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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곤 편집인
6·3 대통령 선거 후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분명치 않다. 인수위를 안 거쳐 공약이 더 중요해졌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성장과 경제 강국을 내세웠다. 민주당 후보가 성장을 강조한 건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방법이다. 재정을 동원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민간과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통적인 성장 담론과 다르다. 이런 식으로는 0%대 저성장을 벗어나기 어렵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은 윤석열 정부 시즌2 느낌을 준다. 민주당에 막혀 추진하지 못한 윤 정부 정책을 망라했다.

이재명, 논란 피하며 표 지키기 전략
1등 후보답게 소신껏 입장 내야
김문수, 윤 정부 시즌2 극우 이미지
깨지 않으면 온건보수도 등 돌릴 것

두 후보 모두 포퓰리즘 유혹을 끊지 못했다. 선심성 공약이 즐비하다. 이 후보는 근로소득세 기본공제를 연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려주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3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맞받아쳤다. 200만원으로 올리면 세수가 연 5조원 줄어든다. 성장이 멈추고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세금을 깎아달라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근소세·상속세·부동산관련세·법인세 모두 나름의 인하 명분이 있다. 그렇더라도 막 지르는 건 곤란하다. 시급히 손봐야 할 게 무엇인지, 세수 상황은 어떤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재정 위기는 이미 턱까지 찼다. 올해 국가부채 비율이 GDP(국내총생산)의 54.5%로 예상된다. 2016년만 해도 39.1%였다.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엄청나게 늘었다. 문 정부는 재정을 펑펑 쓴 것으로 악명 높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공약 비용은 각각 266조원, 300조원에 달했다. 당시 선거가 박빙이라 공약이 과열됐다.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른데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아동수당 확대, 간병비 경감 등 이 후보 공약에 100조원 이상 들어간다. 김 후보 공약대로 세금을 깎아주면 5년간 70조원의 세수 차질을 빚는다. 정상적이라면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 함께 발표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그게 책임 있는 지도자의 자세다. 퍼주면서 생색내고, 얼마 안 가 빚잔치 할 게 아니라면. 남미가 그러다 망했다.

국민은 문·윤 정부에 트라우마가 있다. 8년간 극단의 좌우 이념에 갇혀 헤맸다. 서민과 중산층은 몰락하고, 좌우 기득권이 이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빈부 격차를 벌렸다. 두 후보는 실패한 문·윤 정부와 달라야 한다. 차별화를 기본 전제로 하고 현안을 풀어가야 한다. 이 후보는 같은 진보지만, 친문 진영과 생각도, 정책도 다르다. 하지만 명쾌하게 선을 긋지 못한다. 일단 대선 때까지 친문과 척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공공부문 확대 등 문 정부 정책에 대해 분명한 입장이 없다. 탈원전과 관련해 “원전을 활용하되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진짜 통합을 꿈꾼다면 ‘문 정부 정책은 좌파 이념에 함몰되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런 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밝혀야 한다. 그래야 “먹고사는 문제 앞에 이념과 진영이 중요치 않다”는 그의 말에 진정성이 실릴 것이다.

이 후보는 표 단속을 위해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실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론 인터뷰를 피할 정도로 조심한다. 민감한 사안을 모호하게 넘기거나 양다리를 걸친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방향이 명쾌하지 않다. 친기업과 친노조 정책이 섞여 있어 공약끼리도 충돌한다. 기업인을 만나 “경제를 살리는 중심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노조와는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재추진을 약속했다. 더 강한 상법개정안도 예고했다. 그는 친기업인가, 친노조인가. 확실치 않다. 재계는 떨고 있다.

의료 개혁에 대해 “의대 정원을 합리화하겠다”고 원론적인 언급을 했다. 구체적인 규모나 방안은 밝히지 않고,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대선 때까지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포석이다. 심지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을 공약에 넣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면 기본소득을 추진할지, 안 할지 국민은 모른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후보가 알려주는 게 선거인가. 정책을 추진하려면 집권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를 충분히 알리고 선택을 받는 선거의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다. 1등 후보답게 현안을 피하지 말고 소신껏 입장을 냈으면 한다.

김 후보는 사정이 더 딱하다. 국정 청사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반이재명’이 국정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김 후보가 실패한 윤 정부를 계승하겠다면 국민은 받아들일 수 없다. 계엄 사과도 너무 늦었다. 선대위는 자기 장사에 여념이 없는 친윤 인사가 여전히 주축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했던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고문으로 위촉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제정신이 아니다. 상대 후보는 우클릭하며 영토를 넓히는데, 김 후보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간 채 극우 안에 숨은 꼴이다. 강성 극우 이미지를 깨지 않으면 중도층은 물론 온건 보수도 등을 돌릴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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