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천860억 지급…스타머 "이양 안하면 소송 직면, 국가안보에 중요"
기자회견 하는 스타머 총리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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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이 인도양에 있는 군도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고 제도 내 디에고 가르시아섬의 군사기지를 최소 99년간 통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런던 인근 노스우드 군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안보를 위해 모리셔스와 이 같은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있는 미국·영국 공동 군기지 운영권을 전적으로 갖는 대가로 연 1억100만파운드(약 1천860억원)를 지불한다.
영국의 동의 없이는 어떤 건축물도 짓지 못하도록 한 24해리 완충지대, 바깥쪽 섬들에 외국군 진입 금지 등 보호 조항도 협정에 포함됐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의 조건에 맞게 합의를 이룸으로써 악의적인 외부 영향으로부터 강력한 보호를 확보하고 다음 세기까지 군기지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1965년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분리하면서 1968년 모리셔스가 독립하고 나서도 차고스 제도는 영국령으로 남았다.
모리셔스는 영국의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로 불리는 차고스 제도를 돌려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했고, 국제사회도 반환을 압박했다.
디에고 가르시아의 군기지는 특히 미군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기지는 베트남전부터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 이르기까지 미군 작전을 지원했고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대형 군용기를 수용하며 정보수집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영국은 미국의 입장도 고려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지지를 받아내면서 모리셔스와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모리셔스 측과 협정 체결식이 화상으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영국 법원이 일시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오후로 연기됐다.
런던 고등법원은 이날 새벽 차고스 제도 출신 영국 국적자 2명이 협정을 막아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법원은 오후에 연 심리에서는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협정 체결을 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나빈 람굴람 모리셔스 총리는 이날 차고스제도 반환 협정 체결에 대해 "1968년에 시작된 모리셔스의 탈식민지화 과정이 완성됐다"며 "위대한 승리"라고 환영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협정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낸 차고스 출신 여성들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일부 차고스인들은 양국이 협상에 본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다. 이들은 모리셔스에 차고스제도가 넘어가면 귀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디에고 가르시아에선 1960∼1970년대 군기지 건설로 주민들이 강제로 이주해야 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중국 등이 모리셔스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넘겨줘선 안 된다고 지적해 왔다.
제1야당 보수당과 우익 성향 영국개혁당은 모리셔스에 거액을 주고 차고스 제도를 내주면 안 된다며 반대해 왔다.
이날 스타머 총리는 차고스 제도를 반환하지 않으면 모리셔스가 소송에 나설 수 있었다면서 그 경우 현실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약이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정보 동맹)의 지지를 얻었고, 반대하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라면서 야권이 후자의 편에 서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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