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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장 점유율 더 빼앗긴 배터리
SK온 'R&D 터전' 대전 배터리 연구원
최초 EV용 액침냉각 개발 "내년 완료"
점유율 밀린 중국에 신기술로 도전장
공급망 장악한 중국에 소재 기업 고전
"저원가 및 생산성 향상 기술로 대응"
정부 현금 직접 지원 등 "뒷배 돼 줘야"
13일 대전 유성구 SK온 배터리 연구원에서 충방전동 내 챔버(Chamber) 등 실험 장비를 살펴보고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 SK온 제공


13일 찾은
대전 유성구 SK대덕기술원 내 배터리 연구원
SK온의 연구개발(R&D) 심장
이다. 드넓은 연구원 내 실험동에선 한
유럽 브랜드 전기차에 들어리 실험이 한창
이었다. 초대형 냉장고 형태의 배터리 챔버가 실험동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우웅~'하는 기계음 사이로 연구원들은 바삐 오가며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있었다.
저온 환경, 열 충격, 충방전 성능 등 전기차 배터리가 노출될 수 있는 사실상 모든 환경에 대한 실험이 이뤄지는 곳
이다.

인근 다른 실험동에서는
열폭주 가능성 등 배터리 안전성을 다루는 방폭룸
이 나왔다. 벽 곳곳이 까맣게 그슬렸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배터리가 강력한 진동 등 바깥 충격에 얼마나 견딜지 가늠하는 실험도 동시에
이뤄졌다. 김태현 SK온 연구원은 "배터리의 △성능 △환경 △안전 △신뢰성 등을 살핀다"며 "SK온이 만드는 모든 배터리에 대한 4대 실험 및 연구가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적자, 또 적자... 해법은 신기술뿐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SK온은 액침냉각 기술을 선보였다. SK온 제공


SK온이 SK엔무브와 공동 개발 중인 '액침냉각' 기술
도 바로 이곳에서 전체적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 기술은
절연성(전기가 통하지 않는 성질) 액체를 배터리 팩 안에서 순환하게 만들어 열을 효과적으로 내보내도록
한다.
SK온이 전기차 배터리용 액침냉각 기술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에 나서면 전 세계 최초
가 된다. 기술 개발 완료 시점은 2026년 중으로 보고 있다. 고정운 SK온 시스템기반기술개발실장(부사장)은 이 기술을 두고 "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업계의 핵심 기술이 될 것
"이라며 "
SK온이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경쟁 기업들보다 상용화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다
"고 말했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새 기술 R&D 역량을 앞세워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4, 5년 전만 해도 일본과 중국보다 앞선 기술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중국에 밀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막강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군림
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4.8%에서 올해 1월 기준 16.9%까지 떨어진
반면
중국 회사들은 같은 기간 41.7%에서 75.3%까지 몸집을
키웠다.
배터리 수요의 80%가량을 전기차 부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맞물리면서
K배터리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기술을 지닌 기업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적자를 낸 회사도 수두룩하고 최근 간신히 흑자를 봤어도 1년 전과 비교해 실적이 50~60%씩 뒷걸음질친 경우가 대부분
이다. 이 역시 중국의 약진과 관계가 깊다. 중국은 핵심 광물 정·제련을 중심으로 세계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 음극재 시장만 해도 중국은 대규모 생산 능력을 앞세워 확보한 가격 경쟁력 덕에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2%대에 머물고
있다.

그래팩=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품질로 위기 돌파 "예산 지원 시급"

14일 세종시에 있는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개발 중인 양극재와 음극재로 배터리셀을 제조해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차별화된 기술과 공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같은 날 방문한
세종시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이 기업의 거대한 '테스트 베드(test bed)'
였다. 특히 포스코퓨처엠은 연구소 내 양극재 파일럿 플랜트를 마련해 양산 전 품질 검증 등을 진행 중이다. 샘플을 만들어 고객사에 보내기 위해 만든 시설로 보면 된다. 양극재를 만들기 위해 열을 가하는 '소성(燒成)' 공정이 한창이던 파일럿 플랜트는 실제 양극재 공장의 절반 수준의 설비를 갖춰 놓고 있었다. 한 번 공정을 돌리면 약 1톤가량의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김병환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기획그룹장은 "연구소 내 파일럿 플랜트 라인을 통해 R&D가 동시에 진행되니 개발 시간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며 "고객사가 원하는 성능을 돋보이게 하려고 공을 들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의 파일럿 플랜트에서 양극재 양산 테스트를 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원자재 공급망 강점을 앞세운 중국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국내
소재 기업 역시 품질과 안전성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중저가 시장을 장악한 중국에 맞설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 아예 다른 길을 뚫겠다는 것
이다. 이에
고전압 미드니켈, 리튬망간리치(LMR), 리튬인산철에 망간을 섞은 LMFP 양극재 등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기술을 접목한 LMR 양극재는 LFP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포스코퓨처엠은 보고
있다. LMR 양극재는 니켈 함량이 적어 배터리의 열 관련 안정성까지 향상시키는 한편 코발트를 덜 쓰기 때문에 환경에 끼칠 부담도 줄인다는 설명이다.

홍영준 포스코퓨처엠 기술연구소장은 "
우리나라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의 하이니켈 양극재와 전고체 전지(소재 포함) 등 고성능 배터리 소재 개발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
한다"며 "원료 공급망 다변화, 저원가 및 생산성 향상 기술, 부산물 활용 제품 개발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꿈의 배터리' 실현 앞당기려면...






배터리 기업들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한창
이다.
전해질이 고체인 이 배터리는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 한 차원 높은 성능의 배터리를 구현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등 두 종류의 전고체를 각각 2028년과 2030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도 2028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사업에 1,172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배터리 산업 육성에
국가가 팔을 걷어붙인 중국에 맞서기 위해선 우리 정부 역시 과감하게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업계에선
배터리 산업펀드를 만들어 제조 원가의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주는 식의 직접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
도 나온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최근 '이차전지 산업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R&D 총액 중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지원 하는 등 "과감하고 신속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각종 세금 혜택은 물론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배터리 기술 개발과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며 "차세대 기술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결국 자본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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