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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vs 조원태, 1.5%P 격차 위협
‘동맹’ 한진칼·LS, 자사주로 방어
서로 ‘우군’···“주주이익 침해 반칙”




호반그룹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재계가 시끌시끌합니다. 호반은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하지만, 계열사((주)호반호텔앤리조트·㈜호반)까지 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끌어모으는 데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한진칼 2대 주주였던 호반건설(18.46%)과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19.96%)의 지분 차이는 1.5%포인트 밖에 나지 않습니다.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것이지요.

한진칼 입장에서는 호반의 거침없는 지분 매입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조 회장은 2018년부터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반도건설과 연합한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고, 불과 3년 전에서야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으니까요. 다만 당시 KCGI가 보유하던 한진칼 주식 940만주(13.97%)를 호반건설이 인수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이 호반건설은 4.49%포인트나 지분을 늘렸습니다.

호반건설이 항공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5년에는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응찰했습니다. 그러나 채권단 기대치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는 바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했습니다.

한진칼은 최근 LS그룹과 부랴부랴 손을 잡았습니다. 호반과 껄끄러운 두 기업이 뭉쳐 ‘공동 대응’에 나선 겁니다. 호반은 대한전선의 모기업인데요. 대한전선은 현재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 등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호반은 LS 지주회사인 (주)LS 지분도 3%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자사주 의결권 부활시키는 ‘백기사’ 작전

경영권 분쟁이 터질 때마다 ‘흑기사’ ‘백기사’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중세시대 유럽의 결투재판에서 나온 말인데요.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옳고 그름으로 결론내리기 어려울 때 결투로 승부를 가렸는데, 원고 편에 서서 대신 싸워주는 사람은 흰 옷을 입었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피고를 대신해 싸우는 사람은 검은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백기사는 경영권 방어를 도와주는 우호세력을 일컬으며 흑기사는 그 반대를 뜻합니다. 이번에 LS와 한진칼은 서로에게 백기사가 되어주기로 한 거지요.

경영권 분쟁은 사실 지분 경쟁입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기업 주가가 상승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툼 당사자들은 우호지분 확대를 위해 주식을 끌어모으느라 애를 씁니다. 공급은 정해져있는데 수요가 몰리면서 급등하는 겁니다. 주가 상승을 노린 개인투자자들도 매입에 나서곤 합니다.

지분 끌어모으기에는 온갖 수단과 전략이 총동원됩니다. LS는 얼마 전 대한항공을 상대로 65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습니다. 교환사채는 발행기업이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회사채입니다. LS 자사주 1.2%를 대한항공이 모두 인수하는 것으로, 향후 LS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경우 대한항공이 우군이 되어줄 수 있는 겁니다. 한진칼로서도 확실한 ‘내 편’을 만들어놓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진칼은 또 자사주 0.7% 정도를 사내 근로복지기금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두 방식 모두 유사시에 대비해 자사주 의결권을 되살려놓은 것입니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는데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양도·증여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한다는 점을 이용한 거죠.

총수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기업거넌스포럼은 지난 19일 논평에서 “협업이라는 명목 하에 자사주를 우군에게 매각해 지배권을 굳히는 것은 반칙”이라며 “지배권 방어는 높은 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정공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영권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대기업 총수 일가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놓고 형제와 남매 간은 물론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분쟁이 벌어지곤 합니다.

“기업, 사적 소유물로 인식···총수, 본인 이익 위한 결정”

국내 경영권 분쟁의 원조는 2000년 현대가 ‘왕자의 난’이라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야기합니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후계 자리를 놓고 차남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5남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선대회장이 갈등하면서 현대가는 결국 분리됐습니다.

롯데그룹에서도 2015년 경영권을 놓고 형제 간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창업주인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롯데 계열사 모든 임원에서 해임되면서 경영 복귀를 위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수차례 표대결을 벌이고 있습니다. 두산그룹과 효성그룹 등 국내 굵직굵직한 기업들도 거의 경영권 분쟁을 겪었습니다.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영풍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56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 규모가 30.3%나 커졌습니다. MBK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입니다.



경영권 분쟁이 반복될 때마다 기업을 사적 소유물로 인식하는 한국 재벌 대기업의 전근대적 경영 현실이 원인으로 지목되곤 합니다. 경영권은 곧 기업 지배권입니다. 이것만 가지면 뒤따라오는 특혜가 많다보니 친족 간에도 벌어지고, 쩐의 전쟁으로 치열한 다툼이 되풀이되는 것이지요. 재벌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주범으로 지적되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보입니다.

그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익보호 등을 위한 활동을 해온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 <새 정부 기업 거버넌스 개혁과제>에서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 구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총수 중심의 거버넌스 구조”라고 짚었습니다. “총수가 본인 이익과 일반주주 이익이 상충하는 사안을 결정할 때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위법행위나 경영실패로 회사 또는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더라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기업 거버넌스 개혁의 핵심은 일반주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이들이 지금보다 총수와 경영자에 대한 사전 및 사후적 규율을 더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유도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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