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은 비밀이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옛말
어려 보이는데 한몫한다는
뾰족 솟은 엘프 귀로 귀 성형까지…
귓바퀴와 귓불 비율 3 대 1이면
미학적으로 이상적이라네요
사람 얼굴의 생김새 전반을 가리키는 ‘이목구비’ 중 가장 앞에 있지만 눈, 코, 입과 비교해 언급되는 빈도는 적다. 자의적으로 닫거나 감을 수도 없어 늘 열려 있는 이 수동적인 부위인 귀가 존재감 발휘하는 시기가 있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를 운운하는 시즌이다. 관상학에서 귀의 윗부분은 명예, 중간은 권력, 아랫부분은 재물을 뜻한다고 한다. 귓바퀴가 크고 도톰한 귀를 ‘부처님 귀’라고 부르면서 일등 관상으로 여기는 이유다. 몇년 전 모 정치인이 대권 도전에 나설 무렵 바뀐 귀 모양으로 주목받은 적이 있다. 귀를 매만지며 ‘운명 개척’에 나선 이들, 관상에라도 기대고 싶은 절박함일까, 아니면 시대에 따라 흥하고 저무는 단순 트렌드일까?
성형외과 전문의 정재호 원장(프로필성형외과)은 “귀는 얼굴의 폭을 결정해주는 심미적인 요소를 가진 부위”라고 말했다. 다년간 귀를 전문으로 치료해온 정 원장에 따르면 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꾸준히 있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돌출된 귀를 선호하지 않아 뒤로 눕히는 수술이 많았던 반면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귀를 세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또한 관상학적으로 귓바퀴와 귓불에 살이 넉넉하게 있으면 재물운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귓불이 늘어진 귀는 미적으로는 고개가 조금 갸웃해지지만, 중년에 성공할 운세이자, 말년운이 좋다고 한다. 정치를 하면 성공한다는 설도 있다. 정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귀에 관심 있는 분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부자 되는 귀가 관상학적 결과물이라면 미용적 측면으로 선호되는 귀 모양도 있다. 인기 걸그룹 멤버처럼 오똑한 귀다. 지난해 말 미국의 인플루언서 피부과 의사 제니 리우와 대니 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귀를 펼치는 성형이 성행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구에서 신화 속 요정 엘프처럼 삐죽 솟은 귀는 선망하는 외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돌출된 귀로 놀림을 받은 한 소녀가 성형수술을 받은 사례가 기사화됐을 정도다. 문화권에 따라 선호하는 귀의 모양도 다르다. 정 원장은 “유럽인들은 귀가 서 있는 당나귀 귀를 싫어하지만, 동양 문화권에서는 귀가 크게 서 있고 귓불이 통통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올 초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아시아에서 귀 성형이 인기라는 기사를 게재하며 “엘프 같은 외모로 유명하다”는 설명과 함께 뉴진스 해린의 사진을 실었다. 이 같은 트렌드가 한국 K팝 스타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엘프 귀는 관상학적으로 ‘원숭이 귀’에 가깝다. 정면에서 볼 때 귀가 앞을 향해 펼쳐진 모양새로 동안으로 보이거나 발랄한 분위기를 내는 동시에 재주와 끼가 많아 연예인 중에 이 귀의 소유자가 많다고 한다.
성형시술정보 플랫폼 바비톡이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 2월28일까지 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귀 필러’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00%나 상승했다. 업체 측은 “귀 필러는 ‘요정상’ ‘엘프상’이란 용어가 유행을 타면서 귀에 볼륨을 더해 귀를 세우고 정면에서 잘 보이도록 하는 시술이다. 귀 모양의 변화로 상대적으로 얼굴이 작고 짧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원하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보다 간편하게 귀를 일으키는 방법도 있다. 일명 ‘엘프 귀 테이프’로 불리는 실리콘 소재의 투명한 테이프를 귀 뒤에 붙여서 누운 귀를 세우는 방식이다. 한 온라인 쇼핑몰은 “면접 볼 때, 증명사진 찍을 때, 어려 보이고 싶을 때” 써보라고 권하고 있다. 30장에 5000원 미만으로 저렴해 “귀 필러 대용으로 해보려고 구입했다”는 후기가 많다. “이걸 붙였더니 머리카락을 귀로 넘겨도 흘러 내려오지 않는다”는 후기에서는 외모를 넘어 귀의 또 다른 기능까지 찾은 듯하다.
미학적으로 이상적인 귀의 형태가 있을까. 정 원장은 “정면에서 귓바퀴가 보이는 상태”라며 “사람마다 선호도의 차이는 있으나 귓바퀴와 귓불의 비율이 3 대 1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귀 성형은 선천적 기형이나 외상으로 손상된 귀의 재건과 미용 목적의 시술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최근 들어 많이 시행하는 귀 성형은 귀를 크게 보이고 정면에서 귓바퀴가 잘 보이도록 하는 수술이다. 귀의 크기를 늘리는 경우라면 필러를 맞기도 하는데, 통상 귀 크기의 10% 정도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단, 필러 시술의 경우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남용 우려가 있다. 정 원장은 “귀 수술은 연골을 조작해야 하는데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복원이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때에만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