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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납치살인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가 거주하던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출입문에 강제개방 흔적이 남아있다. 손성배 기자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납치 살해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감찰이 진행 중이다. 피해자 유족 측은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의한 관계성 범죄로 인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과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 협박), 특수강요, 상해, 특수협박 등 9가지 혐의로 가해자 A씨(34·사망)를 고소한 B씨(33·사망)가 납치 살해된 데 대한 수사 감찰을 진행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B씨 측이 제출한 고소장과 유족·지인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가해자 A씨와 B씨는 2017년 12월부터 교제했다. B씨가 폭행과 학대를 당한 시점으로 지목한 시점은 교제 2년 뒤인 2019년 12월께였다.

B씨 측은 지난달 1일과 17일 각각 화성동탄경찰서에 제출한 고소장과 고소보충이유서에 “A씨는 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게 한 뒤 전세 사기를 치라고 강요하고, 응하지 않자 성매매를 해서라도 돈을 벌어오라고 했다”고 썼다. B씨의 지인은 “피해자는 A씨와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다 못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살려 달라는 SOS 신호를 경찰이 여러 번 놓쳐 피해자가 한스럽게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가스라이팅 납치살인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가 거주하던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현관과 화단. 손성배 기자

경찰에 따르면 B씨의 112 신고 이력은 총 3차례다. 최초 신고는 지난해 9월 9일이다. 최초 폭행 이후 5년간 신고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B씨는 A씨가 “용인에 사는 부모를 죽이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기록에 남겼다. 당시 112 신고 내용은 “A씨가 유리컵을 던져 손목에 맞았다”는 피해 사실이었다. 경찰은 특수폭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 수사를 받게 된 A씨는 B씨에게 “네가 싼 똥이니까 네가 치우라”며 “검찰청에 가서 검사를 만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라"고 강요했다.

지난해 11월 14일엔 식당 아르바이트를 조퇴하고 집에 돌아왔다가 “왜 검사를 만나러 가지 않았느냐”며 A씨로부터 폭행당했다. 지난 2월 23일 새벽에도 폭행에 견디다 못한 지인에게 “살려줘, 도와줘”라고 말해 112 신고가 됐다.

B씨는 열흘 뒤인 3월 3일 폭행에 견디다 못해 자택에서 탈출한 뒤 재차 112 신고를 했고 지인의 오피스텔에 머무르면서 변호사를 통해 고소장과 문답형 진술서를 작성했다. B씨가 남긴 서류엔 A씨가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자 B씨를 원망하며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에 낼 처벌불원서 작성을 강요한 정황도 담겼다.

납치 살인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가 거주하던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손성배 기자

유족과 지인 등은 A씨가 B씨의 신용카드 사용처를 추적하려고 카드사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까지 수사기관에 제출했는데도 신속하게 가해자 신병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참극이라고 주장한다. 유족 측은 “시신을 화장할 땐 피의자 지인이 대기실에 와서 사진을 촬영해가고 위해를 가할 것처럼 행동했다”며 2차 피해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과 지인 등 4명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한 상태다.

전문가는 이 사건을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범죄라고 분석했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폭력과 사과 내지 화해가 반복되면서 피해자를 교묘하게 공포감에 빠뜨리고 주변과 고립시켜 조종하는 매우 심각한 범죄가 가스라이팅”이라며 “가해자의 속성을 이해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등 행위가 자의에 의한 것인지 등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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