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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매체에 사고 다음날 바로 보도
우리 정부·정보당국 파악에 앞서 실토
김정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
①기강잡기 ②정상국가 코스프레
지난 15일 촬영된 청진조선소위성사진에서 땅 위에서 건조 중인 5000t급 구축함이 보인다. 북한은 지난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배의 진수식을 열었으나 제대로 물에 띄우지 못하고 크게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통일부 제공


북한이 청진조선소에서 새로 건조한 5,000톤(t)급 구축함 진수식에서 배가 전복되는 대형 사고가 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켜보는 가운데 사고가 발생했는데, 북한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서 사고 소식과 김 위원장의 강한 질책을 자세히 보도했다. 내부 기강 확립과 빠른 수습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전날 청진조선소에서 5,000t급 구축함 진수 과정에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조선소 지도부의 미숙한 지휘와 직원들의 조작상 부주의에 따른 사고로 보인다. 북한은 “함미 부분의 진수썰매가 먼저 이탈돼 좌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었으며, 함수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를 독(dock)이 아닌 육상 건조 후 '슬라이딩' 방식으로 물에 띄우려다가 배 뒷부분이 경로를 이탈해 땅에 닿았고, 이로 인해 배가 파손되고 구멍이 생기는 큰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영국 안보연구기관 오픈소스센터(OSC)가 공개한 사진을 통해 구축함의 함수는 육지에, 함미는 바다에 빠진 채 파란색 위장막으로 가려져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영국의 비영리 안보연구기관 오픈소스센터(OSC)가 2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이번에 진수식에서 파손 사고가 발생한 북한의 신형 5000t급 구축함 사진을 공개했다. 함수는 육지에, 함미는 바다에 빠진 채로 파란색 위장막으로 가려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엑스 캡쳐


잘 차린 밥상 엎은 청진조선소의 치욕

지난달 25일 북한 남포조선소에서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이 열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통신이 사고 사진과 영상은 공개하지 않고 글로만 소식을 전했지만, 이날 사고는 북한의 배 건조 역사에 치욕적 사건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진수식을 진행한 함정은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빨치산) 창건 기념일인 지난 4월 25일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진수한 최현호와 동급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존 최대 규모 함정으로 꼽히는 압록급 호위함(1,500t급)의 3배가 넘는 데다 수직 발사대까지 갖춘 최첨단 함정이다.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이 구축함엔 초음속순항미사일, 전략순항미사일, 반항공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체계가 장착돼 있고 핵심 기술은 러시아에서 이전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래서인지 김 위원장의 ‘격노’는 도드라졌다. 통신에 따르면 사고 전 과정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
라고 격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구축함을 시급히 원상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며 "당중앙위원회 6월 전원회의 전으로 무조건 완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딸 주애와 동행했을 가능성은 물론, 주청진 러시아총영사관 관계자 등 대외인사 참석 가능성이 공개 격노 배경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정보당국은 제대로 파악했나

북한의 5,000t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이례적인 건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됐을 사고를 대내외 매체를 통해 빠르게 알린 점
이다. 북한이 2023년 5월 31일과 8월 24일 1,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지난해 5월 27일 4차 군사정찰위성 실패 소식 등을 빠르게 타전하긴 했으나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됐던 당시와 이번 진수식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 사고를 굳이 밝힌 이유에 대해 "부주의에 의한 실패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책을 통해서 내부 기강을 잡으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자진납세’엔 다른 목적도 있을 것으로 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러시아 등) 외부에 군사적 역량 개발 과정의 투명성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봤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어차피 한미 정보당국에 파악될 일이라고 보고, 단점도 스스로 들춰내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번 일을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이 제대로 파악하고 공유했을지는 미지수다. 합동참모본부는 “진수 동향을 사전에 추적 감시하고 있었다”며 “사고 함정이 바다에 누워 있는 상태”라고 밝혔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6월까지 복원을 지시한 것으로 볼 때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밝혀 사고 심각성 인식에 온도차가 느껴졌다. 국가정보원은 이번 사고 관련 입장, 인지 시점 등에 대한 물음에 아예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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