‘사장님’을 위한 차인 고급차는 뒷좌석 시트의 편안함이 차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안전하고, 더 편안한 시트를 만들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땀과 노력이 고급차 시트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유다.

국내에서 고급 브랜드 자동차 시트를 직접 설계하는 현대트랜시스 시트설계1팀의 유주영 팀장을 <한겨레>가 동탄시트연구센터에서 21일 만났다. 24년 동안 자동차 시트를 만든 그는 2020년부터 제네시스, 그랜져, 소나타 등에 들어가는 시트를 설계하는 1팀을 이끌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 내 슬레드 시험 시설 모습. 이 시험은 충돌 상황을 재연해 인체에 가해지는 충격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험이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최적의 ‘편안함’을 찾아…수백번 눌러보고, 앉아보고

편안함이라는 감각은 매우 주관적이다. 하지만 제품은 표준화돼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트를 만들기 위한 과정은 그래서 험난하다. 유 팀장은 “시트에 앉았을 때 편안하다고 느끼려면 적당히 푹신하고, 어느 한 부위에 하중이 집중되지 않고 체중이 고루 분산돼야 한다”며 “이걸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시트사마다 갖고 있는 노하우”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시트만 20년을 만들다보니 기본 컨투어(시트 형상 디자인)가 있고, 어떤 가죽이나 폼(쿠션용 소재)을 쓰느냐에 따라 눌림 정도가 다르니까 세부 디자인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시트가 어떤 모양이어야 앉았을 때 편한지, ‘적당한’ 푹신함이란 어느 정도인지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 이를 바탕으로 설계한다는 얘기다.

제네시스 지(G)90 뒷좌석 시트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시트 부위마다 푹신함의 정도를 달리 설정하는 것도 노하우의 일부다. “엉덩이는 좀 단단하게 하고 등은 그보다 푹신하게 만든다. 볼스터(옆구리 쪽 시트)는 코너링할 때 몸을 잡아줘야 하니까 좀 단단하게 만들고, 허벅지 앞 쪽이 닿는 부분은 브레이크나 엑셀을 밟아야 하니까 잘 눌리도록 푹신하게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정량화된 수치보다 중요한 건 실제 사람의 평가다. 유 팀장은 “수치는 객관적이기는 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참조용이고 실제 사람이 하는 설문 평가가 최종 튜닝 작업의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시트를 외국 경쟁사 시트와 비교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머리 받침대 지지는 어떤지, 허벅지 지지감은 어떤지’ 등 107개 항목에 대한 답변을 수치화해 점수를 매긴다고 한다. 이렇게 나온 점수가 설계팀이 목표로 했던 점수에 미달하면 푹신함의 정도 등을 계속 조정하는 튜닝 작업을 한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동차 뒷좌석에 타는 실제 고객의 목소리다. 현대트랜시스 임원들, 그리고 현대자동차 그룹 내 여러 임원들 의견을 주요하게 반영한다. 회사 밖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유 팀장은 “지(G)90 시트를 개발할 때, 어느 시트 부품사 회장님이 이전 모델인 에쿠스를 타면서 불편했던 점을 말하면서 꼭 반영해달라고 하셔서 저희가 실제 반영했다”며 “머리받침 조정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움직이도록 하고, 뒷좌석 머리 받침대가 머리가 아니라 목을 받쳐주도록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발 받침대도 그분 말씀을 듣고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느질 한 땀, 가죽에 난 모기 자국까지 신경 써

시트는 자동차에서 엔진 다음으로 비싼 부품이다. 각종 기술이 집약돼 있는 데다가 시트에 들어가는 쿠션 소재를 절단하고, 그 위에 커버를 씌워 바느질을 하는 일까지 사람 손을 안 거치는 작업이 없다보니 그렇다. 천연 소재인 가죽이 대거 들어가는 점도 이유다. 제네시스 지90만 놓고보면, 1억이 넘어가는 차 값의 20% 정도가 시트 가격일 정도다. 그렇다보니 고급차 시트의 경우엔 품질을 더욱 최우선으로 두게 된다.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볼륨 모델과 달리 모든 소재를 최고급으로 쓰기에 편안함을 더 잘 구현한다.

유 팀장은 “시트에 쿠션 역할을 하는 폼의 경우 소나타는 좀 더 푸석푸석한 느낌이 드는 저렴한 폼과 고급 폼을 섞어 사용하지만, 제네시스에는 탄력성이 더 뛰어난 라텍스 느낌의 고급 폼을 단일재로 사용한다”고 했다. 이어 “가죽도 명품 이탈리아 가죽인 세미 아닐린 가죽을 사용하는데, 고급 가죽일수록 두껍고 잘 늘어나서 앉았을 때 딱딱하지 않고 푹신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디테일도 꼼꼼하게 챙긴다. 유 팀장은 “디자인을 위한 박음질도 너무 촘촘하면 시트가 늘어나질 않아 딱딱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박음질 간격까지 고려하고, 가죽은 모기 물린 자국 하나만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의 눌림 차이만으로도 앉았을 때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쓰는 셈이다.

운전석 헤드레스트가 불편한 이유

유 팀장은 “컴포트(편안함)가 중요하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안전”이라며 “소비자들이 갖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머리받침대가 너무 앞으로 나와 있어서 불편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헤드레스트가 뒤에 있을수록 목이 꺾이니까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운전석의 경우 불가피하게 목이 아니라 머리와 가깝게 설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트에 탑재된 마사지 기능이 충분히 시원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유 팀장은 “딱딱한 부품을 넣으면, 충돌이 났을 때 뼈를 부순다거나 척추에 상해를 줄 수 있어서 말랑말랑한 공기주머니를 넣다보니 효과는 좀 떨어지는 면이 있다. 앞으로 저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21일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에서 만난 유주영 시트설계1팀장. 현대트랜시스 제공

“유럽차보다 중국차 기술 보고 놀라”

현대차는 2008년 1세대 제네시스(BH)를 내놨다. 아직 제네시스가 브랜드로 출범하기 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기술적으로 외국 럭셔리 브랜드 시트를 따라가기 바빴다. 유 팀장은 “2007년쯤 독일 폴크스바겐 설계 용역하는 회사로 연수를 가서 6개월 정도 있었는데, 그때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유 팀장은 “요즘은 가도 배울 게 없다고 느낀다. 시트를 뜯어봐도 특별히 우리보다 나은 게 없다. 기본적인 고급차 시트 기술이나 생산 능력은 이제 유럽차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전통의 고급차 강자인 유럽 브랜드보다 오히려 중국차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한다. 유 팀장은 “상해오토쇼를 가보면, 중국 업체들은 안전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신기술을 대거 적용하는 편이다보니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고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중국이 인건비도 싼 데다가 기술적으로도 오히려 잘 만든다. 외관이나 기능을 보면 ‘와’ 소리가 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 내 슬레드 시험 시설 모습. 이 시험은 충돌 상황을 재연해 인체에 가해지는 충격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험이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자율주행 시대의 시트는 더 편안해야

최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고도화되면서, 시트 시장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운전에 집중하는 시간이나 정도가 줄어들면서 차에서 편안하게 있고 싶다는 소비자의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전통적으로 렉서스, 벤츠 시트는 부드럽고 푹신한 느낌이 강한 반면, 베엠베(BMW)나 아우디는 조금 더 단단하고 쫀득한 느낌이 특징인데 이런 차들 시트도 갈수록 부드럽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 편안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거라고 전망한다. 그는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굳이 주행 중 앉아 있을 필요가 없어질 테니, 침대처럼 완전히 평평하게 누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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