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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시장에서 25년 만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미국 국채. 어느 나라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을까요.

1위는 일본입니다. 문제는 2위입니다.

올해 2월까진 중국이 2위였습니다. 그런데 3월에 뒤집혔습니다. 영국이 2위가 됐습니다. 중국은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영국보다 적어진 건 2000년 10월 이후 24년 5개월 만입니다.

■ 1위 → 2위 → 3위…

중국은 2018년까지 미국 국채 보유량 1위였습니다.

2019년 들어 일본에 1위를 내줬습니다. 올해는 2위를 영국에 양보했습니다.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7,654억 달러(약 1,072조 원)를 기록했습니다. 2월보다 189억 달러(약 26조 원) 줄었습니다.


단기로 잠깐 줄인 게 아닙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중장기 추세입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13년 가장 많았습니다. 2013년 11월 1조 3,160억 달러(약 1,844조 원)였습니다.

그랬던 중국이 올해 3월 현재 미국 국채를 7,654억 달러만 들고 있습니다. 2013년 당시의 정점보다 40% 넘게 줄인 겁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했고, 바이든 행정부를 지나, 트럼프 2기 행정부 때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국채 발행을 줄인 결과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3월 외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사상 최고치인 9조 495억 달러(약 1경 2천674조 원)를 찍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끝없이 국채를 찍어내고 있고, 각국도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데, 중국은 서서히 동시에 일부러 미국 국채를 팔고 있는 겁니다.

■ "달러 지배력 줄이자"


가장 큰 이유는 미·중 갈등입니다.

미국과의 통상 갈등이 격해지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이자는 의도입니다. 중국이 향후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국채 매각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3위로 내려간 3월 통계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기 직전입니다. 그 이후 중국의 매도량은 반영 안 된 수치입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달러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왔던 만큼, 그것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중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많은 양을 팔지는 못하겠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점에서 계속해서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들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기조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부분을 덜어내고, 다른 나라의 채권을 사는 방식 등으로 일종의 기축통화 질서에 대한 반발을 보여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재정에 대한 우려도 한 몫 합니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낮췄습니다.

미국이 절대 안 망할 나라에서 낮은 확률이지만 망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망할지도 모르는 나라가 찍어 낸 국채를 차츰 줄여 가는 게 이상할 건 없습니다.

미국 재정적자가 더 커지고, 그 결과 미 국채가 더 싸지면(=미 국채 금리가 더 오르면), 중국은 더 적극적으로 미국 국채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 달러 대신 금…그게 전부?

중국이 미 국채를 판 돈은 어디에 썼을까요.

돈에 꼬리표가 없으니 당장은 행방은 알 수 없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야 윤곽이라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중국이 그 많은 돈을 다 쟁여둘 리야 없으니, 다른 자산을 사긴 샀을 확률이 높습니다.

일단 드러나는 건 금입니다.

중국이 6개월 연속 금을 사들이면서, 중국 금 보유량은 역대 최대치를 거듭 경신 중입니다.

중국인민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금 보유량은 7377만 트로이온스로, 전달 대비 7만 온스 늘어났습니다.

금 시세에 영향 주는 요인이 한둘은 아니지만, 중국의 금 수요가 금 값을 밀어올릴 요인인 건 분명합니다.

유로화나 엔화 등 다른 기축 통화 보유를 늘리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더 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통계로 확인되진 않습니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벨기에에는 국제 예탁결제기관인 유로클리어가 있고, 룩셈부르크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여겨집니다.

중국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의 중개 관리회사를 통해 미 국채를 우회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중국은 일종의 눈속임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미 국채 보유 규모를 안 줄였지만, 공식 통계상으로는 줄인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자산 상당 부분을 경쟁국인 미국에 둔다는 점을 숨기는 일석이조일 수도 있습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같은 조세 회피 지역의 상당 자금이 중국 외화 보유액의 이면 자금일 수 있다"며 "중국이 미 국채를 생각보다 많이 줄이지는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Sell USA, 미국을 팔아라


눈속임이건 정말이건,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는 건 미국에 좋은 소식일 리 없겠죠.

미국 국채 인기가 떨어지면 → 미국 국채는 싸질 테고 → 미국 국채 금리는 오르게 되며 → 미국 정부는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요란하게 관세 폭탄으로 중국을 때렸지만, 중국의 조용한 국채 매각에 역공을 당하는 모양새입니다.

이 시나리오가 본격화하면, 미국 국채 가격은 당분간 하방 압력(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확률이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중국 대신 자국의 국채를 사줄 '큰 손'이 절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 연구원은 "미국이 국채 발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끔 하는 수요처 확보가 중요할 것"이라면서 "지금의 통상협상 이면에는 다른 나라들이 미 국채를 얼마만큼 소화해 줄지에 대한 부분까지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는 외국인들이 달러를 신뢰하고 미 국채를 사줄 수 있는 여건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관세, 비관세 장벽을 계속해서 높이는 등의 위협을 통해서 미국 자산을 계속해서 사줘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아직은 달러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달러 자산에 대한 비중이 줄어든다고 해도 대안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달러 의존도 탈피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관세 폭탄 '장군이요'를 외치자, 중국이 국채 매각 '멍군이요'로 맞불을 놓는 2025년.

달러 제국 몰락의 발단일까요, 계란으로 바위 치는 잠시의 소란일까요.

그래픽: 손예지,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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