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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지난 1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5개월 반 동안 한 번도 말씀 못 드린 건데….”

지난 2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재판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증인석에 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당시 직접 통화한 인물이다. 군검찰 조사 때를 제외하면 그의 입에서 윤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러던 이 전 사령관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조심스럽게 ‘그날의 기억’을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30분쯤, 이 전 사령관은 오상배 전 수방사 부관(대위)과 차량을 타고 국회에 도착했다. 국회를 한 바퀴 정도 돌았을 때였다. 오 대위가 들고 있던 이 전 사령관 비화폰에 ‘대통령님’이라는 단어가 찍혔다. “대통령 전화입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전화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과 총 네 차례 통화했다. 처음 두 차례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이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허락 없이 국회에 들어간 사람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세 번째 통화에서 이 전 사령관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 윤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발로 차서라도 부수고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통화 초반만 해도 이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엄청 화가 났구나, 현실에서 이탈됐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테러를 소탕하라’는 뜻인 줄 알았던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인지한 것도 이때였다. 통화가 끝날 때쯤, 이 전 사령관은 ‘블랙아웃’이 왔다.

“같은 이야기(국회에 못 들어가고 있다)를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화를 많이 냈습니다. (…)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뭔지 모르겠지만 블랙아웃이 됐습니다. 오 대위의 진술서를 보면 대통령이 6~7번 얘기하는데 제가 대답을 안 하고 가만히 있더라고요. 아무 생각이 안 났고, 아무 반응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전 사령관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 연결된 네 번째 통화는 아예 기억하지 못했다. 통화기록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앞서 오 대위은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해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 하면 되니까 너네는 계속 해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재명 체포조’로 출동한 소령
“어디 태울지도 몰라···임무수행 부정적이었다”

같은 날 법정에는 국회 출동 당시 ‘이재명 체포조’로 출동한 방첩사 소속 신모 소령도 증인으로 나왔다. 신 소령은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50분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으로부터 ‘이재명’ 세 글자와 함께 “체포조로 출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신 소령은 “‘아, 체포인가’ 당황하면서 나갔습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약 50분 뒤, 김 전 단장은 신 소령 등과 단체 통화를 하며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3명 검거에 집중하라. 포박해서 수방사로 데려가라”고 다시 전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되기 전이었다. 신 소령은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해선 “차 안에서 네이버로 누군지 얼굴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체포를 위해 부대원 5명이 함께 차 한 대에 탑승했지만 분위기는 부정적이었다. 체포한 인원을 어디에 태워야 할지부터 알 수 없었다. 부대원들은 ‘5명이 한 차를 타고 왔는데 이재명을 어디에 태우냐’ ‘차량을 두 대 가져가야 하나’ 같은 대화도 나눴다. 신 소령은 ‘임무수행에 부정적이었던 것인가’라는 군검찰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당시 방첩사 부대원들은 국회 인근에 차량을 세워둔 채 대기하며, 체포조를 지원하러 온 경찰과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 부수고 들어가겠습니다’ 곽종근 복창 등
뚜렷해져 가는 ‘국회 체포조 지시’ 관련 정황들

불법계엄 관련 재판들이 무르익어 가면서 법정에서는 계엄의 진실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 전 사령관에게 충격을 준 ‘문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환 특전사 참모장(준장) 진술에서도 언급됐다. 박 준장은 계엄 당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병력 투입 지시를 받는 통화 장면을 목격했다. 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상관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통화하며 “문 부수고서라도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복창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군사법원 재판이 끝나갈 무렵,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그간 여 전 사령관은 ‘체포조 메모’를 두고 홍 전 차장과 기억을 달리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는 증인으로 나와 “홍 차장의 진술에 대해서는 따져야 할 부분이 많다”며 신빙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 측이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 의사를 접은 것은 홍 전 차장이 밝힌 사실들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2차 공판부터 비공개로 열린 김 전 장관 등 군 지휘부에 대한 재판은 지난 23일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준장)부터 공개로 전환했다. 앞서 재판부는 정보사 측에서 비공개를 전제로 정보사 관계자들의 증인 출석을 승낙한 점을 고려해 총 6차례 비공개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총 쏴서라도 끌어내’ 지시에 99년생 군인은 생각했다…“이건 진짜 아니다” [법정 417호, 내란의 기록①]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에는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부관 오상배 대위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바짝 깎은 머리에 군복 차림을 하고 재판정에 성큼성큼 들어선 오 대위는 증인 선서를 하기에 앞서 재판부에 비공개 진행을 요청했다. “발언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심리적 부...https://www.khan.co.kr/article/202505170600041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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