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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곽종근 옆 박정환 준장…"곽종근, 독촉 전화 받아"

4차 공판은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관 참모장(준장)의 증언으로 채워졌습니다. 박 준장은 지난 3차 공판 땐 40분만 증언했습니다.

박 준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약 11분이 지난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38분에 합참 전투통제실로 들어갔습니다. 박 준장은 전투통제실에 이미 들어왔던 곽 전 사령관 옆에 앉았습니다.

그 시각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화상으로 전국 주요 지휘관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곽 전 사령관은 비화폰으로 상당히 많은 전화를 받는 등 분주했습니다. 많은 전화 연락 중에는 독촉성 전화도 많았다고 박 준장은 기억했습니다.

대표적인 독촉 전화는 특전사 707특임단 대원을 태운 헬기 12대를 빨리 국회로 보내라는 지시였습니다.

박 준장에 따르면, 곽 전 사령관은 '국회로 707특임대를 투입하라'는 독촉에 대해 매우 조급하게 반응했습니다. 15분 걸린다는 말을 5분 줄여 말하기도 했다는 겁니다.

독촉한 상대방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라고 박 준장은 추측했습니다.

박정환 준장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문. 이해를 위해 대화 재구성. 그래픽 권세라

■"곽종근 '문 부수고라도 들어가겠다' 복창"

박 준장이 자리에 앉은 지 9분 후인 오후 10시 47분, 곽 전 사령관이 707특임단과 1공수여단에 '최초 명령'을 내립니다. 내용은 "국회를 확보하라"였습니다.

이후 곽 전 사령관은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라",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라", "본회의장에서 표결하지 못하게 의원을 끌어내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에 충격을 받았다는 박 준장은 "옆에 있던 정보처장과 작전처장 등과 눈이 마주쳤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준장은 "이 정도 상황이면, 간첩 혹은 무장세력이 들어와서 국회의원을 인질로 잡은 상황을 예견했다"면서 "뉴스 방송 등으로 저희가 상상하는 상황과 맞지 않고 괴리를 느끼는데, (방송) 자막으로 '계엄 해제'라고 나오니까 의아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복창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복창하면서 통화한 상대에 대해 누구라고 단정하진 않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국회를 확보하라"는 말 중에 '확보'의 의미에 대해 따졌습니다.

윤갑근 변호사는 "특전사에 '확보'라는 건 어떤 의미냐?"고 묻자, 박 준장은 "출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성격이라 생각했다"면서 "국회라는 헌법기관은 군사적 목표가 아니고 확보가 적절치 않고, 해석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관 기사] 질문에 묵묵부답…“문 부수고 들어가겠다” 증언 이어져 (2025. 5. 19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57817

■'방송 보고 계엄 알았다'·'비화폰 통화 기록 삭제하자' 모의

곽 전 사령관은 군인들에게 '국회를 확보하라'고 지시했지만, 군인들은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막지 못합니다.

박 준장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후, 곽 전 사령관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책상에 웅크렸다고 묘사했습니다. 박 준장은 "좌절하는 모습 같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곽 전 사령관은 새벽 5시 35분 "방첩사령관"이라고 말하면서 누군가 통화했고, 박 준장은 반응으로 내용을 짐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준장이 짐작한 내용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계엄 선포를 방송 보고 알았다고 하자'였고, 다른 하나는 '비화폰 통화내역을 지우자'였습니다.

이는 지난달 30일 군사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확인됐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두 내용으로 '말 맞추기'를 요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실제로 계엄 직후 국회 청문회에서 곽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은 이렇게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엄청나고 잘못된 일이라 기록"

재판에선 박 준장이 스마트폰으로 적은 메모도 공개됐습니다.

박정환 준장 메모

'이럴 줄 알았으면 12대를 사령부 (헬리)패드로 불러들일 걸" 적혀 있음.
조기 투입을 계속 독촉 본회의장에서 표결 못 하도록 의원들을 빨리 끌어내라! 빨리 가라.
계엄 해제 발표 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사령관에게 보안폰으로 전화 옴. 통화하며 귀에 대고 있는 보안폰 지우는 모습

검찰은 작성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박 준장은 "너무 엄청난 사건이었고, 이게 큰 문제가 되고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중요한 워딩들은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요청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매우 충격적인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문제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들었던 말을 꼭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도 이 부분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김홍일 변호사는 "메모 내용이 본인 형사책임을 회피하고 가볍게 할 목적으로 증인에게 유리한 내용을 작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반격했습니다.

그러자 박 준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사무실에 왔을 때 큰 문제가 될 거 같고 수사를 받을 수도 있는데, 거기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빨리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기존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군대는 내란을 위해 조직된 곳 아냐"

검찰은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물어보는 질문을 했고,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준장의 진술 차이점을 부각하고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질문을 주로 했습니다.

배진한 변호사는 계엄 당시 군인들이 국회로 이동할 때 사전 계획이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박 준장은 '군대는 북한 등에 반응하는 조직'이라면서, 비상계엄 당시 북한과 관련해 일이 발생했다고 예상했을 뿐, 내란을 상상하지 못해 당황스러웠다고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군대는 내란을 위해 조직화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정환 준장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 증인신문. 이해를 위해 대화 재구성. 그래픽 권세라 조은수

■재판 도중 눈 감은 윤석열…"주무시는 거 아니죠?"

윤 전 대통령은 재판이 본격 시작하면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오전 재판 때 시간이 지나면서 꾸벅꾸벅 조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오후 재판 도중 지귀연 재판장이 윤 전 대통령을 향해 "피고인?"이라고 불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에 지 재판장은 "혹시 주무시는 거 아니죠?"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법정 밖에서도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실 생각 있느냐?", "탈당과 관련해 밝힐 입장 없느냐?" 등을 물었지만 "변호사와 이야기하시죠"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가까이 오는 취재진 손을 가볍게 밀치기도 했습니다.

■지귀연 "접대받지 않아"…민주당 사진 공개

오전 재판 시작과 함께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 재판장은 "(말을) 안 하면, 이 재판 자체가 신뢰받기 힘들 거 같다"면서 "평소 삼겹살에 소주 맥주 마시면서 지내고 있다. 의혹 제기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곳 가서 접대받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무엇보다 삼겹살에 소주 사주는 사람도 없다"면서 "중요 재판이 한참 진행되는 상황에서 판사 뒷조사에 의한 계속된 의혹 제기를 통한 외부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민주당은 지 재판장이 유흥업소 접대를 받았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해당 업소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해당 의혹 등에 대해 "(판사들이) 다들 힘이 빠져 있다. 사법 신뢰성에 관한 문제다"면서 "법원 구성원들이 이야기를 꺼내기도 힘들어한다.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지 부장판사가) 합리적인 사람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편든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내란 혐의가) 심각하다고 봐서 (법적 시비가 있는 부분에 대해) 구속 취소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일종의 '빌드업'이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헌재가 대통령 파면 선고 전, 다른 탄핵 사건들에 대해 기각 판결을 앞세웠다"면서, 판사로서 '중립성 포인트'를 쌓는 거로 구속 취소를 이해했고 "(재판의) 최종 결론을 놓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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