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주한미군, 역내 평화·안정에 기여하도록 협력할 것"
4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최고 분대 선발대회'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이동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미국 국방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4,500명 규모의 주한미군 감축 방안은 새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주한미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 추진 과정에서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 논의의 핵심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차기 정부가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3일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미국이 검토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와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현재까진 공식적인 미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앞으로도 주한미군이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한반도뿐만 아니라 '역내 평화와 안정'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도 '전략적 유연성'을 공통으로 강조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려면 괌으로 병력을 후퇴 배치하는 것보단 중국 가까이에 있는 한국에 두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제했다. 지난 15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중국 앞에 떠있는 항공모함과 같다"며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려면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주된 역할은 중국 견제보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신 위원은 "차기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미국은 당연히 일정 병력을 중국 견제용으로 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대로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잘 협의된다면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감하게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면, 미국은 지리적 이점이 있는 한국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 위원은 "다음 정부에선 오히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감소할 수밖에 없는 재래식 억제 능력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와 동시에 미국에 반대급부로 완전히 새로운 북핵 억제 전략을 요구하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