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 전 '시간 벌기'…"각서, 견고하게 작성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크렘린풀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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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각서 작성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답변하라고 압박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제 키이우(우크라이나) 차례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국가를 보존하기 위해 '건설적' 입장을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면서 합의했다고 밝힌 평화협정 각서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협력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각서가 향후 평화협정의 윤곽을 그리기 위한 것이라며 위기 해결 원칙, 협정 체결 일정, 휴전 가능성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 성명에서 "러시아가 시간을 벌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30일간의 휴전을 받아들이고 직접 정상회담에 나설 것을 요구해왔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고 각서를 체결하자고 역제안한 셈이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도 러시아가 각서 제안으로 새로운 시간을 확보했다며 "기한이 정해지지도 않은 채 미래에 가능한 각서의 원칙들이 정해질 때까지 협상이 계속될 것이며 러시아는 이 시간을 원하는 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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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러시아가 각서를 작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장은 로시야24 방송에서 일부 유럽 지도자의 방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각서의 모든 조항을 세밀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슬루츠키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각서 작성 과정을 직접 통제하고 있다면서 "각서 초안이 준비되고 우크라이나와 2차 협상을 마치면 미국과 추가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한 가운데 슬루츠키 위원장은 양국이 2차 협상에서는 실질적 휴전, 우크라이나의 비동맹 지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각서 준비 기한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스탄불 협상의 유일한 성과로 평가받는 2천명 규모 포로 교환이 러시아의 제안이었다며 협상 중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러시아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 소련이 동맹이었다는 점과 군국주의 부활을 경고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로 전화통화했다고 강조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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