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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12시30분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엔 약 1km의 축제 입장 대기 줄이 늘어섰다. 학생들은 재학생 전용 공간인 ‘고대생존’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증 검사를 한 뒤 입장했다, 박종서 기자

지난 22일 오후 12시30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엔 약 1km의 축제 입장 대기 줄이 늘어섰다. 섭씨 25도가 넘는 날씨에도 학생들은 휴대용 선풍기나 부채로 더위를 달래며 설레는 표정으로 모였다. 이른바 ‘고대생존’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었다. 고려대 석탑대동제준비위원회는 특정 가수의 팬이나 외부인 등이 자리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대 앞쪽을 재학생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

이날 고려대는 외부인 통제를 위해 길목마다 관리 요원을 배치하고, 학생증을 검사한 뒤 학생들을 들여보냈다. 재학생 이수현(26)씨는 “오전 9시부터 줄을 섰는데 점심도 거른 채 계속 기다리고 있다”며 “오늘 아이브·아일릿·대성이 온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가 축제 시기를 맞아 특정 연예인을 보기 위한 암표 거래가 성행하면서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3일 고려대 익명 커뮤니티 등에선 축제 입장권이 정가(1만 8500원)보다 5배 이상 비싼 7만~1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연세대의 경우 정가 1만 7000원짜리 입장권의 시세가 20만~30만원 선에 형성돼 있었다. 지난해 고려대 축제엔 뉴진스·잔나비 등이 참가했고, 연세대 축제에는 아일릿·에스파·태양 등이 출연했다.

연세대는 지난해부터 지류 입장권 대신 구매자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모바일 입장권을 보내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축제 입장 시 해당 화면을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공기계를 동원해 암표를 거래했다. 입장권 판매자의 카카오톡 계정을 공기계에 일시적으로 옮긴 뒤, 이를 구매자에게 넘겨 입장 시 이용하는 방식이다.

신분 확인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신분증이나 학생증을 대여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23일 에브리타임 등에선 ‘거래 시 학생증 빌려드립니다’ ‘보증금 5만원에 학생증 대여 가능’ 등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1일 아이돌 TWS(투어스)가 출연한 서울시립대 축제와 지난 22일 아이돌 NCT가 출연한 숭실대 축제 등에서도 3만~7만원을 주면 학생증을 양도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중앙대 축제기획단도 지난 1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불법 티켓 거래와 학생증 등 개인정보 양도가 시도되고 있다”며 “부정행위를 삼가달라”고 공지했다.

지난해 연세대 축제 무대에 오른 가수 아이브의 모습.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학교 측은 이를 막을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연세대 응원단은 24일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축제를 앞두고 지난 3일부터 ‘암행어사 제도’를 시행했다. 암행어사 제도는 응원단원들이 일반 구매자로 위장해 암표 판매자의 전화번호나 이름 등을 파악하고, 그가 판매하는 입장권을 무효화 하는 방식이다.

중앙대는 온라인 입장권 QR 코드와 구매자의 신분증 등을 비교해 개인 정보가 일치해야 입장할 수 있다. 고려대는 축제 입장권에 고유 번호를 부여해 암표 거래를 막고 있다. 입장 시 각 입장권에 적힌 고유번호와 구매자의 이름 등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연세대 축제 입장권 암표 거래 관련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공기계를 사용하면 된다며 단속을 피하는 방법도 안내한다. 사진 에브리타임 캡처

암표 거래가 적발되면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는 현장에서 암표를 매매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처벌 대상을 현장 거래에 한정하고 있어 온라인에서 거래할 경우 사실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물 티켓에 구매자의 이름을 새겨 신분을 확인하는 등 방법을 활용하는 등 학생들이 즐기는 행사인 축제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대학 축제가 이른바 ‘연예인 모시기’에 치중해 기타 공연과의 차별화를 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축제 수요가 높아진 건 저렴한 가격에 유명 연예인을 볼 수 있는 기회로 변질되면서다. 이 때문에 거리낌 없이 암표 거래로 이익을 보려는 학생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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