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삼겹살 소맥 마셔... 의혹 사실 아냐"
민주당, 얼굴 선명한 사진 공개 "고급 룸살롱"
법조계 "타격 불가피... 재판 배제는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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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타격 불가피... 재판 배제는 신중해야"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하기 전 언론 공개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12·3 불법계엄 재판을 도맡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의 '술 접대 의혹' 관련 사진이 19일 공개되자 법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는 정치권의 공세에 "사실무근"이라며 부당한 재판 침해를 삼가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네 번째 공판 진행에 앞서 "재판 자체가 신뢰받기 힘들다는 생각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이날 공판은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술 접대 의혹을 거론한 뒤 처음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이었다.
지 부장판사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삼겹살에 '소맥'(소주와 맥주) 마시면서 지내고,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며 "무엇보다 그런 시대 자체가 아니며, 삼겹살과 소맥을 사주는 사람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 외부의 공격에 대한 염려와 불쾌감도 감추지 않았다. 지 부장판사는 민주당의 문제 제기를 '판사 뒷조사'로 칭하며 "중요 재판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계속적 의혹 제기를 통한 외부 자극이나 공격에 대해 재판부가 대응하는 것 자체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약 3분간의 짧은 입장 표명 이후 재판부는 지난 기일 마무리하지 못한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의 입장 표명 이후 맞불을 놨다. 노종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 부장판사가 일행 2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사진 속) 업소를 방문해 확인했더니 서울 강남의 고급 룸살롱이고, 동석자는 (지 부장판사의) 직무 관련자로 강하게 의심되는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지 부장판사의 얼굴이 선명히 나온 사진이 공개되자 법원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현직 부장판사는 "실제 접대를 받았는지는 차치하고, 국민 정서상 타격은 불가피할 것 같다"며 "법관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 것 자체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섣불리 대응하기보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지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밝힌 입장도 (유흥주점을) 갔는지보다는 '접대를 받지 않았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면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논란으로 지 부장판사를 내란 재판에서 배제할 경우, 사법부를 향한 외풍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