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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마트 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5월 17일(현지 시간) 오후 2시 뉴저지 클로스터에 있는 유통업체 타깃의 장난감 선반대엔 듬성듬성 비어 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엣지워터의 할인업 TJ맥스, 테터보로의 월마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특히 월마트는 장난감 및 학용품, 아이용 액세서리를 모아놓은 진열대가 텅텅 비었다.

미국 유통업체에서 이 같은 재고 부족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가 예상보다는 낮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보다는 대폭 오른 탓에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유통업체 등은 중국 제품 구매를 취소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저렴한 공급망 확보가 여의찮으면서 재고 부족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세, 합의해도 여전히 높아
서로 100% 넘는 관세를 적용하며 맞서던 미국과 중국이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을 거쳐 각각 상대국에 대한 관세율을 90일간 115%포인트 낮추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관세 30%를 부과하고 있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도 4월 5일부터 적용 중이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합의가 이뤄졌어도 일부 품목의 재고 부족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145% 고율 관세를 부과한 직후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예약 건수가 이미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미국 내 공급망 불안과 수입 제품 가격 상승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컨테이너 추적 서비스 비전에 따르면 5월 14~20일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표준 20피트 컨테이너 예약 건수는 8만123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5%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주보다 4만 건 이상 줄어든 수치다. 중국산 제품 수입의 주요 관문인 로스앤젤레스(LA)항은 다음 주 입항 예정 건수가 1년 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물류업체 플렉포스트의 애덤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고객 중 일부는 주문을 취소하거나 중국발 주문을 중단했다”며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 재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미·중 간 관세 인하 합의가 이뤄지면 예약이 갑자기 몰려 해운 운임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교육용 장난감 제조업체 헌타의 경우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생산량을 60~70% 줄이고 400명의 중국 직원 중 3분의 1을 해고했다. 남은 인원에게는 임금과 근무 시간을 감축했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의 약 80%는 중국에서 제조된다.

월마트 “관세 영향으로 가격 올려야”

미국 유통업체들은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관세 영향을 받은 상품들이 매장 진열대에 오르는 5월과 올여름 초에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5월 15일 밝혔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관세에 대해 “여전히 너무 높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5월 말 또는 6월 월마트의 가격 인상을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레이니 CFO는 “관세의 강도를 고려할 때 과세에 따른 모든 가격 인상과 관련된 압박 요인을 흡수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이러한 가격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규모와 속도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도 말했다. 이번 주 공개된 대중국 관세율 인하(145%→30%) 수준에서도 낮은 소매 마진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5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티터버러에 있는 월마트 매장. 학용품, 장난감, 어린이용 액세서리를 파는 선반이 텅 비어 있다. 사진=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마트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 다른 소매업체들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과 로우스, 홈디포 등은 5월 말 실적과 재무 전망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상품은 가격이 이미 올랐다. 관세로 인해 월마트에서 바나나 가격은 파운드당 50센트에서 54센트로 인상됐다.

주요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포드자동차는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차량 3종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최근 미국 내 딜러사에 알렸다. 버킨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명품 기업 에르메스는 미국 내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지난 4월 밝힌 바 있다. 독일 샌들업체 버켄스탁도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5월 15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월마트에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7일(현지 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월마트는 체인 전반에 걸친 가격 인상 이유로 관세를 탓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월마트는 작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벌어들였다”며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길을 택하지 말고 주요 수입처인 중국과의 협의로 관세를 ‘흡수’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만큼 가격 인상을 하는 방안을 택하지 말고 중국 측 수출 업체와 월마트의 이익을 줄이는 길을 택하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켜볼 것이고 당신의 고객(소비자)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소비자 심리 악화
재고 부족과 가격 인상이 예상되면서 미국의 소비심리도 5월 들어서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5개월째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시간대는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 5월 잠정치가 50.8로 집계됐다고 5월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4월(52.2)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전월 대비 반등을 예상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전망(53.5)에도 못 미쳤다. 이번 설문 조사는 4월 22일부터 5월 13일 사이에 이뤄졌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집계를 관장하는 조앤 슈 디렉터는 “많은 조사 지표가 관세 경감 합의 후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긴 했지만 이 같은 초기 반등이 전체적인 그림을 바꿀 만큼 크지는 않았다”며 “소비자들은 지속해서 경제에 대해 침울한 견해를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이번 조사에서 더욱 커졌다.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월 6.5%에서 5월 7.3%로 올랐고,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월 4.4%에서 5월 4.6%로 상승했다.

슈 디렉터는 “5월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모두에게서 나타났다”며 “특히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 월간 상승폭이 컸다”고 밝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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