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법원이 문재인 정권에서 일한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인사 특혜 의혹 사건과 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병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두 사건을 하나로 묶어서 함께 심리해달라’는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조 전 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의 세 번째 재판을 열고 “이 사건과 문 전 대통령의 사건은 쟁점이 다르다”며 “변론을 병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차 재판에서 검찰 측은 조 전 수석과 문 전 대통령의 사건을 병합해달라고 요구했다. 두 사건이 ‘이상직 전 의원’이라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 사실관계나 증거가 다수 겹친다는 이유였다.
당초 검찰은 조 전 수석이 2017년 12월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하고 채용 지원을 지시했고, 이를 문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고 의심하며 수사를 벌여왔다. 그런데 직권남용죄 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이 다가오자 지난해 12월 조 전 수석을 먼저 재판에 넘겼다.
이어 검찰은 지난달 문 전 대통령도 뇌물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던 타이이스타젯에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가 채용돼 받은 급여와 태국 현지 이주비 명목의 돈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었다고 봤다.
지난 재판에서 검찰 측의 재판 병합 요청이 나오자 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을 따로 기소한 뒤 병합해달라는 검찰의 의도를 알 수 없다”며 반발했다. 문 전 대통령 측도 “형사소송법상 허용되지 않은 변태적 병합 신청”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문 전 대통령의 사건은 이상직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이 된 이후의 일을 다루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의 사위에 대한 급여 지급 등과 중진공 이사장이 된 것 사이의 대가관계가 있는지가 쟁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두 사건은 관련자들이 일부 중복될 뿐 형사소송법 11조상 ‘관련 사건’이 아니고, 둘을 관련 사건으로 본다고 해도 병합은 재판부의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건을 분리해 심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재판부는 다음달 20일부터 중진공 관계자 두 명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