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허난성 뤄양시의 뤄양 베어링그룹을 방문해 제조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뤄양=신화 뉴시스
중국의 제조업 굴기가 무서운 속도다. 10년 전부터 ‘글로벌 혁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추진해온 국가 중장기 계획인 ‘중국제조 2025’가 각 분야에서 괄목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저가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어느새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미래 첨단 기술 분야까지 주도할 기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은 과거 성냥 비누 양철 등도 수입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세계 제조업 1위 대국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다.
한국일보가 20일부터 연재하고 있는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기획은 중국 제조업의 발전상을 잘 보여준다.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운영 중인 완전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고가도로 병목 지점도 능수능란하게 빠져나갔고, 불쑥 튀어나온 역주행 자전거에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배터리 기업 CATL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0%를 바라본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도 비야디(BYD)다. 로봇청소기는 중국산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다.
반면 한국은 주력 산업 경쟁력 위기 속에 자칫 안방 시장까지 내줄 판이다. 5년 전만 해도 시장을 주도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합계 점유율은 어느새 10%대로 추락했다. 중국 로보락이 한국 청소기 시장 절반을 점령했는데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별 대응도 못하고 있다. 2023년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 대수는 국산보다 많았다. 중국산 철강 제품의 밀어내기 수출과 석유화학 제품 공급 과잉으로 우리 업체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중국제조 2025’는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가능했다. 불공정한 정책적 지원이 시장을 왜곡시킨 문제엔 미국이나 유럽연합처럼 우리 정부도 적극 대응하는 게 마땅하다. 적어도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 그러나 궁극적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술과 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연구 개발, 투자 확대가 필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혀선 곤란한 만큼 일관성 있는 추진은 기본이다. 결국 우리에겐 사람밖에 없다. 기술 인력과 이공계 인재가 의사보다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나라의 미래도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