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치킨가게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브라질산 닭고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수급 우려가 커지자 브라질 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닭고기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닭고기 수입업체의 재고 물량을 시장에 방출하도록 독려하고, 육계기업의 병아리 사육을 늘려 국내산 닭고기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닭고기 수급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닭고기 세계 1위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자 지난 15일 선적분부터 브라질산 가금육과 가금 생산물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브라질산 닭고기는 15만8000t으로 전체 수입량(18만3600t)의 86.1%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국내 닭고기 소비량(79만1000t)의 20% 정도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까지 브라질산이 전체 수입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2%까지 높아졌다.
이날 발표된 수급 대책의 핵심은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지역화’ 적용이다. 지역화가 적용되면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생산된 닭고기는 수입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2023년 5월 브라질 정부가 가금육에 대한 지역화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해온 이후 가축위생실태 현지조사와 수입위험평가 등을 진행 중이다. 현재 닭고기 수입업체가 2∼3개월분(3만~4만5000t)의 닭고기를 비축하고 있는데, 이 비축분이 소진되기 전에 지역화 수입허용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닭고기를 들여오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문제는 한국육계협회 등 생산자단체가 지역화 적용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육계협회 관계자는 “브라질산 닭고기에 지역화를 적용하면 국내 닭고기 자급률이 위축되면서 가금산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역화를 적용해도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총량은 큰 차이가 없다”며 “지금처럼 위급한 상황일 때 적정 공급량을 맞추게 되면 가격이 저렴한 브라질산 닭고기를 필요로 하는 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국내산뿐 아니라 태국 등 제3국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하고, 주로 순살로 수입돼 요리에 활용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역화 적용 시 소비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수입 물량이 실제 AI 미발생 지역에서 생산됐는지 여부와 브라질의 방역, 위생 관리 상황을 확인하는 등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또 닭고기 수입업체가 보유한 재고물량을 최소 한 달 이상 이어지는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 기간 중 시장에 방출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아울러 병아리 입식(사들여 키움) 확대와 육용종계 생산기한 연장을 통해 국내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내 5개 육계기업이 사육 중인 병아리 마릿수를 지난해보다 2.6% 늘려 1억4666만마리까지 맞춘다. 또 64주령 이상 육용종계는 종란(부화용 달걀)을 생산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정부는 이 제한을 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