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의 한 식량 배급 센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2일(현지시간) 식량을 배급받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인도주의 위기를 겪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제한적으로 식량 등 구호품 공급이 시작됐지만 양이 너무 적은 탓에 시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주민들이 식량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소요와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주 가자지구 봉쇄를 일부 해제하고 구호품을 들여보내기로 하며 사흘간 약 130대의 트럭이 구호품을 싣고 가자지구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루 필요로 하는 구호품의 양은 500~600대로 추산돼 진입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실제로 전날 두달여만에 처음 들어온 밀가루로 빵을 구운 한 빵집에는 시민들이 몰려 빵이 순식간에 동났다. 상당수 시민들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주민 이나암 알 부르데이니는 가게 주변에 이미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어 아무 소득없이 귀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너무 지쳤고 길을 잃고 버려진 느낌”이라며 “무의미한 약속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다. 하마스는 나가라”라고 했다. 지역 빵집 대다수는 안전 우려로 영업을 중지한 상태다.
운반 도중 구호품이 약탈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2일 케렘 샬롬 국경 검문소를 통과해 데이르 알 발라 창고로 밀가루를 싣고 가던 세계식량계획(WFP)의 트럭 20대가 괴한 5명에게 공격을 받았다. 괴한들은 트럭을 호송하던 하마스 대원들과 총격을 벌였다. 이후 이스라엘군 드론이 하마스 공격에 합세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고의로 총격을 가했다며 “이건 끔찍한 학살”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구호품 트럭 근처의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포함한 무장 강도들’을 식별해 공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라고 CNN과 BBC는 전했다.
국제 구호기구들도 식량 부족으로 인한 소요 사태에 우려를 내놨다. 유엔 팔레스타인 나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에 “가자 주민들은 11주 이상 굶주리고 물과 의약품 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제공받지 못했다”며 약탈 사건이 벌어진 것이 “놀랍지 않다”고 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일부 구호품이 지원된 데 대해 “이건 홍수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티스푼 정도의 양밖에 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인 150여명을 쫓아내는 일이 발생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