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정책 차별화 보여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사진)가 첫 대선 후보자 TV토론에서 경쟁 후보들의 약점을 파고들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지지율과 인지도가 가장 낮은 ‘4등’ 후보이지만,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로서 선명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전략을 펴며 진보적 논쟁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악수 요청을 거부한 장면도 화제가 됐다.
권 후보는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토론을 마친 뒤 김 후보의 악수 요청을 거절한 것을 두고 “(12·3 불법계엄을) 사과하지 않는데 악수를 하는 게 ‘나 이렇게 해도 괜찮아’ 인식을 줄 것 같아서 명백하게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리인”이라며 김 후보에게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권 후보는 전날 4명이 맞붙은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로키’ 전략을 구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도 차별금지법 등 진보 어젠다를 꺼내며 공세를 폈다. 이재명 후보가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비워둔 ‘왼쪽 공간’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경제 분야 토론에서 노동·불평등 이슈를 부각하며 정책적 선명성을 함께 드러냈다. 권 후보는 ‘노란봉투법’을 악법이라 주장한 김 후보를 향해 “도대체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먹은 건가”라고 말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주장에 대해선 제도를 적용 중인 일본 사례를 들어 “지역 차별”이라며 맞섰다. “부자 증세를 하겠다”며 유일하게 증세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입당자와 후원금이 늘어나는 등 일부 호응이 확인됐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451명이 권 후보 후원 계좌에 후원금을 입금했다. 가장 많은 후원이 들어왔던 지난 10일(332명)보다 높은 수치라고 한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지난 3개월 월평균 입당자 수만큼 오늘(19일) 하루 입당했다”고 밝혔다.
권 후보는 ‘거리의 변호사’로 불리며 23년간 용산·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참사와 쌍용차 정리해고 등 노동 문제를 다뤘다. 민주노동당 전신인 정의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2.14% 득표에 그쳐 원외 정당이 됐으나, 3년 전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 4.14%를 기록해 TV토론 참가 자격(전국 단위 선거 득표율 3% 이상)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