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범행 동기 등 집중 수사
'시흥 살인사건'의 피의자 차철남이 2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 시흥경찰서에서 수원지법 안산지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시흥시에서 중국인 2명을 살해하고 한국인 2명을 흉기로 습격한 뒤 도주했다 검거된 중국 동포 차철남(56)이 21일 구속됐다.
이날 수원지법 안산지원 정진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는 차철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차철남은 지난 17일 같은 중국 동포인 50대 A씨 형제를 각각 시흥시 정왕동 자신의 거주지와 피해자 집에서 살해하고, 이틀 뒤인 19일 자주 다니던 편의점의 60대 여주인과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집의 건물주인 70대 남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상처를 입은 두 명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구속영장 발부로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차철남을 상대로 추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해 미리 흉기를 구입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만큼 이 진술의 진위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 살인을 저지른 뒤 본국 등으로 도주하지 않고 집 주변에 남아 이틀 뒤 추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도 파악할 방침이다. 또한 19일 첫 번째 흉기 난동 이후 두 번째 사건까지 3시간 40여분 동안의 행적도 살펴보고 있다.
법원 출석을 위해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시흥경찰서에서 압송된 차철남은 "숨진 피해자들과 가까운 사이였는데 3,000만 원 때문에 범행한 게 맞나"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랐다. 얼굴은 마스크와 모자로 가렸다.
앞서 긴급체포된 19일 시흥경찰서 조사에서는 "가깝게 지내던 중국인 형제에게 2013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3,000만 원을 빌려 줬는데, 갚지 않았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밝혔다. 압송 과정에서 "편의점주와 집주인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는 "없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말인가"라는 추가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경찰조사에서도 편의점주와 집주인을 겨냥한 흉기 난동에 대해 평소 무시하거나 험담을 해 감정이 좋지 않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차철남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나 부모·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이었던 외국 국적 재외동포에게 부여되는 한국 체류비자(F4)로 2012년 입국해 사건을 저지른 정왕동 거주지에서 계속 살았다. 변변한 직업이 없던 그는 가끔 일용직을 하거나 중국에서 벌어 놓은 돈으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