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제 우리 당 사람 된 것 같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23일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 옳은 소리를 해도 혼자 하고 당과 함께 하는 느낌이 없었는데, 이번 대선 선거운동에 접어들면서 안 위원장을 다르게 봤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대선 경선 4강에 올라다가 탈락한 주자 중 유일하게 당 선대위에 공식 참여해 김 후보 곁을 지키고 있다. 김 후보의 지난 19일과 20일 서울 지역 유세와 전날 경제5단체 간담회, 대한의사협회 회장단 간담회에도 동행했다.
안 위원장은 국민의힘 주류가 바라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적극적이다. 전날 이 후보를 찾아가 일정을 함께 했고, 이날 페이스북에 “이준석 후보가 국정 요직을 맡고, 개혁신당 인사들이 주요 책임을 맡는 실질적인 공동정부가 돼야 한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이 후보에게 단일화를 설득했다.
김 후보의 경쟁자 중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탈당하고 미국 하와이로 떠났고, 한 전 대표가 김 후보와 별개로 지원 유세를 하는 것과 대비된다는 평가를 당내에서 받는다. 한 전 대표는 이 후보와의 단일화에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친윤(친윤석열계) 구태들의 숙주찾기용 단일화는 반대한다”고 견제하고 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선거대책위에 들어오지 않고 지원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안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홍 전 시장과 한 전 대표, 한 전 총리를 상대로 ‘김문수 대장선’에 함께 타 활동하자고 제안했다.
안 의원의 이런 모습에 당 주류인 범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시각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벌써 차기 당권주자로 안 의원을 거론하는 인사들도 눈에 띈다. 그들은 안 의원이 인지도는 높지만 국민의당 출신으로 기존 당내 인사들과 이질감이 컸는데, 이번 대선을 계기로 그런 이질감을 극복했다고 말한다. 안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인사여서 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는 데 용이하다는 분석도 곁들인다.
여기엔 대선 후 자력으로 당권을 쥐기 힘든 친윤계의 처지도 반영돼 있다.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로 대표되는 친윤계 지도부는 한덕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 파문을 거치며 당 안팎의 신뢰를 잃었다는 말이 많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아스팔트’ 친윤들은 대선 후 당권을 쥘 명분이 약하고, 당원들의 선택을 받기도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검토되는 카드가 안 의원이라는 것이다.
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친윤들이 요새는 안철수가 굉장히 괜찮아 이러다가 이준석을 당대표시켜야 된다고 한다”며 “이런 식으로 국민과 당원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게 먹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